오기성 교수, ‘IDI 도시연구’서 평화통일교육의 인천시 역할 제시
강화 갯벌과 생태체험 숲, 염하강 철책길 활용 필요
관광 형태의 일회성 현장학습 지양, 시민들의 감수성 자극해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의 해양생태환경을 활용해 평화·통일교육을 위한 체험학습의 장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관광 형태의 일회성 현장학습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평화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감수성을 증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근 인천연구원이 발간한 학술 논문집 ‘IDI 도시연구’ 통권 제16호에서 오기성 경인교대 교수는 논문 ‘평화·통일교육의 방향과 인천시의 역할’을 기고하며 이같이 제시했다.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최근 5년간(2014년~2018) 진행한 ‘학교 통일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통일준비 과정에서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32.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통일교육’을 선택한 응답은 6.9%였다. 기존의 통일교육이 정작 시민들의 평화·통일 의식에는 큰 기여를 못 하는 셈이다.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진 이유를 묻는 말에는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해서’와 ‘교육내용이 너무 지루하거나 어려워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45.3%로 나타났다. 한편, 희망하는 북한·통일관련 교육 형태로는 ‘현장견학 등의 체험학습(28.6%)’이 가장 높았고, 내용으로는 ‘북한의 생활 모습(38.9%)’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에 오 교수는 “전문적이고 거대담론에 기반한 과거지향적 통일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보중심 체험관광으로 진행되는 일회성 ‘훈련’을 거두고, 평화·통일 감수성 증진을 위한 체험학습의 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화 볼음도 갯벌.(사진제공 인천대학교 통일통합연구원)

오 교수는 인천이 다른 접경지역인 경기·강원도에 비해 해양생태체험뿐 아니라 숲 체험을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대표 예시로 강화도 남단 갯벌과 강화읍 생태체험 숲을 거론했다.

뇌과학과 교육신경과학 측면에서 봐도 생태체험과 같은 직접 체험학습은 참여자들의 감수성을 크게 자극한다. 오 교수는 이런 교육이 북한과의 관계맺기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염하강(강화해협) 철책길도 체험학습 장소로 제안했다.

염하강 철책길은 김포 대명항·덕포진·문수산성 남문으로 이어지는 길로, 따라가다 보면 고양·파주·연천으로 이어지는 최북단 길과 연계돼있다. 오 교수는 “철책·참호·경비초소 등을 보며 평화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으며, 학습자들은 평화·통일 감수성을 일깨울 수 있다. 이와 함께 해설사를 양성하는 사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학교에서 이뤄지는 평화통일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인천시와 교육청, 교원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간 분단 과정에서 발생한 남북의 상이한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정서적으로 이해시키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2012년 한겨레중학교 탈북 학생들이 진행한 연극 수업 작품 ‘미운아기 오리’ 포스터.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연극 수업에 주목했다. 지난 2017년 대구복동중학교 학생들의 연극 ‘끼득끼득’, 2012년 한겨레중학교 탈북 학생들의 연극 ‘미운아기 오리’, 2001년 포항중학교 연극반 학생들의 ‘자살소동’ 등을 거론했다. 모두 통일사회의 모습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교육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오 교수는 “이런 교육은 일선 학교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형태”라며 “인천시교육청을 넘어 시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오 교수는 별도 인터뷰에서 시교육청이 폐교된 강화 난정초교에 설립을 추진 중인 평화학교와 관련해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인천만의 평화통일교육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계기라는 것이다. 다만 “박물관으로 조성하는 식이 되면 안 된다. 생태·평화체험과 연계해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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