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칼럼]찾아가 들어주는 동네복지부터 다시 시작하자
[사회복지 칼럼]찾아가 들어주는 동네복지부터 다시 시작하자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12.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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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진 인천재능대 교수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권현진 인천재능대 교수

[인천투데이] 12월은 올해 못 다한 숙제를 하듯이 소원했던 지인들에게 연락도 넣어보고 인사도 하면서 한해를 정리하는 달이다. 무엇보다 12월은 이웃사랑, 나눔의 시기다. 그런데 12월 10일, 인천에 ‘장발장 사건’이라고 불리는 일이 발생했다. 복지 사각지대 시민이 배고픔을 참지 못해 마트에서 먹거리를 훔쳤으나, 마트 주인과 이를 본 시민, 경찰 등이 사정을 이해하고 도왔다.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여러 언론매체에서 이 사연을 다뤄 각자 해법을 제시했고, 상이한 시각으로 분석도 했고, 긴급 토론회도 개최했다.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지 못하는 기존 복지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다.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굶주림에 음식물을 훔치는 상황까지 가게 됐다.

우리나라는 절대빈곤은 벗어났다고 하나, 아직 노인 빈곤율이 높고,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차상위 계층은 곳곳에 존재한다. 더욱이 빈곤율을 계산하는 방법과 기준도 다른 국가들보다 엄격해, 빈곤율이 체감보다 항상 낮게 측정된다. 절대빈곤층은 한 번 빈곤해지면 다시 헤어 나오기 어려운 구조가 더 큰 문제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실직 기간에는 빈곤하지만, 재취업하는 순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력이 없는 독거노인이 한 번 빈곤해지면, 건강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빈곤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누구나 가장 빈곤할 때는 월급이나 용돈 받는 전날 일 것이고, 가장 풍족할 때는 월급이나 용돈을 받는 날일 것이며, 몫 돈이 들어가는 일이 생기면 씀씀이를 줄여야할 것이다. 즉, 빈곤은 동태적인 것이며, 누구나 처할 수 있다. 다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것인지를 질문하면, 가족이나 친구가 통상 거론된다. 그렇다. 연락 한 번에 보이스피싱 의심하지 않고 바로 도움을 주려는 주변 사람 몇은 있을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 사람들은 주변에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고, 자신의 어려움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친구나 이웃이 없는 경우가 다수다. 이번 사연에서 어려운 이웃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해되고 절도행위조차 용서하게 된 과정에 주목해야한다. 이웃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복지정책, 어려울 때 어렵다고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복지정책을 이제 고민해야한다. 1인 가구, 은둔형 외톨이, 독거노인의 자기방임, 사는 집을 쓰레기 집으로 만드는 저장중독, 다양한 문화를 가진 이주민 등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웃은 늘고만 있다.

이웃 중심의 동(洞) 단위 사회복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요즘,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구조의 복지가 아닌, 모든 주민이 서로 교류하는 동네복지가 있어야 한다. 찾아가는 동 주민센터, 동 단위 자원봉사 캠프, 읍면동 복지허브화, 찾아가는 읍면동 보건복지서비스, 커뮤니티 케어 등, ‘동네’에서 시작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결국 서로 듣고 이해하고,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관건이며, 그 속에서 실행방법을 찾아야한다. 영국이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하기도 하듯이 그 사회에 필요한 일을 공공서비스로 한다면, 어쩌면 답은 간단하다. ‘찾아가서 들어주는’ 일을 하는 지역복지 정책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