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인천시청서 한반도 정세강연
“북한 수준 핵국가 비핵화 한 전례 없어, 최소 10년 이상 소요”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흐름, 정부가 북한 체면 세워줘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한반도 비핵화는 이미 다리를 절반 이상 건넜다. 판이 깨지기는 쉽지 않다. 영변 핵시설을 중심으로 최소한의 합의라도 해 빠져나올 수 없는 비핵화 입구를 만들어야 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6일 인천시청에서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한반도 평화 정세강연’에서 이같이 견해를 밝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6일 인천시청에서 평화도시만들기인천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한반도 평화 정세강연’을 진행했다.

조 연구원은 북한의 비핵화 기간이 최소한 1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도 말한 기간이 10년이다. 살아생전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안 될 수도 있다. 인류역사상 북한처럼 복합적인 핵 국가를 비핵화시켜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 일환으로 지난 2017년 폐기를 결정한 고리 원자력발전소만 해도 그 기간은 10년, 비용은 최소 7000억 이상 들 것으로 추산된다.

조 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유를 미국이 북한에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비욘드 영변 앤드 모어’라는 표현으로 북한을 압박했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이 결렬됐다”며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한국과 미국에 속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2018년 9월 합의한 평양공동선언문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를 언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를 믿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낸 결과지만 결국 둘 다 속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잃은 것은 없다. 영변 핵시설은 이미 수없이 합의된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미국 내에서도 박수를 받지 못한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비판하는 여론도 없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현재 한반도 정세가 교착상태에 빠지긴 했지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최소한 지난 2년간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하는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도 세계 최악의 폭군으로 평가됐으나, 2년 만에 가장 주목받는 국가지도자가 됐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도 비판했다. 조 연구원은 “평양공동선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개방의지를 보였을 때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체면을 세워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UN 제재 핑계로 북?미 대화만 바라보니 상황이 더 나빠졌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직접 남북이 머리를 맞대겠다고 한 만큼 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부는 남북교류 활성화 조치로 북한이 발행한 비자만 있어도 제3국을 통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과거보다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끝으로 조 연구원은 “평화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며 역사의 발전은 더딘 것이다. 긴 호흡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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