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단협에서 합의해놓고 병원이 1년 동안 안 지켜”
병원 “유니폼 결정과 업체 선정 유찰되서 늦어진 것”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걱정되서 제 유니폼만 따로 세탁합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됐는데 걱정돼요”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내 탓인 거 같아 괴로워요” “피 묻은 옷을 가져왔다며, 너네 병원은 왜 피 묻은 걸 집에서 빨라고 하냐며 뭐라 하셨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가 14일 발간한 소식지에 담긴 피 묻은 활동복의 모습.(제공 노조)

간호사 탈의실을 지하주차장과 시체 해부실습실로 사용 중이던 공간으로 이전 시켜 비난을 받은 가천대길병원이 이번엔 간호사들에게 환자들의 피가 묻은 근무복을 집에서 세탁하게 했다는 주장이 나와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는 14일 “오염된 근무복 세탁은 집에서, 감염에 노출된 사랑하는 내 가족”이라는 제목의 노조 소식지를 배포했다.

노조에 따르면, 길병원은 일부 특수부서를 제외한 병동 간호사,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1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오염된 근무복을 집에 가져가 세탁하고 있다.

노조는 “2019년 병원측과 진행한 단체협약 교섭에서 근무복 세탁을 요구하고 이후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에서 지속적으로 병원측에 근무복 세탁을 요구했는데 항상 ‘준비 중’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과 직원 가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단체협약 61조에 적시된 근무복 세탁을 당장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령에 담긴 의료기관 세탁물 관리규칙을 보면, 오염 세탁물은 수집 즉시 소독해 보관하고 보관 장소는 주 2회 이상 소독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유니폼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유니폼은 1년에 2벌 씩 지급하기로 했다”며 “세탁 업체는 계속 유찰됐다가 지난해 12월 선정되서 세부사항을 조정 중이고, 곧 시행할 예정이다. 노조에 이런 절차가 설명이 잘 안돼 오해가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편, 길병원은 지난 6일부터 간호사 탈의실을 한 건물 지하3층 주차장의 엘리베이터 앞 일부 공간과 3년 전까지 해부실습실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이전한 사실이 보도돼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13일 병원장은 ‘직원 탈의실 이전 관련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라는 글을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사과하면서도 “노조가 병원에 확인도 않하고 노보를 발행하고 주말 사이 일부 언론이 과장된 내용을 제대로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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