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주도에서 전문경영으로...정치·체육 분리 ‘글쎄’
군·구체육회 재정 열악, 자체 수익 창출 과제로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 시군구체육회 첫 민선 회장 선거가 마무리되면서 '재정 자립'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인천시체육회 강인덕 신임회장

인천시체육회는 강인덕 전 시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신임회장에 선출됐고, 경선으로 치른 중구·미추홀구·부평구·서구·옹진군체육회는 각각 오동원·고대영·권동철·이우영·김의복 후보가 당선됐다. 단선인 동구·연수구·남동구·계양구·강화군은 각각 황민식·곽종배·양병복·김재학·권용택 후보가 체육회를 이끌게 됐다.

체육인들은 선거를 통해 이제 정치에서 벗어나 순수 체육시대를 열었다고 반기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더욱 정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그동안 지자체 단체장들이 겸직했던 각 체육회는 관이 주도하는 공공영역의 성격이 강했다. 정해진 예산으로 방만하게 운영하는 사례도, 조직도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측면도 각각 있었다.

민선 회장 선거에 앞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통합되고, 이제는 공공성뿐만 아니라 경영 효율성과 합리성을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문제는 민선 체육회가 재정 자립이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각 체육회가 재정 자립을 고민하지 않으면 종전 예산을 쥐고 있는 지자체와의 관계가 균형감을 잃었을 경우 단체장들에게 휘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체육회 연간 예산은 대략 460억 원이다. 이 중에서 체육시설 민간위탁 보조금으로 310억 원이 배정되고, 나머지 150억 원 중 종목별 선수 육성과 관련된 예산 100억 원, 사무처 운영비 약 30억 원을 빼면 대회를 치르는 등 가용 예산은 20억 원 정도 밖에 안된다.

시설 운영을 빼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인구 300만 도시 인천으로서는 체육 위상이 그게 걸맞지 않다. 더군다나 시와 양립할 수 있는 체육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체 수익창출, 후원, 자산 운용은 물론 예산의 효율적 집행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강인덕 신임회장은 <인천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공공영역으로서 체육에 대한 시의 지원을 강조하면서도, 법정법인화를 통해 재정 확충과 안정화 등 자립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천 중구 오동원, 동구 황민식, 미추홀구 고대영, 연수구 곽종배, 남동구 양병복, 옹진군 김의복, 강화군 권용택, 서구 이우영, 게양구 김재학, 부평구 권동철 신임회장 (사진제공 각 군·구)

시체육회 보다 규모가 작은 군·구체육회는 예산 상황이 좀 더 열악하다. 명확한 재정 자립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각 지자체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구와 강화군 등 인구가 비교적 많은 지자체는 연간 체육회 예산이 8억 원 정도에 머물고 있다. 인구가 적은 동구의 경우 대략 4억 원이다. 민선 체육회장은 재정에서 자유롭지 못해 지자체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가 어려운 대목이다. 자칫 체육회장이 명예직에만 머물 가능성도 있다.

예산 대부분은 지도자나 사무인력 인건비로 사용되고, 대회와 행사 등의 비용은 거의 대부분 체육회로 들어왔다 나가는 것들이다. 각 체육회 상근직은 8~15명이다.

임원들이 회비를 걷어 체육회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다. 회비 등은 친목을 다지는 정도의 예산으로 사용된다.

인천시의회 유세움 의원은 “재정 자립이 제일 중요하다. 민선체육회 시대에 체육회가 지자체에 종속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면, 자체 수익사업과 후원을 적극 진행해야 한다”며 “특히 생활체육 분야가 강조될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과 함께 체육 활성화를 고민하고 자체 재정 조달에 대한 고민도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체육회를 제외하고 군·구체육회 민선 회장들은 모두 비상근이다. 월급과 판공비는 없다. 다른 임원들처럼 회비를 내고 체육회를 이끌어가야 한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민선체육회장이 되면서 오히려 체육계가 시끄러울 수도 있다. 각 민선회장들이 강하게 조직을 장악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산 넘어 산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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