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와 친구들’ 남선정 사무국장 등 활동가 인터뷰
인천 남동유수지, 저어새 최근접 관찰 번식지
인식증진과 교육활동으로 개체수 매년 늘어나
대표적 환경지표종으로 보호활동 지속해야
“남동유수지에 교육활동 위한 공간 마련 필요”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저어새는 지구상에 4500마리 정도 남은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이다. 한국에서 번식하고 대만에서 월동하는 개체다. 특히 서해와 인천 등에서 주로 번식활동을 한다.

저어새는 인천이 고향이다.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했다가 봄이 되면 다시 돌아온다.

저어새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흔히 저어새라고 하면 얼굴과 부리 모두 검은색인 ‘검은 얼굴’ 저어새를 말한다. 또 다른 하나는 노랑부리 저어새다. 노랑부리 저어새는 얼굴이 검지 않고 부리 앞쪽이 노란색을 띄고 있다. 노랑부리는 시베리아와 한국을 오가는 겨울 철새다.

저어새는 부리로 물 속을 저어서 먹이 활동을 한다. 그래서 얕은 물가와 습지대에서 서식한다. 인천은 국내 최대의 서식지이다. 올해 1000쌍 정도가 국내에서 번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인천에서 모니터링 된 것이 800쌍이다.

인천에서 본격적으로 저어새에 대한 관찰과 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9년부터다. 저어새는 한국전쟁 후 70년대까지만 해도 300개체도 되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 멸종 위기에 빠진 적도 있다.

저어새에 대한 관심은 1990년대 대만에서 시작했다. 대만에 서식하는 저어새는 번식을 위해 한강과 비무장지대(DMZ), 강화도 등지에서 오고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 관찰된 것은 강화도 우도가 처음이다. 이후 교원대 김수일 교수에 의해 이들에 대한 학술연구와 보호활동이 활발히 진행됐고, 인천 남동유수지에서도 2009년 남동유수지에서 4둥지가 발견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현재 번식을 위해 인천 남동유수지를 찾는 저어새는 200쌍으로 알려졌다. 10년 전에 비해서는 엄청난 성과다. 환경부에서 남동유수지 번식지에 너구리 등 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시설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저어새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이들이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저어새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생태계가 교란됐다면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결국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다.

저어새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시민사회단체 저어새네트워크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영리단체로 거듭난 ‘저어새와 친구들’이라는 단체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인 관찰과 보호활동, 그리고 인식증진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관찰 보고서는 인천시 환경 정책에 반영되는 등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저어새와 친구들’의 주요 활동과 앞으로 계획이 궁금했다. 인천시청에서 남선정 사무국장과 활동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어새와 친구들' 남선정 사무국장

저어새의 고향 인천, 남동유수지는 중요 번식지

저어새는 전 세계에 6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검은 얼굴’과 ‘노랑부리’ 2종류가 동아시아 쪽에서 서식한다. 특히 한반도 서해와 인천은 검은 얼굴 저어새의 매우 중요한 번식지이다. 이들은 매년 봄 인천과 서해를 찾는다.

“검은 얼굴 저어새는 봄에 왔다가 번식을 하고 겨울에 월동을 하기 위해 대만이나 홍콩 등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한다. 인천은 이들의 고향이다. 매년 1월에 전세계 동시 모니터링을 하는데, 4500여 마리가 관찰됐고, 국내에만 1000쌍 정도 되고 80%가 인천과 서해에서 번식한다.”

남선정 사무국장은 저어새와 관련한 그동안의 관찰 내용을 쏟아냈다. ‘저어새와 친구들’, 그 전의 저어새네트워크는 저어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인식보전활동, 번식지 환경 보호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남동유수지에는 2009년부터 저어새 둥지가 관찰됐다. 4개 둥지에서 저어새 새끼 6마리가 번식에 성공했고, 2017년까지 지속적인 보호활동으로 230마리까지 번식에 성공했다.”

저어새는 1900년대 초반에 1만 마리까지 있었다는 했다. 그리고 한국전쟁 등 인간이 일으킨 환경파괴로 인해 60년대에는 300마리 정도로 개체수가 급감했다고 한다.

“환경단체 등에서 인식증진활동 등을 통해 그나마 멸종의 절벽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다. 이들이 보다 안정적인 번식활동을 위해서는 1만 마리 정도까지는 개체수가 늘어나야 한다.”

저어새는 국내 천연기념물이자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됐다. (사진제공 환경부)

1990년대부터 관심 커져, 인식증진활동 성과

국내에서 저어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1968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학술과 환경시민단체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저어새의 고향이 인천이라면, 이들이 월동하는 나라는 대만이다. 대만 타이난 등에는 저어새 서식지를 국립공원으로 만들 정도로 애정을 쏟고 있다. 이들이 90년대 연구를 시작하면서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인데, 위성 추적 장치를 부착해 경로를 연구했더니 국내 한강 유역과 비무장지대에서 번식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내 저어새 연구는 작고한 교원대 김수일 교수의 노고가 크다. 그는 국제심포지엄을 열고 환경연합과 함께 인식증진활동에 매진했다.

“김수일 교수를 시작으로 저어새 등 보호활동이 확산됐다. 현재까지 10배 이상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도 그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해 연평도 가는 길목에 우도가 있다. 우도 옆에는 석비도가 있는데, 해군 함포사격을 하는 곳이었다. 그 섬에는 저어새가 서식하고 있었는데, 함포 사격을 멈추게 한 것도 그 영향이었다.”

저어새는 연평도 등지에서도 많은 번식활동을 하고 있다. 저어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이다. 그리고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는 등 3개의 타이틀을 가진 매우 귀한 조류이며, 환경지표종이다.

“과거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던 이유 중에는 생태계 교란으로 천적의 습격이 많았던 것도 있지만, 주로 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과 서식지 파괴가 주 이유다. 특히, 먹을 것이 풍부하지 않았을 때에는 사람들이 새 둥지에서 알을 훔쳐 먹었던 이유도 있었다.”

지금은 처벌 조항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저어새의 알을 먹지 않는다. 또, 인식증진활동을 그간 벌였기 때문에 인식이 나아졌다고 남 사무국장은 말했다.

'저어새와 친구들'은 저어새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교육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저어새는 대표적인 환경지표종이다"

저어새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다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이들이 환경지표종이기 때문에 지구상에 저어새가 없어졌다는 것은 인간도 지구상에서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말이다.

“저어새는 얕은 습지나 개천, 논, 갯벌 등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다. 민물과 바닷물에 사는 5cm 정도 되는 물고기를 먹고 사는데, 새끼를 낳고 먹이활동을 한다는 말은 물 속 생물 다양성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남 사무국장은 저어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고, 그렇다고 인공적으로 번식지를 조성할 수도 없지만, 자연 그대로 알아서 잘 살 수 있게 놔두면 된다고 말했다.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2009년 남동 유수지 번식활동이 확인된 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크게 이슈된 적이 있다. 신기했기 때문이다. 당시 송도국제도시가 한창 개발되던 때였고, 남동유수지 쪽은 5-7공구가 매립도 안됐던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특하게도 거기서 번식을 시작했으니 참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한다.”

남동유수지는 가장 근접하고 쉽게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곳에는 저어새를 관찰할 수 있는 탐조대가 설치돼있다. 시민들 누구나 찾아가서 볼 수 있다.

그런데 2015년 이 곳에 인천시가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려고 한 적이 있다. 환경단체와 저어새네트워크 등은 6개월의 민관 협의를 통해 이 건설 계획을 철회시켰다.

“당시 일부 공간을 매립해서 하수처리장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있었다. 결국 안하기로 결정됐지만, 이는 우리의 삶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문제였기 때문에 공감대를 얻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어새와 친구들' 탐조활동 모습 (사진제공 저어새와 친구들)

저어새 관찰과 교육을 위한 공간 마련해야

‘저어새와 친구들’은 그동안 저어새네트워크로 활동한 성과를 보다 많은 시민들과 나누고 활동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최근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됐다.

저어새에서 소래 제비, 교동 두루미 등 인천 생물 다양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그에 대한 보고서도 1년에 한 번 발간한다. 발간된 보고서는 인천시 환경 주요 정책에 반영된다.

“모니터링 보고서는 시에서 발행하고 있다. 단체 활동가 중심으로 정보가 한정돼 있다보니, 보다 많은 시민들과 연구자들에게 보고 결과를 나누기 위해 열리 자료로 누구나 볼 수 있다.”

‘저어새와 친구들’은 보고서 발간 이외에도 서식지 보호활동, 특히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식증진활동은 2009년부터 시작했고, 2016년부터는 학교에 직접 가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남동유수지를 찾아 현장에서 탐조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환경부 관련 사업을 통해 저어새, 습지, 생물다양성 등을 주제로 5회에 걸쳐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갈수록 프로그램도 다채로워졌다. 저어새로 대상을 한정했다가 이제는 오리, 기러기 등 겨울 철새와 소래 제비, 강화도 두루미 등으로 내용이 확대됐다.

저어새와 친구들에 활동하는 사람들은 숲해설가와 문화관광해설가, 해양환경교육 강사, 학교 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였다. 공통점은 자연을 사랑하고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이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탐조대와 현장 학습공간 등 센터를 유수지 쪽에 마련해 달라고 시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는 컨테이너 교실을 마련해 주겠다고 했는데, 이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탐조활동과 아이들 현장 학습을 위한 공간을 요청했는데, 시에서 하겠다고 해도 남동구에서 허락을 해야 한단다. 다른 계획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환경부에서도 나선 만큼 잘 풀리길 바라고 있다.

남 사무국장은 저어새가 인천은 찾아오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을 위한 잔치도 연간 3번 진행한다고 했다.

“저어새 잔치가 한 해에 3번 있다. 3월에는 환영 잔치, 5월에는 생일 잔치, 10~11월에는 환송 잔치가 있다. 많은 관심 바라고, 시민 여러분들도 참여할 수 있다. 살기좋은 인천, 저어새가 살기 좋은 인천이 바로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인식이 좀 더 확산되길 기대한다." 

인천 남동유수지는 저어새 탐조활동을 할 수 있는 도심 최근접 지역이다.(사진제공 저어새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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