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획] 온 마을이 함께 이루는 행복배움교육, 동광중학교
[교육기획] 온 마을이 함께 이루는 행복배움교육, 동광중학교
  • 이종선 기자
  • 승인 2020.01.10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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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24> 동광중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6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7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6년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동광중학교는 강화군 양도면에 위치해있다. 학교 근처에 진강산과 강화해변이 있어 자연친화적 환경을 자랑하지만,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시골이라 몇 년 전까지 학생 수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2017년 행복배움학교 지정 이후 분위기가 반전돼 지금은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다. 행복배움학교 효과라 할 수 있다.

도시에 거주하며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 촌에 별장식 집을 두고 주말에만 다녀가는 ‘오도이촌(五都二村: 일주일 중 5일은 도시, 2일은 시골)’ 생활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강화군 양도면에서는 행복배움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위해 ‘오촌이도’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인구가 적은 시골이지만, 동광중과 그 근처 또 다른 행복배움학교인 양도초교가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동광중을 찾은 이유를 살펴봤다.

학생 중심으로 민주적 교육공동체 조성

동광중은 3월 입학식부터 남다르다. 신입생이 보통 20여 명 들어오는데,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학생ㆍ교직원ㆍ학부모가 모두 강당에 모여 동그랗게 앉는다. 교사ㆍ학생 대표가 신입생들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읽어주며 환영한다. 이때 신입생 학부모들은 선배 학생들에게 신입생들을 잘 챙겨달라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신입생들은 학교생활을 임하는 다짐을 밝힌다. 서로 축하와 격려의 말을 주고받은 뒤, 선배 학생들이 음악공연으로 다시 한 번 환영한다.

동광중학교 입학식 모습. 다같이 모여 원형으로 앉는 모습이 특징이다.(사진제공 동광중)

수많은 학생을 도열해놓고 진행하는 입학식과 다른 모습이다. 물론 동광중 학생 수가 적은 편이라 가능한 형식이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중요하다. 동그랗게 앉아 최대한 서로 눈높이를 맞추면서 학교 구성원 모두 동등하다는 민주적 가치를 처음부터 일깨워준다. 덕분에 신입생들은 입학식 긴장감을 덜 수 있다.

이처럼 동광중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을 알뜰히 챙긴다. 이는 양도교육포럼과 연계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양도교육포럼은 동광중을 포함한 양도면 소재 학교(양도초교ㆍ조산초교ㆍ산마을고교) 교직원들이 모이는 자리다. 이 포럼에서 교사들은 교육연구뿐만 아니라 학생 관련 정보도 서로 교환한다. 이 덕분에 학생들을 잘 이해할 수 있다. 양도면 전체에서 학생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셈이다.

이는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으로 이어진다. 동광중에서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귀를 기울이며, 모두 주인공이 된다. 평소 수업이 아니어도 체육대회에서 모든 학생을 생각하는 게 드러난다. 동광중은 체육대회를 ‘학생건강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 이날 오전에는 모든 학생이 학교에서 체력을 측정하고 근처 보건소를 방문해 구강관리 교육과 신체검사를 받는다. 지난 1년간 자신의 신체가 얼마나 성장했고 앞으로 건강을 어떻게 가꿔야하는지 깨닫는다.

오후에는 체육활동을 진행한다. 몇몇 대표 학생만 참가하는 축구나 피구 대회가 아니라,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종목으로 구성한다. 전교생 60여 명이 모둠 4개로 나뉘어 꼬리잡기ㆍ림보ㆍ신발멀리던지기 등을 진행한다. 또한 소방대원을 초청해 응급처치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경진대회도 연다. 평상시 체육활동을 활발하게 하지 않는 학생도 체육대회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으며, 심한 경쟁으로 얼굴 붉힐 일도 없다.

학생들 스스로 큰 행사도 ‘척척’

학생들은 넘치는 자신감으로 수학여행도 스스로 기획한다. 획일적인 일정에 맞춰 수동적으로 장소와 공간을 이동하는 체험학습이 아닌,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계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다. 게다가 교과 내용도 수학여행 일정에 녹여낸다.

지난해 동광중 학생들은 5월 수학여행을 앞두고 스스로 논의해 장소를 서울로 선택했다. 그리고 3월부터 전교생이 모둠 6개로 나뉘어 2박3일 일정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어떤 모둠은 ‘역사’를 테마로 정해 궁궐과 일제강점기 항일 유적들을 위주로 여행을 다녔다. 또 어떤 모둠은 ‘서울의 길’을 테마로 해서 청계천ㆍ인사동ㆍ덕수궁길 등을 돌아다녔으며, 또 다른 모둠은 ‘건축물’을 테마로 정해 의미 있는 건축물들을 방문했다.

지난해 5월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 청계천을 방문한 학생들.(사진제공 동광중)

학교 공간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도 구성원 참여가 돋보인다. 동광중은 지난해 초 ‘미래교실 학교 공간 혁신사업’ 공모에서 선정됐다. 그 이후 학생들이 제일 많이 머무르는 공간인 교실을 공간 혁신 대상으로 선택해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급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설계에 관한 기본 지식을 알려주는 디자인 워크숍을 운영했으며, 공간 설계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최종보고회로 공간 혁신 대상 디자인을 결정했다. 겨울방학 중으로 시공한 뒤 개학을 앞두고 사업 평가를 할 예정이다.

온 마을과 함께, 경험 중심 행복배움교육

앞서 말한 양도교육포럼을 넘어 양도면에선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진강산 마을교육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다. 양도면 학생들 교육에 관심 있으면 누구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 단체는 ‘문화예술 재능 나눔 씨 마켓’ 축제를 1년에 두 번 진행한다. 벼룩시장과 다양한 무대행사를 펼치고 부스를 운영한다. 지난해 이 축제에 동광중도 참가해 자원봉사ㆍ부스 운영ㆍ장기자랑 등을 했다.

동광중 축제가 지역 축제가 되기도 한다. 동광중은 매해 10월 ‘동녘제’라는 축제를 여는데, 이 축제에 주변 양도초교ㆍ조산초교 학생과 학부모들도 참가한다. 지난해 축제에서 초등학생들은 동광중 선배들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여러 가지 부스를 체험했다. 또한 학생들의 다채로운 공연뿐만 아니라, ‘아빠 밴드’의 축하공연도 열렸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어우러지는 교육공동체 축제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축제 '동녘제'(사진제공 동광중)

동광중 축제는 또한 수학여행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시도했다. 지난해 학생회장을 맡았던 안경효 학생은 “수학여행이나 축제를 학생회가 나서서 학생들도 적극 참여할 수 있게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성숙하고 민주주의 참여 원리를 배운 것 같아 뿌듯했다”고도 말했다.

학생들 직업체험을 위해 지역사회 도움도 많이 받는다. 동광중 학생들은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남문한옥 대명헌을 방문해 문화해설사 체험을 진행했다. 또한 미술관과 협력해 큐레이터, 경찰서와 연계해 경찰관 체험을 했다. 강화농협 직원들을 학교로 초청해 자산관리를 배우고 은행을 방문에 계좌와 체크카드를 만들었다.

이처럼 동광중 교육은 다양한 경험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체험학습이 아닌 배움 활동으로 살려내기 위해 교과수업 내용과 연결하고 사전 교육을 진행한다.

사회ㆍ도덕ㆍ역사 융합수업으로 민주주의를 배우는데, 우선 민주주의 작동 원리를 공부한다. 이어 국회의사당이나 강화군의회를 방문해 의사 결정 과정을 체험한다. 체험을 다녀온 뒤 보고 느낀 점을 되짚어보며 교육 내용을 온전히 이해한다.

처음에는 학부모들조차 체험학습을 배움의 과정으로 인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점차 동광중의 교육철학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매학기 진행하는 전체 학부모 간담회와 연말에 진행하는 학급 간담회로 교사와 학부모가 지속적으로 소통했기에 가능했다.

민주시민교육으로 권리 깨닫기

지난해 말 동광중 학생들은 학교생활규정을 스스로 만들기 위한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어른들이 정한 기존 규율은 지금 학생들의 생각과 괴리감이 있으니 학생들이 직접 정해야한다는 취지였다. 학생들은 민주시민교육 수업을 받으며 이런 생각을 깨우쳤다. 일례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화장 금지 규정을 학교가 장려한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했다.

학교는 외부에서 토론 진행 강사를 초청해 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학생회장 선거 시기, 학급 반장 1년제, 체육시간 외 체육복 착용 금지, 교복 외 외투 색상 규제, 등교시간, 휴대전화 수거, 학생 사이 존중 등 다양한 안건을 논의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은 올 초에 진행할 학부모총회에 전달돼 재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