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심혜진 시민기자] 엄마와 경기도 가평 동생네 다녀오는 길, 버스에서 내린 엄마가 허리를 못 편다. 불편한 의자에 세 시간가량 앉아 있어 순간적으로 뻐근한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집으로 오는 내내 몇 걸음 못 걷고 가다 서다 반복했다.

“엄마, 허리 아픈가 봐!” “아냐, 허리는 안 아프고 허벅지랑 종아리가 아프네. 송곳으로 쿡쿡 쑤시는 것 같아.” 2주 전부터 이런 증상이 조금씩 생겼다고 한다. 다음 날에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았다. 별수 없이 함께 병원에 갔다. 병명은 좌골신경통. 의자에 잘못된 자세로 오래 앉아 생긴 병이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엄마가 병이 생길 정도로 의자에 앉을 일이 뭐가 있었을까. 알고 보니, 종이에 글씨 쓰는 게 재미있어서 최근 몇 달간 하루에 무려 다섯 시간이나 글씨 연습을 했단다. 맙소사! 안 아픈 게 이상할 지경이다. 병원에선 일단 주사를 맞고 더 심해지면 신경차단술을 해야한다고 했다.

엄마 나이 칠십. 이제 몸 곳곳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건가. 허리가 아프면 걷기도 힘들 테고 그럼 긴 산책이나 여행은 못 다니겠지. 생각하니 서글펐다. 그놈의 좌골신경통이 뭔지, 앞으로 어떤 치료와 재활이 필요한지 궁금해 자료를 찾아봤다.

그러다 책 ‘백년허(정선근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를 읽었다. 책 마지막 장을 덮은 후 깨달았다. 이 책은 아픈 엄마만이 아니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걸. 책은 척추와 디스크 구조 등 인체 해부학적 지식부터 어떻게 허리가 천천히 망가지는지, 손상 입은 디스크는 어떤 과정으로 회복되는지를 아주 쉽고 자세히 다룬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바로 허리에 도움이 안되는 운동 목록이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 허리를 구부려 발끝을 잡는 동작, 누워서 무릎을 가슴 쪽을 끌어당겨 다리를 두 팔로 감싸 안는 동작, 윗몸일으키기, 고양이 스트레칭, 누워서 다리 들기 등은 허리가 튼튼한 10대나 20대에겐 상관없지만 40대가 넘었다면 허리를 위해선 하면 안 되는 운동이다. 하나같이 내가 허리가 아플 때마다 하던 동작이다.

올해는 일이 쏟아져 하루 열네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최근 허리가 부쩍 안 좋아졌다. 나름 거금을 들여 의자 등받이쿠션까지 샀다. 그러고는 운동을 한답시고 해서는 안 될 동작을 허리가 뻐근할 때마다 했다. 그 순간엔 시원한 것 같아도 결국엔 허리에 무리를 주게 된다고 한다.

허리를 회복하는 원리는 단 하나,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지 않는 것이다. 허리 건강엔 허리부분 척추가 배쪽으로 휘어진, 요추전만을 유지하는 게 핵심이다. 가장 좋은 건 멕켄지 운동을 자주 하는 것. 선 채로 발을 어깨너비보다 좁게 벌리고 양손을 허리에 댄 뒤 고개를 뒤로 젖힌 자세에서 숨을 참고 5~10초 버티다가 숨을 내쉬면서 바로 서는 동작이다. 허리가 많이 아플 땐 15분에서 30분마다, 허리에 나쁜 자세로 오래 일하는 경우도 반드시 30분에 한 번씩 해야 한다고 한다. 엎드리거나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이 운동을 하는 방법도 나와 있어 앞으로 도움이 될 듯하다.

“98퍼센트의 요통은 나쁜 자세, 나쁜 동작을 버리고 좋은 자세, 좋은 동작을 생활화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163쪽)

책에는 좌골신경통에 대한 내용을 한 챕터를 할애해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많은 사람이 이 병을 앓기 때문이다. 좌골신경통은 의자에 앉는 시간, 즉 허리에 무리를 주는 행동을 줄이고 일상생활을 하면 두 달이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심하지 않은 경우 수술도, 한방치료도 필요 없단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 운동 꾸준히 하면 수술 안 해도 되고 100세까지 허리 때문에 큰 고생 안하고 살 수 있대요.”

이 책에 나온 운동 장면을 인쇄해 엄마 집 곳곳에, 그리고 내 책상 앞에도 붙여 놓을 생각이다. 엄마의 좌골 신경통이 내 허리 건강에까지 영항을 미칠 줄이야. 엄마한테 잔소리하려던 마음이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바뀌어버렸다. 내가 아는 모든 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다. 여러분, 이 책을 읽고 멕켄지 운동을 하세요! 허리를 구부리지 말고 수시로 뒤로 젖혀요!

※ 심혜진은 2년 전부터 글쓰기만으로 돈을 벌겠다는 결심을 하고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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