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부 해결 가능한 일 외부 알려 병원 위상 추락’ 입장문
노조 “구시대적인 노조관, 성실 대화도 안하면서 노조 탓만”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탈의실과 근무복 세탁 문제로 연이어 비난을 받고 있는 가천대길병원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노동조합이 외부에 알렸기 때문”이라며 노조 탓을 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가천대길병원은 지하주차장과 4년 전 시체 해부실습실로 사용했던 공간을 간호사들에게 탈의실로 제공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공분을 사자, 지난 13일 병원장 명의로 ‘직원 탈의실 이전 관련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게시했다.

병원장은 해당 글을 통해 “애초 탈의실 공간 조정 전 급하게 임시로 마련한 탈의실”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조가 병원에 확인도 하지 않고 관련된 내용을 노보(소식지)에 발행하는 등 병원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내부 확인보다 외부에 먼저 알려 병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소중한 일터에 대한 자존감을 떨어뜨렸다”고 노조 탓을 했다.

14일에는 노조가 ‘병원측이 근무복 세탁을 약속한 단체협약 체결 후 1년이 넘었음에도 간호사들이 피 묻은 근무복을 집에 가져가 세탁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소식지를 배포해 언론에 보도되자, 인력관리팀장 명의로 ‘보건노조 근무복 세탁 유인물에 대해 바로 알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병원은 이 글을 통해 “새 근무복 제작, 세탁업체 선정 유찰과 수의계약 등 과정을 지속적으로 노조와 협의하면서 진행했음에도 내부에서 해결하고 있는 일을 외부로 유출해 병원의 명예를 실추시켜 직원들의 자존감을 상하게 하고 병원 경영에 악영향을 주는 노조의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또 노조탓을 했다.

가천대길병원이 지난 13일과 14일 낸 입장문. 둘 다 노조가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외부에 알려 병원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탈의실과 근무복 세탁 관련 보도된 언론의 기사 댓글을 보면, 국민들의 공분은 병원이 간호사와 환자들의 안전과 인권에 무감각한 모습에 비판이다. 그런데도 병원은 여전히 이 문제를 공론화시킨 노조에 탓을 돌리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은 “지하주차장 탈의실은 이전하고 간호사들이 사용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며 “근무복 세탁 문제도 노사협의회 등을 통해서 병원측에 우선 할 수 있는 부서부터 먼저 시행하자고 했는데, 인건비가 많이 든다며 1년을 넘긴 것이다. 업체 선정 유찰됐다는 얘기도 한번 정도 들은 것 말고는 과정을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측은 노조와 10번을 만나면 한 번을 제대로 성실하게 대화를 이어간 적이 없으며, 12월 열린 산업안전위원회에도 당일 갑자기 병원장이 안나왔고, 1월 노사협의회는 일방적으로 연기 통보했다”며 “아직도 구시대적인 노조관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개선하기는 커녕 노조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권리가 부서 내에서 제대로 지켜질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개선 중인 사안을 노조가 병원에 제대로 확인도 없이 소식지를 내거나 언론에 알려서, 이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길병원에는 19년 만인 2018년 7월 민주노조가 설립됐다. 민주노조 설립 후 갑질 경영과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의 파업과 지부장 단식이 이어졌고 병원측과의 합의로 파업이 중단됐지만 갈등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병원측이 노조를 대하는 태도가 변함이 없으며, 부서장들의 조합원에 대한 탈퇴 공작 등도 계속되고 있다며 문제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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