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22> 운남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운남초등학교의 교육 목표는 ‘모두를 존중하는 행복한 운남교육’이다. 처음엔 ‘모두가 존중받는’으로 시작했는데, 학생들의 주도성을 살려야한다는 취지로 지금의 교육 목표로 바꿨다. 스스로 삶의 역량을 키우고 남을 배려하며, 꿈을 찾아 노력하는 학생상이 담겨있다.

운남초교는 2017년 행복배움학교에 선정돼 올해 3년차다. 운남초교의 혁신교육은 교육 목표에 맞춰 해를 거듭할수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행복배움학교는 4년 주기로 재지정 심사를 받는데, 운남초교는 자신이 넘친다. 영종국제도시 초교에서 유일한 행복배움학교인 운남초교에서 어떤 교육이 펼쳐지고 있는지 살펴봤다.

프로젝트 융합수업으로 진행한 자전거 교육.(사진제공ㆍ운남초교)

내용이 꽉 찬 프로젝트 융합수업

운남초교는 교실에서만 이뤄지는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이 능동적으로 배움에 참여할 수 있게 다방면으로 노력한다. 대표적으로 프로젝트 융합수업이 있다. 행복배움학교가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데, 운남초교 프로젝트 융합수업은 더욱 알차다.

올해 5학년 학생들은 자전거에 대해 배웠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자전거 수리ㆍ안전수칙ㆍ여행까지 진행했다. 먼저, 실과수업 과정에 자전거를 수리하는 단원이 있는데 이를 활용했다. 수업시간에 이론으로 배우는 것뿐 아니라, 지역에 있는 자전거 정비사를 초청해 자전거를 직접 수리해보고 안전수칙도 배웠다. 또,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 감독을 초청해 수업도 하며 자전거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웠다.

자전거의 구조와 원리, 안전수칙과 같은 이론을 배웠으니, 자전거를 타고 떠날 준비가 됐다. 자전거 수업은 국어과목에서 기행문 작성 단원과 연계된다. 기존 교육이라면 학생 개인의 과거 경험을 살려 기행문을 써볼 테지만,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뒤 기행문을 쓴다.

올해 1학기에 학생들은 검암역 근처 경인아라뱃길로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사회과목 시간에 대한민국 국토를 배우면서 지역별 자전거 길을 알아보는 걸 활용했다. 사실 영종도에서 아라뱃길까지 모두 자전거를 타고가지는 않았다. 실과 수업에 있는 대중교통 이용 단원을 활용해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아라뱃길에 도착한 뒤 자전거를 대여해 탔다.

학생들은 자전거 타기 좋게 조성된 아라뱃길을 신나게 달리며 즐거움을 만끽했지만, 이 과정이 녹록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 진행한 자전거 수업에서 실기시험을 통과해 자격증을 획득한 학생에게만 자전거 여행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자격증도 따고 여행도 갈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학생들은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자전거 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은 컴퓨터 활용 수업에서 자전거 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활용해 뮤직비디오도 만들었다. 노래는 모든 학생이 음악시간에 배우는 ‘우리 모두 자전거를 타요’를 활용했다. 자전거 수업에만 실과ㆍ국어ㆍ사회ㆍ컴퓨터ㆍ음악 수업이 망라된, 융합수업의 대표적 사례다.

5학년 학생들이 만든 학급권리선언.

학생 스스로 고민을 키우는 ‘온 작품 읽기’

‘온 작품 읽기’는 책 한 권을 읽고 그 내용을 곱씹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는 독서교육이다. 책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것도 주된 활동이지만, 각 장면의 느낌이나 경험을 토대로 수업을 기획할 수도 있다. 이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과 연계된다. 운남초교 학생들은 매학기 학년별로 책을 한 권 선정해 ‘온 작품 읽기’를 하며 수업 과목과 연계한다.

5학년 학생들은 2학기 동안 배우는 사회과목 전체 내용이 역사인 것을 활용해 ‘온 작품 읽기’를 진행했다. 함께 읽은 책은 ‘가짜 독립투사의 가면을 벗겨라’이다. 남은 기록이 없는 독립운동가 후손과 독립운동가로 위장한 친일파 후손 사이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내용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일제강점기를 배운 뒤 책을 읽으며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친일파 문제에 눈을 뜬다. 또, 상황극을 진행하며 소설 속 인물에게 감정을 이입해본다. 갈등 상황에서 어떤 가치 판단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자신의 작은 행동이 역사에 어떻게 남게 될지도 고민해 본다.

지난 1학기에는 도덕과목 시간과 연계해 ‘소리 질러 운동장’을 ‘온 작품 읽기’로 진행했다. 학교 야구부가 일반 학생들에게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과 관련해 학생들이 자신들의 놀 권리를 되찾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불합리한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되찾아야한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이를 토대로 학생들은 교실마다 학급권리선언문을 만들었다. 어떤 행동을 하지 말자는 부정적 어미로 끝나는 일반적 학급 규칙과 다르다. 권리선언문은 학생 스스로 자신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이것을 서로 존중하자는 식으로 작성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과 인권의 가치를 배운다.

올해 1학기, 학교 강당에서 진행한 얌모얌모 콘서트.(사진제공ㆍ운남초교)
교직원 플루트 동아리가 아침 맞기로 진행한 연주회.(사진제공ㆍ운남초교)

모든 학생을 예술가로 만드는 행복배움교육

운남초교에서는 문화예술 체험활동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우선 학년별로 악기를 하나씩 배운다. 1학년은 리듬감을 쉽게 익힐 수 있는 타악기로 난타를 배운다. 2학년부터는 연주할 수 있는 오카리나를 배우고, 3ㆍ4학년은 우쿨렐레와 리코더를 배운다. 5ㆍ6학년이 되면 바이올린까지 연주하며 음악적 소양을 키운다.

또한 매주 수요일에는 저ㆍ중ㆍ고학년별로 ‘동아리 활동의 날’을 진행한다. 동아리는 음악줄넘기ㆍ가야금ㆍ케이 팝(K-pop)댄스ㆍ심성미술ㆍ뉴스포츠ㆍ스쿨밴드ㆍ바이올린ㆍ플루트ㆍ첼로 등 예술 활동으로 가득 차 있다. 학생들은 매해 열리는 동아리 발표회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뽐낸다.

학생들은 등교시간에도 가끔 음악을 감상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맞기 시간으로 종종 연주회를 진행한다. 10월에는 교직원 플루트 동아리가 멋진 공연으로 학생들을 반겼다. ‘할아버지의 시계’와 ‘마이 하트 윌 고 온(My Heart Will Go On)’ 등, 학생들이 알 수 있는 다양한 곡을 연주했다. 9월에는 남부교육지원청 사업으로 ‘찾아가는 아침 등굣길 음악회’도 진행했다.

콘서트도 개최한다. 지난 1학기엔 코미디언 전유성이 연출한 ‘얌모얌모 콘서트’를 학교 강당에서 열었다. 이 콘서트는 클래식을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 음악회다. 성악가가 운남초교 교가를 부르며 등장하고 가요ㆍ팝송 등이 이어지자 학생들은 공연에 푹 빠진다. 중간에 마술이나 코미디 요소들도 등장해 클래식 음악회에 대한 편견을 없앴다. 2학기에는 금관악기 밴드인 ‘조이브라스밴드’를 초청해 재즈공연을 관람했다.

운남초교는 학생들의 미술적 안목을 확대하기 위한 전시회 ‘운남 갤러리’도 매학기 연다.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읽은 책에 나온 그림들을 빌려 ‘원화 전시회’도 진행한다. 이런 기회들이 제공되다보니 학생들은 지난 1학기 학교 담장 벽화 그리기 행사도 거뜬하게 해냈다.

1학기에 진행한 벽화 그리기 행사.(사진제공ㆍ운남초교)

학교도서관을 마을도서관으로 확장

운남초교는 신도시에 위치해 개교한 지 아직 10년도 안 됐다. 따라서 학교 주변에는 아직 마땅한 도서관이 없다. 운남초교 도서관이 마을도서관 역할을 어느 정도 대신한다. 도서관은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도 회원 가입 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토요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개방한다. 운남초교 도서교육활동 봉사회 학부모들이 봉사한다. 이 덕분에 운남초교는 마을 주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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