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지음 | 사회평론 펴냄 | 2019.11.25.

[인천투데이] 언젠가 한번 써보고 싶었던 서평을 이번 기회에 써봐야겠다 마음먹었다. 책 내용은 한마디도 인용을 안 하면서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하는 서평 말이다. 당연히 실패할 글쓰기이겠으나, 연말에 쓰는 글이니 독자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리라 지레짐작하고 도전해본다. 누구나 ‘논어’는 읽어볼만하다고 말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을 테다. 그럴 때마다 꼰대라는 낱말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말하는 사람이 나이가 들고 보수적인 성향이라 그 책을 읽어보라 했을 법하다. 아니면, 그런 말은 들은 사람이 이제는 논어를 읽으면 이해할 만한 나이라 권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논어는 뭔가 구린 냄새가 난다는 오해를 받는다.

나도 그랬다. 젊은 날 교양차원에서 읽어보려 했지만, 도통 읽히지 않았다. 나이 탓이라 여겼다. 낡고 오래된 것을 소화하기에 나는 아직 푸릇하다고 여겼다. 나중에 보니 그것만은 아니었다. 번역이 문제였다. 한학 세대가 번역한 논어는 우리말 세대에게는 소통불가였다. 그런 책을 읽어보라고 했거나, 읽으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무모했다. 나중에 빼어난 번역으로 읽은 논어는 새로웠고 혁신적이었고 깊었다. 다음으로는 조선과 관련이 있다. 유가사유를 바탕으로 통치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통한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논어는 일종의 적폐였다. 그따위 사상을 배워 무에 하겠냐는 마음이 은근히 들었다. 하지만 논어 자체만 보면, 우리가 알던 유가와 달랐다. 원시유교라 할 때 그 원시라는 말에 깃든, 생생함과 날카로움에 놀라게 된다.

아무리 말해도 쉽게 동의를 구하기 어려운 일이다. 논어를 읽어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 칼럼으로 명성을 얻은 김영민 교수가 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읽어보았다. 부제가 ‘김영민 논어 에세이’인 데다 이 양반 이력을 볼라치면 하버드대학에서 동아시아 사상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니 얻을 게 많겠다 싶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안 읽어보아도 된다. 논어를 읽어본 사람은. 어떤 면에서는 불편하다. 굳이 그렇게 설명하지 않아도 될 법한데, 무리수를 두는구나 싶은 대목도 여럿 있다. 사회현상을 다루는, 촌철살인풍의 칼럼이라면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논어를 설명하는 데는 과장된 글이 아닌가 싶은 대목이 여럿 나온다. 요란한 장광설이라 혹평을 받을 만도 하다. 이쯤에서 의심이 든다. 본디 글쓰기를 이런 식으로만 할 줄 아는가? 글의 목적에 따라 어떤 것은 풍자적으로 써야하겠지만, 어떤 것은 진지하게 써야하는 법이다. 일괄적인 글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눈여겨볼 중요한 대목이 몇 나온다. 하지만 본인의 독창적인 해석이 아니라 벽안의 학자가 한 말을 인용했다. 물론, 인용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읽었다는 증거이고, 그 내용을 잘 이해했다는 말이고, 적재적소에 써먹었다는 뜻이다. 더욱이 서양의 동양학 수준이 상당하고, 일반인이 그것을 잘 모른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 하지만 결국 남의 이야기다. 적어도 결정적인 해석 부분에서 자신의 지적 성취를 선보여야한다. 그런데 그게 없었다. 그렇다고 아직은 함부로 저자를 비판할 단계는 아니다. 이번에 쓴 논어 에세이 다음으로 논어 번역 비평, 논어 해설, 논어 변역을 잇달아 펴낼 계획이라니 말이다.

아직 논어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읽어볼만하다. 전통적인 접근법과는 다르다. 옆구리를 훅치고 들어온다. 과장이나 장광설이 오히려 읽는 맛을 돋을 수도 있다. 고전이라는 광배를 없애버리고 맑디맑은 책으로 논어를 읽어보게 한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 다 읽어보고, 아 논어를 부담 없이 읽어보아야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다면 말이다. 논어라는 것이 공자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을 담아놓은 책이라면 어딘가 만만해 보이게 마련이다.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책이라 했으니 헷갈릴까?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이 무에 있고 절대 읽어서는 안 되는 책이 무에 있겠는가. 읽으면 된다. 읽다 안맞으면 버리면 된다. 그러다 다시 주워 읽어보는 책이 인생의 책이 되기 마련이다. 논어를 꼭 읽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읽으면 인식의 지평이 달라진다. 당신이 그 책을 읽든 말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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