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동구ㆍ중구 방위개념 행정구역도 잔재
"토론회 등 거쳐 일제 지명 어떻게 할지 결정"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경기도가 일제강점기에 무단 변경된 지명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가운데, 인천시도 일제 잔재 지명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시는 인천역사문화총서의 하나로 ‘인천의 식민, 친일잔재 조사연구’를 올해 발간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일제 건축물ㆍ지명ㆍ기념물 등을 조사한 뒤 인천시사편찬위원회에서 분야를 설정하면 그에 따라 연구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전문가 학술토론회 등을 거쳐 일제 지명을 어떻게 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에 남아있는 대표적 일제 지명은 ‘송도’다. ‘송도’라는 지명은 일본제국주의 군함에서 비롯했다. ‘송도’는 일본 3대 절경 중 하나인 미야기현(宮城縣) 마츠시마(松島)를 뜻한다. 일본은 이 3대 절경을 기리는 뜻에서 군함 ‘삼경함(三景艦)’을 취역시켰다. 이중 송도함 즉, 마츠시마함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참전했다.

인천연구원이 지난해 발송해 말썽을 일으킨 '송도 지명 해설' 뉴스레터.

일제가 1930년대 후반에 ‘송도유원지’를 만들면서 ‘송도’라는 지명을 사용했다. ‘송도’는 의정부와 부산에서도 지명으로 사용되고 있다, 학계는 이 명칭을 모두 일본 군함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인천연구원이 송도를 가리켜 ‘소나무가 무성하게 많은 섬’이라는 엉터리 정설을 확산시킨 적도 있으며, 2002년 발행된 ‘인천시사(仁川市史)’에도 같은 내용이 있어, 논란이 됐다.

인천 송도를 제외하고도 중구ㆍ동구 등 방위개념 행정구역도 일본식이다. 인천에 방위개념이 도입된 시기는 1968년으로 중구, 동구, 남구(현재 미추홀구ㆍ남동구ㆍ연수구)와 북구(현재 부평구ㆍ계양구ㆍ서구) 등 구(區) 4개가 설치됐다. 당시 인천시청이 있는 중구 신포동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따라 이름을 정했다. 이중 남구는 미추홀구로 바뀌었다.

동 명칭에도 일제 잔재가 있다. 일본인들이 지명을 새로 만들 때 조선시대 동ㆍ리(洞里) 두 개 이상을 합쳐 하나의 동ㆍ리로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미추홀구 도화동은 도마리(道馬里)의 ‘도’와 화동(禾洞)의 ‘화’를 한 글자씩 따서 만든 이름이다. 남동구 간석동은 간촌리(間村里)와 석암리(石岩里)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남동구의 기원이 된 남동면(南洞面)은 조선시대 남촌면(南村面)과 조동면(鳥洞面)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시 문화재과 관계자는 “지명을 바꾸는 것은 군ㆍ구 단체장의 권한이다”라며 “현재 인천에서 지명을 바꾸려하는 곳은 동구 작약도로, 올 상반기에 지명위원회에 상정해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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