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왕따’와 ‘눈치 없음’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아스퍼거증후군은 뇌손상이 적게 진행된 자폐스펙트럼장애이기에 나이를 먹어도 치료에 호전 반응이 나타난다. 이런 사실이 알려져 최근에는 치료를 시도하는 성인 환자가 늘고 있다. 다만 아스퍼거증후군인지 스스로 알아채기 어려워 제때 문제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간단한 자가진단법을 소개하고자한다.

추천하는 자가진단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간단히 표현하면 ‘왕따 경향이 있는가?’이다. 왕따인 경우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발적 왕따는 거의 그렇다. 타인에 의해 왕따 당하는 경우에는 아스퍼거증후군이 아닌 경우도 일부 있다. 적대적 반항 장애가 있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는 난폭성 때문에 왕따가 되기도 한다. 그런 왕따는 아스퍼거증후군이라 보긴 어렵다.

자발적 왕따는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치며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인간 본성이다. 자발적 왕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 일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경우는 아스퍼거증후군을 심각하게 의심해봐야 한다. 친구가 한두 명 있다 하더라도 친구가 노력해 교우관계가 유지되며, 친구들하고 노는 것보다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면 아스퍼거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두 번째 자가진단법은 ‘눈치가 있는가?’이다. 눈치가 없다는 것은 뭔가 어리바리하고 빠릿빠릿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모임 분위기를 해치는 부적절한 행동을 자꾸 할 때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집단 속에서 분위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분위기를 맞추지 못하다보니 대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대화 맥락을 따라잡지 못하다가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를 해서 분위기를 깨기도 한다. 속칭 ‘갑분싸’를 자주 하는 사람을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사람이 아스퍼거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눈치는 설명해주지 않아도 눈빛이나 분위기로 타인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하고 추정해 감정적으로 쉽게 공감하는 능력을 나타낸다. 사회성이 발달했다는 것은 눈치가 빠른 것이라고 이해해도 된다.

그런데 아스퍼거증후군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 보니 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분위기와 맥락을 이해할 수 없다. 그에 맞춰 행동이나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로 인해 엉뚱한 행동을 쉽게 한다.

‘자발적 왕따’와 ‘눈치 없음’ 둘 중에 하나만 심해도 아스퍼거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두 가지가 같이 있다면 아스퍼거증후군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증세가 심한지, 약한지 정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자발적 왕따에다 눈치도 없으면 단순한 심리문제가 아니다. 전문치료기관의 도움을 받기를 강력하게 권유한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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