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갑 26대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지금 노동조합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조합원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정기 현장 순회를 늘리고, 쟁점이 되는 사안이 있다면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객관적인 대안을 만들고 집행하려고 한다.

사업을 집행할 때에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집행하고 조합원들의 고충 처리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3년 전 노조가 각종 비리로 무너진 상황에서 25대 집행부가 들어서며,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구조 조정을 맞이하면서 대안을 만들지 못했고 조합원과 함께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김성갑 신임 지부장이 '인천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한국지엠 부평공장에 위치한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김성갑(54) 신임 지부장은 26대 노조는 조합원 신뢰 회복에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1986년 한국지엠의 전신이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뒤 1990년 11대 쟁의부장, 1996년과 2000년 수석부위원장, 2005년 부당해고자 복직투쟁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김 지부장의 임기는 2021년 12월 말까지 2년이다.

입사 후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던 김 지부장은 1987년 6.29 민주화선언과 노동자 대투쟁을 경험하면서 활동가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기숙사 자치회장이었던 그는 선배들의 파업에 동참했고, 기숙사에 거주했던 노동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자치회장이라 기숙사 대표를 맡으며 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투쟁의 현장에서 바로 노조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34년 간의 노조 활동 기간 동안 구속을 3번 당하고 해고를 2번이나 경험했다. 1987년과 1991년 각 1개월과 1년 6개월 구속됐고, 2001년에는 대우자동차 대량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다 7개월 간 구속 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과정에서 해고를 2번 당해 총 10년 간 해고자 생활을 했고 복직 투쟁도 벌여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조합원으로부터 신뢰 회복과 한국지엠 미래차 생산기지화, 대등한 노사 관계

김 지부장은 “조합원으로부터 신뢰 회복과 함께 중요한 것은 한국지엠의 미래 발전 전망을 찾는 것”이라며 “회사의 계획이 담긴 포트폴리오를 보면 2022년 8월 후에는 부평 승용2공장에는 아무런 계획이 없다.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 생산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한국지엠의 모회사인 글로벌지엠의 계획을 보면,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중점적으로 생산하겠다는 것을 밝히고 전세계 공장의 화석 연료 자동차 생산 라인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지엠도 거기에 맞춰 미래차(친환경차) 생산기지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김성갑 신임 지부장이 '인천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밝힌 ‘2030 자동차 산업 로드맵’ 자료를 보면, 2022년이면 전세계 친환경차가 1000만 대 보급되고 2030년에는 3000만 대가 보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 지금이 한국지엠의 미래차 생산기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지부장은 “자동차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기도하고 지역에 많은 협력업체들이 있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미래차에 대한 부분이 없으면 한국지엠의 미래가 없기에, 노조·협력업체·인천시민사회·산업은행·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미래차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한국지엠이 미래차 생산기지화 할 수 있게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울어진 노사 관계를 대등하게 만드는 데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현재 한국지엠은 일방적인 노사 관계로 엉켜있는 상황이라, 2020년에는 노사 관계를 상호 존중과 소통하는 관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지부장은 언론대응팀 신설 계획도 밝혔다. 김 지부장은 “지금까지 한국지엠 관련 보도 시 노조의 정확한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언론 대응이 미흡했다”며 “노조의 입장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언론대응팀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교육선전실과 전국금속노조 대외 담당 등과 함께 상시적인 언론 대응이 가능한 팀을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언론사 기자들과의 일상적인 네트워크 구성과 예상되는 이슈에 대한 빠른 대응, 진보적인 언론과의 교류 협력 강화 등을 계획 중이다.

2019년 임금교섭 2월 말쯤 이어갈 듯, 비정규직 제도 철폐가 원칙 

지난해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26대 집행부로 넘어 온 2019년 임금교섭과 관련해선 1월 말 대의원 선거와 2월 중순 정기 대의원 대회 후 2월 말께 진행할 예정이다. 전 지부장과 사측이 얘기했던 핵심 요구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20년 임금단체협약 관련 교섭은 2019년 임금교섭이 마무리된 후 진행한다.

김 지부장은 부평공장 비정규직 복직 문제와 창원공장에서 일어난 비정규직 노동자 580명 대량 해고 등 비정규직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김 지부장은 “원칙적으로는 비정규직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지엠은 불법파견이 법원에서 확정됐음에도 재심을 청구하는 등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불법파견이 인정된 비정규직은 즉각적인 정규직화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창원공장은 정규직 2교대제를 1교대제로 전환하면서 남은 비정규직 인력 580명을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 통보하면서 나타난 문제”라며 “단체협약 조항에 교대제 변경은 노사 합의로 하게 돼있는데 노조는 합의한 적이 없고, 원칙적으로 1교대제 전환을 반대한다. 노사 협의 통해서 2교대제 유지와 1교대제 회피, 총고용 보장과 일자리 나누기 등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김성갑 신임 지부장이 '인천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끝으로 김 지부장은 금속노조의 산별 정책과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전 노사정위원회) 참여와 관련한 의견도 전했다.

김 지부장은 “대공장에 속한 금속노조가 지역 지부로 편제돼야 한다”며 “현재처럼 대공장 노조가 중앙의 지부로 돼있고 지역에도 지부가 있는 상황에선 사측의 소극적 참여로 임금교섭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 등 금속노조에 속한 대공장의 사측이 중앙에서 임금교섭을 할 때 제대로 참여를 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공장이 속한 금속노조 지역지부의 지회로 들어가야 사측이 책임성을 가지고 교섭에 참여할 수 있고,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지역의 임금체계 양극화도 해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지부를 예로 들면, 금속노조 인천지부 한국지엠분회가 된다.

경제사회노동위 참여와 관련해선 “친 재벌 정책이 아니라 재벌의 견제와 감시 강화 기능을 하고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편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현재의 위원회는 노동자를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라 참여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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