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계약기간 2월 1일 만료
인천시와 유예기간 두고 갈등

[인천투데이 최종일 기자] 동인천역 지하도에 위치한 인현지하도상가 상인들이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뒤숭숭하다. 곧 쫓겨날지 모를 처지인 상인들 사이에 한숨만 오간다. 상인들은 장사에 집중할 수 없고 불안감만 자꾸 늘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동인천역 지하도에 위치해있는 인현지하도상가.
인현지하도상가 곳곳에에 임대ㆍ매매를 알리는 유인물이 붙어 있다.

인현지하도상가는 오는 2월 2일 점포 철수를 앞두고 있다. 임대ㆍ매매를 알리는 전단지를 붙인 채 점포 셔터를 내린 모습이 눈에 띈다.

이렇게 된 배경은 인천시와 인현지하도상가 상인들 간 갈등에서 비롯했다. 인현지하도상가는 1980년에 문을 열었고, 2004년에 개ㆍ보수했다. 상인들은 2004년에 시가 제의한 내용을 수락해 2020년 2월 2일 기부채납 방식으로 이곳에 발을 들였다. 시에 도로점용료를 납부해가며 청소부터 시작해 모든 일을 직접 도맡아 일터를 꾸려왔다.

상인들은 계약기간을 알고 있었지만, 자동으로 계약이 연장될 줄 알았다고 했다. 15년간 점포를 운영한 J(53, 여) 씨는 “다른 지하도상가와 마찬가지로 연장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갑작스레 나가라고 하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 B(60, 여) 씨는 “기간을 얼마 앞두지 않고 나가라는 통보를 할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는 현 지하도상가 운영 조례가 상위법인 공유재산법에 위배된다며 전대와 양도ㆍ양수 기간 2년을 포함한 5년간 임대차 보증을 제시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도 이 유예기간이 공유재산법에 어긋나지만 상인들을 배려해 수락했다. 하지만 시의회는 지난해 12월 시가 제출한 조례 개정안을 수정해 가결했다. 전대와 양도ㆍ양수 기간 5년을 포함해 임대차 보증 기간을 10년으로 늘린 것이다. 시는 이게 위법이라며 시의회에 재의 요구안을 제출했다.

인현지하도상가 상인들은 시의회 가결을 시가 재의 요구한 것을 두고 답답하다고 입을 모았다. B 씨는 “시의원들은 저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저희도 엄연한 인천시민이다. 시는 상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또, “시는 아무런 보상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저 나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퇴거명령을 담은 우편이 집으로 수시로 온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이 심하다”고 털어놨다.

인천시는 인현지하도상가 상인들에게 퇴거명령을 담은 공문을 수시로 보내고 있다.

상인들은 전대와 양도ㆍ양수 유예기간도 문제하고 주장한다. 유예기간이 끝나면 임차인들이 직접 장사해야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했다.

인현지하도상가는 다른 지하도상가에 비해 상권이 좋지 않은 편이다. 유동인구가 적은 탓이다. 점포 총 162개 중 실제로 운영하는 점포는 80개다. 이중 11개가 공실이다. 최소 두 달부터 길게는 2년 정도 비어있는 곳도 있다.

상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는 시의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J 씨는 “조례가 자꾸 번복되면서 기간이 자꾸 바뀐다. 상인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마치 국가와 공무원들의 편리에 따라 놀아난다는 기분마저 든다”라고 토로했다.

B 씨는 “불안감이 커져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기는 상인도 있다”라며 “당장에 떠날 곳이 없는 상인들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무엇보다 시가 대책이나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J 씨는 “시는 분명히 계획과 대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 씨는 “퇴거명령 통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당장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1월 31일에 임시회를 열어 시의 재의 요구안을 다룰 예정이다. 시는 행정처분은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있다. 상인들은 만약 시가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면, 법적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