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인천투데이] 주한미군기지 4곳의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는 정부 발표 직후, 부평구의 모 기관이 ‘경축’한다는 웹자보를 인터넷에 공식적으로 뿌렸다. 경솔한 짓이다. 기지 반환을 환영한다는, 급조한 것 같은 정치인들의 현수막도 볼썽사나운 건 마찬가진데, 지역의 일부 ‘유지’들, 그리고 일부 기관장이나 단체장의 생각이 어디에 멈춰있는지 잘 알 수 있는 해프닝이다. 반환될 기지가 자신들에게 가져다줄 ‘이득’을 따져 한 발 얹고 싶어 하는 일부 인사의 설레발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부평미군기지가 소통과 합의의 공간이 아니라, 배타적 선점과 일방적 주장이 난무하는 정쟁의 장이 되지 않을지, 우려스럽고 안타깝다.

기지 반환에 합의한 정부의 협상은 실패작이다. ‘80년 만에’ 돌아왔다고 기뻐하기 이전에 우선 그걸 지적해야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개방된 땅에서 채울 사적 욕망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그 안에 무슨 기관을 유치한다느니, 무슨 시설을 설치하겠다느니 하는 말들을 마치 결론을 내리듯 공표하는 이들이 있다. 이곳을 공공의 자산으로 생각하지 않는 태도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천천히 다듬어가야한다. 부산의 캠프 하야리아가 급하게 모든 걸 없애서 실망을 남겼다면, 부평의 캠프마켓은 서둘러 무언가를 채우려 해서 후회할 수도 있다.

정부의 이번 협상 결과가 패착이 될 수도 있는 건, 기지 오염 정화비용을 우선 우리가 부담하기로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기지 4곳의 정화비용만 무려 1100억 원가량 예상된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흔히 군수품 재활용센터(DRMO)로 통칭되는 A구역 정화비용만 773억 원이다. 정부는 차후에 이 비용을 미국에 청구한다는 계획이지만, ‘미 측과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 이외에 비용 문제와 관련해 합의된 건 없다. 우리 측 입장도 ‘위해도에 따라서는 그 중에 일부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향후 정화비용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도 낮고, 사실상 면죄부를 준 거나 다름없다.

환경오염의 원인을 제공한 자가 정화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역에서 끊임없이 조기 반환을 요청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이 원칙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급한 결정은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이 크다. 무기 도입이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등과 함께 오염 정화비용을 떠안으면서 증액을 좀 완화해보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 요구에 있는 것이지, 우리가 굽신거리며 눈치 볼 일이 아니다.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안의 시설과 구역’을 제외하고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게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예외적 조치를 규정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 협정(SMA)’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한미동맹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인도-태평양 전략 수행에 혈안이 된 미국의 비용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캠프마켓 반환은 1990년대 중반부터 이어온 ‘우리 땅 부평미군기지 되찾기 및 시민공원 조성을 위한 인천시민회의’ 활동 등, 시민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건물 활용보다 제대로 된 반환이 먼저다. 그런 점에서 반환운동은 아직 미완의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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