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한전에 녹지점용허가에 이어 도로점용허가 예정
부천시는 주민 편에서 한전과 법적공방 불사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주거지와 학교 바로 밑을 지나는 삼산동 특고압 문제와 관련해 부평구가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민들 편에 서서 법적공방까지 불사하는 부천시의 행정과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부평구는 1월 중으로 한국전력에 도로점용허가 연장을 해줄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녹지점용허가를 연장했다.

지난 1월 2일 인천 부평구 삼산동 주민들이 주거지 바로 밑을 지나는 특고압선 설치를 반대하며 60차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ㆍ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한국전력은 경기도 광명시 영서변전소에서 부평변전소까지 17.4km 구간에 특고압(34만5000V) 지중선로를 매설하는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선로는 부천 중동·상동과 인천 삼산동을 지나간다.

한전은 삼산동에 전력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 부평구로부터 녹지·하천·도로 점용허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하천점용 허가 만료일은 2023년 5월로 갱신여부를 논의하기에 멀었지만, 녹지와 도로점용허가 기간은 지난해까지였다. 한전은 설치한 전력시설을 합법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도 도로점용 기간을 갱신해야 했다.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는 부평구가 주민들을 대변해야 한다며 점용허가 연장을 반대해왔다. 겨우 지하 7m 깊이에 15만4000V에 이르는 고압선이 설치돼 전자파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한전이 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기 위해서라도 행정적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산동 특고압선 근처 주민 중 암 환자가 둘이나 발생했으며, 실내 전자파 수치가 선진국 기준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주민들은 다른 지역처럼 30m 깊이로 특고압선을 매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게다가 한전은 34만5000V 고압선을 추가 매설할 예정이지만 부평구는 팔짱만 끼고 있는 형국이다.

부천시 특고압 저지 의사 분명, 부평구는 ‘글쎄’

이는 주민들 뜻을 대변해 한전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부천시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당선인 시절부터 “특고압선으로 인한 전자파 우려가 있는 한전의 전력구 공사를 저지하겠다”고 밝혀왔다. 공사 구간에 해당하는 초·중·고교 14곳의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부천시는 한전이 신청한 도로점용 신청을 보류해왔다.

이에 한전은 주민들의 민원을 이유로 점용허가 결정을 미루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2월 승소했다. 한전은 다시 도로와 공원 점용허가를 신청했고 부천시는 이번엔 불허 결정을 내렸다. 선로가 부천실내체육관 부지도 관통하기에 부천시는 공유재산사용허가도 불허했다.

한전은 지난해 6월 공유재산사용 불허가에 대한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11월에는 도로·공원 점용에 대한 불허가처분취소소송도 제기했다. 그러나 공기업인 한전이 오히려 주민들의 안전 우려를 해소하지 않은 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가운데 ‘부천특고압주민대책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서진웅 전 경기도의원을 위원장으로 선출해 촛불집회와 1인 시위 등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책위는 전력구 설치 노선 우회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설치된 15만4000V 특고압선도 함께 이전해야한다고 요구한다.

또한 해당구역이 지역구인 설훈(민주, 경기부천원미구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해서 한전 부사장을 증인으로 세워 특고압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부천시장을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은 특고압 문제이 있어서 확실히 주민 편에 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평구는 이와 확연히 비교된다. 차준택 구청장은 1년 넘게 삼산동 특고압 문제를 미온적인 자세로 대처하고 있다. 주민 편에서 한전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행정조치들이 분명히 있지만, 오히려 각종 허가들을 내주며 한전 편에 서는 모습이다.

홍영표(민주 부평을) 국회의원도 “특고압선에서 측정되는 전자파는 낮은 수준이며, 주민들이 과민반응한다”는 발언으로 문제해결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바 있다.

한편, ‘삼산동 특고압 설치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는 매주 목요일 저녁마다 촛불집회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9일에는 61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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