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술하는 원태윤 씨
마술은 여행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만국공통어
인천 문화 불모지, 거리공연 잡상인 취급 아쉬워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우연한 만남을 즐거운 추억으로 바꿔주는 놀라운 사람이 있다. 인천에 터를 잡고 공연예술로 색다른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는 ‘마술하는 원태윤’은 마술로 신세계를 연다.

그가 거리에 나서 ‘마술 버스킹’을 하면 우연히 지나가다 보는 사람들은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의 마술을 보면 마치 소설 한 권을 읽는 것처럼 긴장과 스릴, 고비를 겪은 후 해소를 느끼는 희열감 같은 감정이 요동친다.

마술처럼 즐겁고 희망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마술하는 원태윤 씨.

“마술하는 원태윤입니다.”

그를 만나기로 한 날 겨울비가 내렸다. 그를 기다면서 카페 창문 밖 비 오는 풍경을 바라봤다. 거리의 사람들이 옷깃을 여미고 바삐 지나갔다. 곧이어 원태윤 씨가 마술처럼 내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원태윤입니다. 일찍 오셨네요.”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황임에도 바로 상대방을 알아봤다. 원 씨는 구월동과 멀지 않은 연수구 동춘동에 살고 있다. 버스를 타고 왔다는 원 씨와 마치 오래 만난 사이처럼 이야기를 나눴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원 씨는 마술 경력 13년차다. 중학교 2학교 때 여자 친구를 사귈 목적으로 마술을 시작했다. 마술에 점차 흥미를 느끼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연무대에 올랐다.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독학으로 연습했고, 몇 분에게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 부산에 있는 대학 마술학과를 다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스스로 연습하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

원 씨의 마술 솜씨는 예사롭지 않다. 남들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경지다. 어려운 기술을 지속적으로 연마해야하는 마술을 그는 왜 계속한 것일까.

“처음 무대에 올랐을 때 느낀 떨림과 긴장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무대 공포증이 있어서 당시 어떻게 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실수 없이 잘 끝냈다. 그날 몸으로 느낀 것들이 지금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원 씨는 10년 넘게 거리와 실내 무대에서 마술을 하고 있지만, 업(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마술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얽매이는 느낌이다. 내 스스로 즐기면서 하고 그게 좋아서 기술을 계속 연마하는 것이기에 나를 소개할 때에도 마술사가 아닌 ‘마술 하는 원태윤입니다’라고 한다.”

원태윤 씨는 거리공연예술이 잡상인 취급받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사진제공 원태윤)

사람들과 마음으로 소통, 끊임없이 노력

원태윤 씨는 지금까지 해외공연 510회 이상을 다니는 등,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마술로 명성을 쌓고 있다. 국내에서도 연간 400회 이상 공연한다. 그에게 마술은 어떤 의미일까.

“마술은 만국공통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하나의 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기에 매우 큰 장점을 지녔다. 공연예술장르는 굉장히 많지만, 좀 더 임펙트 있는 장르로 마술만 한 것이 없다. 또,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자부심도 있다.”

마술의 종류에는 우선 공간으로 따지면 스테이지 또는 거리 마술이 있고, 동전이나 카드 등을 이용하는 클로즈업과 건물이나 사람이 없어지는 일루젼 마술이 있다. 원 씨는 주로 무대에서 하는 퍼포먼스 위주 마술을 한다.

“나는 주로 거리나 무대에서 사람들을 대한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저글링ㆍ풍선ㆍ버블ㆍ사슬과 구속복 탈출, 수정구술, 마스크 체인지, LED훌라후프 쇼 등 차별화한 공연을 주로 한다.”

그의 연습량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평소에는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니, 집에서 잠 자고 연습실을 가거나 공연 일정이 있으면 이동해 사람들을 만난다고 했다.

“마술 말고는 따로 취미로 갖는 것은 없다. 오직 마술에 집중하는 편이고, 평소 집과 연습실을 오간다. 연습은 주로 연수구 체육시설에서 한다.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꾸준한 연습이 답이다.”

원 씨의 요즘 주특기는 사다리쇼다. 사다리를 타면서 저글링을 한다고 상상해보자. 일반인이라면 상상도 못할 고된 연습이 필요하다.

“배움을 이어가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서커스 양성과정에 참여했다. 사다리를 타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싶어서다. 무대나 거리에서 보통 수백 명이 관람하는데, 아이들은 뒤에 서 있으면 나를 볼 수 없다. 그래서 시도했다.”

말레이시아 겐팅하이랜드 공연.(사진제공 원태윤)

“마술할 때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카페에는 커피향이 가득했다. 비 오는 겨울 풍경이 이국적으로 느껴졌다. 원 씨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가 오직 감정적으로 풍부할 때는 마술을 할 때다.

“어느 날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서 공연할 때다. 한 어머니와 아이가 내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아주 잘 봤다며 다음에 또 보러 오겠다고 했다. 그 가족은 광주에서 월미도에 왔다가 우연찮게 내 공연을 봤다. 그런데 다음 공연 때 일부러 와서 또 보고 갔다.”

원 씨는 그게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우연히 만난 사람들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된 것이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고 했다.

“아이가 다시 왔을 때는 손으로 쓴 편지를 건네줬다. 그리고 돼지저금통에 모았던 용돈을 선뜻 내게 주고 갔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내가 사람들에게 즐거운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노력하게 된다.”

그는 해외 공연도 많이 다녔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거의 다 갔고, 특히 싱가포르의 공연 환경이 좋다고 했다.

“싱가포르는 국내 마술공연가가 많이 찾는 곳이다. 관광객이 많은 지역으로 거리공연은 물론 놀이공원에도 무대가 많다. 국내에선 겨울에 추워 공연하기 쉽지 않다. 기회가 되면 해외로 나가 내 마술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다.”

마술하는 원태윤.(사진제공 원태윤)

거리공연 잡상인 취급 받아, 인천 문화 불모지

그는 인천에서 마술로 버스킹을 시도했다. 마술로 거리공연을 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마술공연을 거리에서 하는 것은 아마 내가 처음일 것이다. 그동안 구월동과 부평, 월미도, 송도 센트럴파크, 솔찬공원 등에서 공연했다. 센트럴파크의 경우 내가 공연한 후 버스킹 존을 만든 것으로 기억한다.”

원 씨는 실내 무대에 주로 서지만, 거리공연에서 힐링을 받는다고 했다. 우연한 만남과 사람들의 생생한 반응이 희열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거의 모든 지역이 그렇지만, 특히 인천은 거리공연을 하기에는 벽이 높다고 했다.

“어느 날 센트럴파크에서 공연하는데, 잡상인 취급을 받았다. 보통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은 모금함을 두고 하는데, 그건 지속성을 위한 것이다. 나는 재능기부로도 거리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만, 공연하지 못하게 할 때 마음이 아팠다.”

지나가는 거리에서 우연히 생생한 목소리로 노래하거나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다. 시끄럽다고, 보기 싫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즐거워하거나 감동을 받고 가던 길을 간다.

국내 거리공연 여건은 말 그대로 호락호락하지 않다. 공공시설이나 공간에서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허가된 공간에서 초청 형식으로 진행하기는 하지만. 버스킹은 다른 말로 ‘문화적 자유’의 한 부분이기에 이들의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인천에 문화예술인이 많다. 하지만 거의 서울로 떠난다. 인천이 문화 불모지로서 지역 인재를 다른 지역으로 떠나보내고 있다. 거리공연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준다. 거리의 활력이 누군가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감동으로 기억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문화정책이 있을까.”

산불이 났다고 사람이 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듯, 담을 수 있는 그릇과 조절이 필요하다. 시민들의 자유와 재능이 자연스럽게 발휘될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그는 말했다.

“인천에는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장소가 많다. 특히 공원에서 공연하는 것은 더 없이 좋다. 다만, 많은 사람(=버스킹하는 사람)이 난립할 것을 걱정할 수 있는데, 그건 기우다. 공모로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다.”

원태윤 씨는 개인 콘서트를 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사진제공 원태윤)

“내 이름 걸고 콘서트 열고 싶다”

원 씨는 마술 실력을 높이기 위해 평소에도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다. 다음 계획이 궁금했다.

“평소 연습공간이 많이 없긴 한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올해 또는 내년에 개인 콘서트를 하고 싶다. 매직 콘서트. 시간을 헛되게 보내고 싶지 않다. 그리고 재능기부로라도 거리공연을 계속하고 싶다.”

주말에 월미도에 가면 그를 우연찮게 볼 수도 있다. 그는 상인회에서 예전과 달리 긍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요즘은 겨울이라 춥고 퍼포먼스를 하다보면 부상 위험도 있는데, 어느 날 훌쩍 공연할 때도 있다. 공연을 보시면 많은 박수와 환호 부탁한다. 힘이 된다. 특히, 아이들이 즐거운 공연을 하려고 한다. 기대해주시라.”

음악이 흐르고 비가 내리는 카페에서 대화가 즐거웠다. 창 밖에는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는 마치 주문을 외우듯 창밖을 바라봤다. 차고 날카로운 비가 마술처럼 자애로운 비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마술하는 원태윤' 인스타그램 @magicjuggling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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