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원장이 임시 거처라도 문제있다, 옮기라 지시”
노조 “실무자들도 몰랐는데, 궁지 벗어나기 위한 주장”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가천대길병원의 간호사 탈의실이 지하주차장과 시체 해부실습실로 사용 중이던 공간으로 알려져 파문이 이는 가운데, 임시 거처일 뿐이라는 병원측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지부장 강수진)에 따르면, 길병원은 간호사 탈의실을 한 건물 지하3층 주차장의 엘리베이터 앞 일부 공간과 3년 전까지 해부실습실로 사용하던 공간으로 이전해 지난 6일부터 간호사들이 사용하고 있다.
간호사들 사이에선 불만이 쏟아졌다. 이에 노조는 지난 10일 소식지를 내고 ▲하나 뿐인 비상구 절반 이상을 캐비넷으로 막아 놓고 닭장 같은 구조로 폐소공포증을 유발하는 공간 ▲남녀노소 누구나 출입이 가능한 공간 ▲밖에서도 손만 뻗으면 내부 촬영이 가능한 공간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사협의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검진센터 7층에 위치한 직원 탈의실은 안전과 개인 사생활 침해 문제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꾸준히 제기해왔다”며 “그때마다 병원은 탈의실 개선을 위해 공간조정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답했는데 개선된 장소로 제공한 곳이 지하주차장과 해부실습실로 운영하던 공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인권침해’라는 지적까지 나오자, 병원측은 “현재 사용 중인 탈의실은 개선된 공간을 마련하기 전 임시거처”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직원들은 병원측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직원은 “병원은 검진센터 7층 탈의실도 임시로 했는데 1년이 넘게 쓰고 있었다. 그러다 나중에 옮기면 임시인건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직원은 “임시로 쓴거다 옮길거라고 했다는데, 그럼 어디로 옮기려고 했다는 건지 왜 말을 못하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길병원 관계자는 “노조가 소식지를 내기 하루 전 병원장이 탈의실을 방문해 ‘임시 거처라도 여기는 문제가 있어 옮기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직원과 노조에 이런 내용이 전달이 잘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며칠 안에 임시 거처를 옮길 예정”이라고 답했다.
병원장도 13일 ‘직원 탈의실 이전 관련 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며 “지난 목요일 오후 간호본부장·시설팀장 등과 둘러보고, 하루 속히 다른 탈의실을 마련하라 조치했고, 며칠 내로 다른 탈의실이 마련될 예정이었다. 그사이 노조가 병원에 확인도 않하고 노보를 발행하고 주말 사이 일부 언론이 과장된 내용을 제대로 사실 확인 없이 보도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는 “10일 소식지를 낸 후 병원측 실무자들을 만났을 때 자신들도 이전한 탈의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며 “병원장이 그런 지시를 내렸으면 실무자들이 전혀 몰랐을 리가 없다. 궁지에 몰리자 벗어나기 위한 주장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