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과 충돌하는 조례, 공유재산법 따르니 괜찮다?
민변 인천지부, “집회의 자유 위해 헌법 소원도 필요”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시의 ‘인천애(愛)뜰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 청구된 가운데, 이번에는 부평구가 부평역광장 등의 사용을 허가제로 전환하겠다는 조례안을 입법예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부평구 역전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 일부 내용.

부평구(구청장 차준택)는 지난달 ‘역전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조례안을 보면, 부평구는 부평역ㆍ백운역ㆍ동암역 광장 집회 신청을 불허할 수 있다.

특히, 이 조례안은 ‘공공질서와 선량한 풍속 등을 해할 우려가 있거나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경우 제한될 수 있다’라는 추상적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역전광장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집회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나와 있다.

이를 두고 ‘인권운동공간 활’의 활동가 랑희 씨는 “이 조례안은 광장을 민주적이고 열려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라며 “집회 가능 여부를 위원회의 가치판단에 맡기는 게 문제일 뿐만 아니라, 위원회 구성이 공개적이고 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평구는 행정편의만을 위해 추상적 내용의 조례로 다양한 시민의 요구를 제한하고 시민들을 통제하려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천지부의 최윤석 변호사는 “인천애뜰 조례와 비슷하게 부평구 조례안 역시 위헌 소지가 있어 보인다”라며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며 집회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례를 공포해 일종의 집회 허가제로 활용한다면 의견 제출과 함께 헌법 소원을 해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부평구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구의 행정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라며 “지금까지는 부평역광장을 별도 허가 없이 사용해 보도블록이 깨지는 등의 불편이 있었다. 역전광장은 교통광장이다. 행사를 하기 위해서 조성된 공간이 아니다. 공유재산법에 행정재산을 사용하려면 허가받아야 한다고 나와 있어, 그렇게 입법예고한 것이다”라며 “허가라고 써 있지만 사실상 신청과 다를 것이 없다”라고 했다.

이 조례안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과도 충돌한다. 집시법은 집회가 있기 48시간 전에 경찰서에 신고하면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례안을 보면, 광장 사용 60일 전부터 10일 전까지 구청장에게 신청서를 제출해야한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집시법은 집시법이고, 부평구 조례안은 공유재산법을 따르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부평구는 이 조례안에 대한 주민 의견을 1월 13일까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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