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챙기기에 혈안… 예결위 편성 신규 예산만 29%
‘일가족사망’ 등 긴급복지대상 지원 예산 전액 삭감
민주당 내부에서도 크게 반발 긴급 의원총회까지 열려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 영종도에서 배고픔을 참지 못해 마트에서 우유와 사과를 훔친 부자에 대한 사회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마트 주인은 선처를 호소한 뒤 생필품을 대겠다고 했고, 부자를 데리고 밥을 샀던 경찰은 눈물을 훔쳤으며,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면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의회는 이른바 ‘송파세모녀’ 사건에서 한 발도 나아가질 못했다.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혈안이 돼 새벽까지 가는 다툼 끝에, 긴급복지지원 대상을 도울 수 있는 복지예산을 삭감했다.

예결위의 이번 예산 조정은 사실상 ‘난도질’에 가까웠다. 예결위가 계수조정 안건 200건 중 신규로 편성한 게 무려 57개로, 29%에 달했다. 의회 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공직사회는 혀를 내둘렀다.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바빴던 예결위는 새벽 4시까지 회의를 하면서도 긴급복지 예산에는 눈을 감았다.

인천시의회 본회의 전경

예결위의 결정을 나중에 들은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은 반발했고, 민주당 시의원(34명)의 의원총회가 소집됐다. 예결위에 반발했던 이들은 13일 본회의 때 예산안 수정안을 내겠다며 강하게 성토했다. 그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예산안 수정안 제출 여부를 표결로 처리했다. 34명 중 21명이 참여해 찬성 9명, 반대 12명으로 부결됐다. 예결위원 13명 중 12명이 민주당 소속이라 자신들의 결정은 번복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시의회는 지난 13일 올해 정례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어 '2020년도 인천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가결했다.

내년 본예산은 11조2617억 원(일반회계 8조691억 원, 특별회계 3조1926억 원)으로, 시가 제출한 11조2592억 원보다 24억3000만 원 증액됐다.

이로써 시의 2020년 예산은 본예산 사상 처음 1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올해 본예산 10조1105억 원보다 무려 1조1512억 원(11.39%) 늘어났지만, 긴급복지예산 2억 원은 없었다.

정부와 국회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긴급복지대상’ 지원을 위해 내년 예산에 사업비를 편성해 놓았지만, 인천시는 예산이 없어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김성준 시의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13일 본회의가 열린 날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준(미추홀구2) 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시 예산안에 대해 “5년 전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최근 인천 (계양구) 일가족 사망사건을 기억한다”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 의원은 “이 분들은 한 부모 가족으로 3개월 긴급지원 이후 매달 24만 원의 주거급여를 받았을 뿐이며, 부양의무자의 경제능력이 없어야 받을 수 있는 생계급여는 전 남편과 친정부모 재산을 조사하는 것이 어려워 스스로 신청을 포기했다”며 “결국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에게 스스로 가난을 증명해야 하는 신청주의와 부양의무자 기준의 한계라는, 또 다른 복지 장벽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그 분들은 긴급복지 지원 대상이었고, 저소득 한 부모 가족으로 주거급여를 받았기에 사후관리만 제대로 됐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 보다 사람중심의, 사회적 약자중심의 행정이 필요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이 같은 폐단을 없애기 위해 부양의무자 제도와 대상자 가족 60세 이하 추정소득 추산 제도 등을 2023년까지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회가 이 예산을 증액하면서 내년부터 시작하는데, 인천는 내년 출발이 무산됐다.

김성준 의원은 “민선7기 인천시 정부의 복지정책인 인복드림사업은 인천복지재단 출범과 함께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사업이다. 그러나 2억이 안 되는 시범사업비가 예결위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며 “도대체 무엇이 더 중요한 사업이기에 이러한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출발도 못하게 하는 것입니까? 집행부는 시장님의 의지만큼 이사업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까? 참담한 마음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 의원은 “정치의 꽃은 복지이고, 외교의 꽃은 평화라는 말이 있다. 행정과 정치의 꽃은 시민의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지켜주는 복지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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