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길병원 노동환경 열악..."오폐수 처리장 옆에서 샤워"
[단독]길병원 노동환경 열악..."오폐수 처리장 옆에서 샤워"
  • 조연주 기자
  • 승인 2020.01.29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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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팀 노동자 30명인데 ··· 간이 샤워 부스 1개 뿐
자구책으로 오폐수 처리시설 옆 샤워공간 만들어
흘러나온 오폐수 처리하다 주사바늘에 찔릴뻔 하기도
탈의실 썩은 바닥 교체 요구하니···‘불법’이라며 철거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가천대학교 길병원(원장 김양우) 직원들이 샤워시설 부족으로 오폐수 처리시설 바로 옆에서 샤워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샤워실 바로 옆에는 오폐수 처리시설이 있다

가천대 길병원 시설관리실 오폐수 처리장 바로 옆에는 노동자들이 임시로 지어놓은 샤워실이 있다. 커튼도 없이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샤워를 해야 하지만 이곳은 시설팀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간이다. 가천대 길병원 시설팀 샤워실에 13년 전 보일러 탱크가 들어오면서 샤워공간이 사라졌다. 

병원 측은 샤워실 대용으로 구석진 자리에 간이 샤워부스를 하나 설치했지만, 30명 남짓한 시설팀 직원들을 수용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시설팀 A씨는 넉 달 전 자구책으로 간이부스에서 물을 끌어와 바로 옆에 샤워공간을 만들었다.

A씨는 “샤워공간이 편하진 않지만 오염이 그대로 묻은채 퇴근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시설팀 업무특성상 기계기름 등 오염이 묻게 되는데, 퇴근이 몰리는 때가 되면 샤워를 하지 않고 그냥 퇴근 하는 일도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방사능 옆에서 샤워했었다“ ··· 대신 오폐수 처리시설 설치한 가천대 길병원 

가천대 길병원 시설팀의 샤워실은 위생적으로도 취약한 환경에 놓여있었다. 시설팀은 병원측이 설치한 간이부스 옆에 놓여있는 게 방사능동위원소(RI) 처리시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철거를 요구했다. 병원 측은 철거된 자리에 오폐수 처리시설을 설치했다.

설치된 오폐수 처리시설도 문제였다. 이따금씩 수로가 넘쳐 오폐수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시설팀 노동자 A씨는 “오폐수 수로에 주사바늘이나 이물질이 끼어있으면 넘칠 때도 있다. 수로를 뜯어서 이물질을 빼줘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주사바늘에 찔릴 뻔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설팀 노동자들은 5년 전부터 오폐수 처리시설에 거름망 설치를 요구해왔다. 병원에서는 거름망 설치를 줄곧 거절해오다, 지난 주에서야 설치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가천대 길병원은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방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의료기관의 시설팀은 어떨까. 인천의료원의 경우, 시설팀 내에 변기·세면대와 샤워기가 구비돼있었다. 다른 층에는 시설팀이 사용할 수 있는 샤워부스가 두 개 더 마련돼있었으며, 청소노동자가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었다. 인하대학교병원 시설관리팀의 경우에도 공용샤워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탈의실 썩은 바닥 교체 요구하니 ··· ‘불법’이라며 철거

시설팀 탈의공간도 문제가 됐다. A씨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탈의실 사물함을 받치고 있는 목재 바닥이 시설관리실 열기로 인해 썩어 몇 차례 병원측에 수리를 문의했지만 병원측은 “애초에 시설관리실 안에 천막을 씌운 탈의실이 있는 것은 불법이다”라며 수리를 불허하고, 탈의실을 시설팀 밖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탈의실 목재 바닥이 썩어 냄새가 나고 무너지고 있다. 시설팀 노동자들은 바닥 교체를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탈의실은 철거했다. 

시설팀은 탈의실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병원측에서 옮기겠다고 한 공간은 보일러 굴뚝과 연결돼있어 악취와 먼지가 유입돼 탈의실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고, 시설관리팀 외부에 있어 불편하다는게 이유다.

A씨는 “바닥이 무너져 내릴까봐 바꿔달라고 한 것인데 병원 측은 여기서 더 바라면 탈의실을 옮겨버리겠다고 말했다.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현재 병원 측은 문제가 된 탈의실을 철거하고 시설 사이 사이에 사물함을 방치해둔 상태다. 사물함이 고정돼있지 않아 쓰러지는 등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현재 시설관리실 곳곳에는 사물함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이밖에 가천대 길병원은 앞서 지하주차장을 간호사 탈의실로 사용하고, 사람 한 명이 들어가기도 비좁은 이른바 ‘닭장’ 탈의실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가천대 길병원 관계자는 “내부 협의 후 입장 발표 유무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