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2020년, 다시 맞은 새해다. 누구라도 근사한 계획이나 새로운 다짐 몇 개쯤은 마음속에 쟁여두고 무얼 먼저 시작하고 어떻게 할지 궁리하기 마련인 때다.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가 벌어지는 해여서 갖가지 정치권 소식이 쏟아지지만 해가 바뀌어도 국민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감동보다는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이 여전히 실망스럽다.

해마다 이맘때 공연장은 한해 공연을 치르기 위한 점검에 들어간다. 바로 지난달 말까지 하반기에 집중된 공연을 치러낸 설비와 장비를 살피는 일이다. 무대의 여러 기계설비나 음향과 조명 등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안전한 공연장 운영을 대비한다. 그야말로 ‘닦고 조이고 기름을 치는’ 작업을 2~3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벌인다.

객석에서 관객으로 앉아 여유 있게 공연을 관람하는 것과는 달리, 사실 공연장은 매우 복잡한 기계와 장비들이 쉼 없이 작동하는 곳이다. 또한 공연마다 다른 형태의 무대를 운영하기 때문에 쓰이는 장치와 장비도 다르고, 장비들의 위치도 제각각이다. 게다가 무대 뒤는 물론이고 무대 위와 아래 공간은 공연장마다 달라서 상당히 위험한 곳이기도 하고, 미로 같은 구조여서 공연장 전문 인력이 아니면 함부로 드나들 수도 없는 곳이다.

좋은 공연으로 관객들과 예술가들이 교감하게 하는 공간이 공연장의 주된 기능이지만, 그런 공연을 안전하게 진행해야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이 때문에 공연을 준비하는 예술가나 단체에 안전한 공연을 거듭 강조하곤 한다. 공연장 안전은 법으로도 지정하고 있는데, 공연법에서는 공연장 담당자들을 비롯한 공연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안전교육을 시행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때때로 공연자들의 반발로 시비가 일기도 한다. 모든 공연마다 스태프 회의 등으로 사전에 공연자들의 안전교육 이수가 필수 사항임을 확인한다. 약 50분간 공연장안전지원센터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고 확인증을 받아야하는데, 막상 교육을 이수하지 않고 공연장으로 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에는 공연장에서 안전교육 1시간을 진행해야 하는데, 공연자들로서는 코앞에 닥친 공연 준비를 내세우며 시간이 없다고 우기거나 공연장이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한다. 심한 경우 공연을 철수할 테니 공연장에서 책임지라는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실내외를 막론하고 공연장 근무자들뿐만 아니라 공연자들에게까지 안전을 우선하는 까닭은 관객을 포함해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최상의 공연을 나누기 위해서다. 지난 연말에도 방송사 공연에서 가수가 무대에서 떨어져 심하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공연장 안전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미처 대비할 겨를이 없다. 공연장 안전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까닭이다. 관객은 물론이고 모든 공연자들이 안전해야 무대 위 공연도 자연스럽고 감동스럽다. 더 이상 공연장 운영자가 요구하는 안전교육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귀찮은 일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올 한해에도 안전점검을 거친 안전한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멋진 공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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