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이궁지 근처, 마니산 남쪽에 탑 부재 등 산재
강화군청 “매장문화재로 관리 중, 발굴조사 어려워”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강화군 화도면 흥왕리에 위치한 흥왕사지의 발굴조사와 보존이 시급하다.

강화 흥왕리 사지는 마니산 남쪽 능선 좌우 계곡부 사이에 있다. 통상 ‘흥왕사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강화 흥왕리 사지 석탑 부재

고려사 문종 21년 기록을 보면, 흥왕사는 1067년 개풍군에 건립된 국찰로, 총 2800칸으로 이루어졌으며 12년 만에 완공했다고 전한다. 고려는 고종 19년(1232) 몽고 침입으로 수도를 강화로 옮기면서 강도의 궁전과 절의 이름을 모두 개경의 것과 동일하게 사용했다.

강화 흥왕리 사지 석탑 부재들

강화 흥왕리 사지가 흥왕사지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지명이 ‘흥왕리’이며, 보존상태가 나쁘지 않고, 근방에 고려 이궁지가 위치해 있어 그 관계성이 주목되는 유적이다.

흥왕리 사지는 아직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된 적이 없다. 현재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에서 발간한 ‘2017년 강화 고려도성 학술기반 조성연구’ 자료집을 보면, 2009년 인천시립박물관과 2010년 불교문화재연구소가 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이때 기와편과 토기편 등이 출토돼 흥왕리 사지가 고려시대에 운영되다가 조선 초기 이전에 폐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화 흥왕리 사지 석축

흥왕리 사지는 동서 60m, 남북 50m 정도 범위로 석축을 쌓아 3단 평탄지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중단 평탄지를 구성하는 석축은 ‘ㄷ’자 형으로 조성됐는데, 동서방향 장축은 52m, 남북방향 단축은 7~9m, 높이는 2.4m 정도다. 중단 평탄지의 중심부에는 석탑 부재 5매 정도가 분포해 있다.

이 석탑은 고려시대 석탑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강화에 있는 유일한 고려시대 석탑은 강화 장정리 오층석탑인데, 흥왕리 사지 석탑이 제대로 발굴·복원된다면 강화에 있는 고려시대 석탑이 하나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강화 흥왕리 사지 중단 평탄지. 탑 부재 5매가 분포해 있다.

현재 흥왕리 사지는 비지정문화재다. 강화군 문화재과 관계자는 “강화군 비지정문화재만 300개가 넘고 흥왕리 사지는 사유지라서 당장 발굴조사를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비지정문화재는 크게 매장문화재로 분류돼서 유적과 그 부근 개발은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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