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피플] “도시는 사람과 시공간이 이어진 거대한 망”
[인천피플] “도시는 사람과 시공간이 이어진 거대한 망”
  • 류병희 기자
  • 승인 2019.12.18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도시역사관 배성수 관장 인터뷰
해방 후 ‘도시 생활사’ 공간 마련 계획
‘관광’과 ‘역사’ 편중없는 접점 찾아야
도시재생 정책, 주민들 의견이 우선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도시역사관은 올해 ‘인천 도시탐사 프로그램’을 두 차례 진행했다. 지난해 시작한 도시탐사는 시민들과 함께 도시와 관련된 주제를 정하고 인천의 과거와 현재를 도보로 답사하는 교육행사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일제강점기 군수공업단지 탐방’을 주제로 전쟁이 만든 지역의 아픈 역사를 살펴보고, 하반기에는 ‘옛 길 따라 걷는 인천가도’를 주제로 인천도호부 관아, 개항장, 일본이 만든 농원 학익동에서 숭의동 독갑다리까지 도보 답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도시 속 나무를 찾아서’와 ‘사라진 유원지, 그리고 그 공간 ; 묘도 유원지’를 주제로 진행했다. 이와 함께 인천시와 함께 내항탐사 프로그램도 추진하는 등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도보답사 프로그램은 인천이라는 도시의 역사와 특징을 전시된 자료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현장을 찾아가 전문가에게 설명을 듣기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선 이미 정평이 나있다.

내년에도 두 가지 큰 주제를 정해 시민들에게 인천의 도시역사를 잘 알 수 있게 하고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도보답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인천도시역사관의 배성수 관장이다. 배 관장은 2년 전 발령받아 도시역사관으로 왔다. 당시 도시역사관은 ‘컴팩트 스마트시티’라는 언뜻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명칭으로 있었다.

배 관장은 인천 ‘도시’의 역사에 방점을 찍고 명칭도 변경하고 그간 시민 교육프로그램과 ‘오래된 가게, 노포’ 학술연구 등을 주도했다.

배 관장을 만나 도시탐사와 인천, 인천의 매력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천도시역사관 배성수 관장
인천도시역사관 배성수 관장

도시역사관 ‘도시 탐사’, 시민들에게 인기

도시역사관은 ‘컴팩트 스마트시티’라는 명칭으로 2009년 개관했다. 송도국제도시가 조성되면서 홍보관으로 사용했다. 그런데 명칭이 좀 불분명해서 2017년 12월에 1층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이름도 ‘인천도서역사관’으로 변경했다.

도시역사관은 인천의 개항과 도시화되는 과정, 그리고 도시화 되면서 공간이 어떻게 변하고 확장해 왔는지 전시를 통해서 시민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그 전에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 못했는데, 현재는 이름도 바꾸고 전시와 교육프로그램도 이름에 맞춰 기획하고 있다.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도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도시 탐사·특강·학당 등인데, 도시탐사는 도보답사 프로그램으로 도시의 변화상을 걸아가면서 살펴보고자 마련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4개 시즌을 진행했고, 내년에도 계획하고 있다. 특징은 도보답사 하루 전에 실내에서 관련 교육을 하고 다음 날 답사를 떠난다. 내실 있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고,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도 매우 좋아 긴 호흡으로 가져갈 예정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은데, 사실 소규모로만 진행하고자 한다. 안전사고 우려도 있고, 도시탐사 자체가 우리 이웃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다는 것이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몰려다니면 생활에 방해를 줄 수 있어서 조심할 부분이다.

참가자들은 사진도 찍고 마치 구경거리처럼 동네를 다닌다는 시각으로도 비춰질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인천도시역사관
인천도시역사관

도시역사관, 인천시립박물관의 핵심

나는 옥련동에 있는 시립박물관에서 근무하다가 2017년 1월에 발령받아 이 곳에 왔다. 처음에는 ‘컴팩트 스마트시티’ 부서였는데, 송도에는 제대로 된 박물관, 문화공간 등도 없고, 도시의 역사를 조명할 공간이 없어 명칭을 변경했다.

그리고 전시내용이 실물도 없고 텍스트나 모형 위주로 돼 있어서 변화를 주고 싶었다. 마침 예산도 확보돼 있어서 1층만 바꿨는데, 1883년부터 1945년까지의 모습을 담아 전시하고 있다.

도시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은 국내에는 거의 없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있긴 한데,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방대한 기간을 다루고 있어 집중력이 없다. 반면, 도시역사관은 인천의 정체성과도 이어져있기 때문에 개항기와 해방까지의 시간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근대사와 관련된 주제로 전시를 구상 중이다. 일단 시립박물관에서 기획전시를 다루고 있는 것들인데, 도시역사와 관련된 것이어서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해방 이후 현대생활사는 인천 도시 역사에서 중점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역사의 흐름을 담아 ‘도시 생활사’를 계획하겠다.

인천도시역사관은 '공간을 잇다. 시대를 잇다. 사람을 잇다'를 뜻하는 '이음'을 구호로 삼고 있다.
인천도시역사관은 '공간을 잇다. 시대를 잇다. 사람을 잇다'를 뜻하는 '이음'을 구호로 삼고 있다.

“도시는 사람과 시공간이 얽히고설킨 거대한 망”

인천도시역사관의 영문명은 ‘Incheon Urban History Museum’이다. 첫 글자만 따서 보면, ‘이음’(IUHM)이다. 도시역사관이 내세우는 구호는 ‘공간을 잇다. 시대를 잇다. 사람을 잇다’이다.

도시는 사람들의 관계가 얽혀있는 거대한 망이다. 사람들의 삶이 시공간에 걸쳐 이어져있고, 복합적인 관계로 이어진 무형적인 가치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다니는 길이 거미줄처럼 모두 이어져있다. 집과 집,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들이 길로 연결돼 있다. 길은 어떤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다.

도시의 건물은 없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길은 거의 없어지지 않는다. 망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조선시대 그 이전 시대부터 지금까지도 길에 의해서 연결돼 있다고 본다.

도시의 특징을 ‘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함께 살아가고 연결되는 등 수평적인 구조이고, 시간을 중심으로 보면 사람들의 흔적들이 땅에 쌓이고 쌓여 수직적인 구조도 나타난다. 내가 바라보는 도시는 사람과 시공간이 이어진 하나의 개념이다.

인천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매력이 있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은 어디를 가서도 볼 수 있다. ‘인천답다’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예를 들어 중구가 관광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 곳은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부평 미쓰비시 줄사택을 이전 복원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는데,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야 한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역사적인 공간이고, 시간·공간·장소 등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또, 동구 만석동 군수공업단지나 사택, 적산가옥 등은 부정적인 역사의 유물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낡고 불편하다고 무턱대고 철거하고 허물게 되면 인천은 인천다운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인천의 매력은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근대기의 자산들이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인 보존과 복원 등의 관리를 통해 후대에게도 전해지길 바란다.

제대로 된 조사와 연구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세심하게 마련돼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지난해 11월 '도시탐사 해안 따라 난 길, 길 따라 형성된 도심' 현장답사를 진행했다. (사진자료 인천시립박물관)
도보 답사로 진행되는 '도시탐사' 프로그램은 시민들에게 입소문으로 정평이 나있다. (사진자료 인천도시역사관)

관광이냐 역사냐...접점 찾고 주민 참여 우선해야

인천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보면 좋겠지만, 이러한 ‘관광’에 방점을 찍었을 때와 보존·복원해야할 ‘역사’에 방점을 찍었을 때의 상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것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역경제와 연계된 관광에만 방점을 찍을 경우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이다. 서울 북촌, 서촌, 익선동 등으로 이어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하나의 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두운 면만 남겨진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

사람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좋아할 사람들은 있겠지만, 동화마을 관광객들을 위한 주차장을 짓겠다며 80년 된 애경사 건물을 철거하는 모순적이고 무지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관광과 역사의 접점을 잘 찾아야할 부분이다. 관광에 방점을 찍을 경우 그렇게 된다. 그렇다고 역사에 방점을 찍으면 주민들은 살기 힘들어 질 수 있다. 개발 제한이라든지, 보존해야 한다면서 문화재로 지정해 창틀 하나 못 고치게 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살기 힘들어진다.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현재 살고 있는 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되는 것인데, 관광과 역사의 접점을 찾을 때에는 사람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특히 도시재생과도 연계된 이야기라면 주민들의 의견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배다리의 경우 많은 문제들이 있었는데, 거기 살고 계시는 분들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관 주도는 지양해야 한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동네를 변화시키고, 외부의 사람들이 입소문을 타고 오고간다면 좋을 것이다.

배성수 관장은
배성수 관장은 "인천은 참 매력이 넘치는 도시"라면서 길 따라 떠나는 인천 여행을 추천했다.

길 따라 걷는 인천 여행 추천

인천에서 갈만한 곳을 추천하라고 하면, 배다리를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현재까지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변화하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길을 따라 걷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인천역에서 출발해 싸리재길과 배다리, 그리고 쇠뿔고개로 이어진 길이 예전에 서울로 가던 길인데, 인천의 도시 발달에 따라 변화를 심하게 겪었던 역사 공간이다.

그리고 중구 홍예문에서 동인천역을 지나 동구 화평동과 화도고개, 그리고 만석동 괭이부리로 이어진 길을 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인천의 예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들이다.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 현대식 건물도 있지만, 한옥과 일본식 건물들이 비교적 많이 눈에 띈다.

부평의 경우에는 산곡동 롯데마트 건너편에 영단주택이 많이 남아있다. 산곡초등학교 인근의 그 마을은 조만간 철거될 예정이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제 조병창과 관련해 1000가구 정도가 지어진 역사적인 공간이다. 당시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외에도 필요하다면 내가 쓴 ‘시간을 담은 길 - 경인가로 따라 인천을 걷다’를 보면 인천의 옛 지명은 물론 도시역사와 길로 이어진 인천의 모습을 색다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인천은 참 매력이 넘치는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