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 치료에 사용하는 약을 보통 ‘항경련제’라고 부른다. 항경련제가 부작용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항경련제 효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듯하다. 약을 먹으면 경련이 억제돼 아마도 뇌기능에 유익한 치료효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항경련제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뇌전증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며 뇌기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 짐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잘못된 생각이다. 안타깝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항경련제는 뇌전증 자체에는 치료효과가 거의 없다.

‘항경련제 복용은 뇌전증의 장기적 예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라는 명제는 매우 명확하며 과학적 사실이다. 여기서 장기적 예후라는 게 중요한데, 바로 5년 뒤, 10년 뒤를 말한다. 소아뇌전증이라면 아이가 성인이 된 시기에 경련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여부가 바로 장기적 예후를 의미한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든 안 하든 10년 뒤 뇌전증 호전과 악화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즉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다.

10년 뒤 뇌전증이 호전된 환자는 항경련제 복용 여부에 상관없이 자연경과에 의해 호전된다는 것이다. 역으로 항경련제를 복용하지 않은 채 10년 뒤에도 경련을 지속하고 있는 환자는 항경련제를 먹었다 해도 치료되지 않는 상태는 동일할 것이란 의미이다.

결국 항경련제 복용 여부는 뇌전증의 자연경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항경련제는 단지 12시간의 경련을 억제하는 단기간 효과를 목적으로 투약될 뿐이다. 단순 경련 억제 효능을 두고 ‘치료’라는 표현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항경련제 치료효과가 70% 이상이라고 알려진 것은 냉정히 말해 ‘치료율’이라기보다는 ‘경련 억제 효과’가 나타나는 비율을 의미한다.

뇌전증에 항경련제는 고유한 의미의 치료적 효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 경련 억제 효능을 가진 약으로 상당한 부작용이 동반된다. 그러나 경련 억제 효율은 매우 뛰어나 뇌전증 환자가 항경련제를 먹기만 하면 경련은 70~80% 억제된다. 그런 의미에서는 매우 유용하다.

환자나 보호자는 이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한다. 항경련제가 뇌전증을 고쳐줄 것이라 생각하고 복용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뇌기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면 더더욱 착각이다. 다만 항경련제가 주는 장점과 단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약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태도를 견지해야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라면 득실을 잘 따져 항경련제 복용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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