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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21> 명현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명현초교 밴드부 공연 모습.(사진제공 명현초교)

학교 구성원들이 협동하는 행복배움

명현초등학교 교육비전은 ‘함께 배우고 실천하며 꿈을 찾아가는 행복공동체’다. 명현초교에서 모든 학생은 행복할 권리를 누린다. 학교를 방문해 만난 6학년 학생들은 하나같이 짠 것처럼 학교생활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고 대답한다. 모두 행복해 보인다.

명현초교에는 학생회장이나 반장으로 일컫는 학생 간부가 전혀 없다. 함께 진행하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책임학생을 뽑을 뿐이다. 학생들의 잠재력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발현될지 모른다. 일반 학교에서는 뛰어난 몇몇 학생이 행복을 독차지할 수도 있지만, 명현초교는 개별 학생이 모두 빛날 수 있는 모습을 발굴해낸다.

명현초교 학생들은 밝고 순한 거로 평판이 나있다. 다른 지역으로 전학한 한 장애학생은 최근 다시 돌아왔다.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잊지 못해서다. 학교 건물이 3층밖에 안 되지만 장애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계단 옆 경사로를 만들고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나눔ㆍ배려ㆍ협동을 강조하는 교육철학이 드러난다.

명현초교에서는 ‘학습맘’으로 불리는 학부모들이 수업에 참여해 학생들의 공부를 돕는다. 1ㆍ2학년 학부모들은 수학 수업시간에 들어가 보조강사 역할을 한다. 직접 가르치기보다는 생활지도 개념이다. 저학년 학생들이 수학을 제일 어려워하는 만큼 학부모가 함께 문제를 풀며 이끌어준다. 덕분에 교사들은 수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 동급생끼리 서로 돕는다. ‘또래교수’라는 제도인데, 이해가 빠른 학생들이 더딘 친구들의 학습을 도와준다. 교사가 이해가 느린 학생을 지도하는 사이에 다른 학생들은 놀지 않고 서로 가르쳐주고 배운다. 이로써 학생들의 수업시간 집중도가 높아지고 교사들 부담도 줄어든다.

대신 교사들은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연구한다. 매해 수학문제집을 직접 만들어 가르친다. 문제는 비슷할 수 있어도 학기 일정에 맞게 새로 구성한다. 직접 가르칠 학생들을 대상으로 만든 문제집인 만큼 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 교사들은 학생들의 1년 생활기록을 모두 취합해 마지막에 한 번만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입력한다. 한번 입력하면 다시 수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발전 가능성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교육철학을 알 수 있다.

명현초교 토스트 까페.(사진제공 명현초교)

교장부터 솔선수범

명현초교에서는 교장의 역할이 남다르다. 행복배움학교 초창기에 교장은 아침마다 학생들을 데리고 기초체력 키우기를 진행했다. 배드민턴ㆍ육상ㆍ축구ㆍ티볼 등을 요일별로 했다. 참가하고 싶은 학생은 자유롭게 등교시간보다 40분 일찍 와서 함께하면 됐다. 학생들이 다양한 체육활동을 할 수 있게 기회를 마련해준 것이다. 시작은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했지만, 학생들은 계양구 배드민턴대회와 농구대회에도 출전했다.

박상환 교장은 요즘 창의적 체험활동 수업 교실에 가끔 들어가 학생들을 지목하며 잘한 행동을 칭찬해주는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기 위한 방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교생 이름을 외우고 관심 있게 지켜봐야한다. 학생들은 교장선생님이 자신을 챙겨주고 있다는 게 신기하고, 칭찬까지 받으니 매우 뿌듯하다.

사실 교장이 수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교사들을 지원하기 위함이었다. 명현초교는 학급이 학년 당 3개로 학생 수가 적어 교과 전담 교사도 부족해 교사들의 수업 부담이 큰 편이다. 목공이 취미인 교장은 실과시간에 있는 목공수업에 들어가 교사들을 돕기 시작했다.

또한 명현초교에는 취약계층 학생이 많아 아침을 거르는 학생이 많다. 교장은 이런 학생들이 교장실을 찾아오면 아침을 먹을 수 있게 100원씩 준다. 봉사동아리가 운영하는 교내 3층 카페에서 판매하는 토스트가 100원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등교하자마자 교장 선생님에게 당당하게 손을 벌린다.

명현초교 윈드오케스트라.(사진제공 명현초교)
명현초교 학생들은 매년 김유정 문학관이 있는 춘천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사진제공 명현초교)

다함께 꽃피우는 문화예술교육

명현초교는 예술학교를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예체능 활동을 한다. 학생들은 1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악기를 3개 배운다. 1ㆍ2학년은 타악기, 3ㆍ4학년은 오카리나, 5ㆍ6학년은 소금과 장구를 배우며 11월 말 열리는 음악의 날에 발표한다. 전문 강사를 불러 영어뮤지컬을 배우기도 했다.

이밖에도 학생들은 두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장기자랑에서 각자 갈고닦은 재능을 뽐낸다. 매번 여덟 팀 정도 무대에 오르는데, 노래ㆍ무용ㆍ밴드ㆍ악기연주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말솜씨가 좋은 학생은 사회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장기자랑 신청서에 담임교사 서명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평소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실제로 출전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장기자랑은 학교생활에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또한 명현초교 밴드부가 유명해 지역에서 많은 공연을 펼친다. 효성1ㆍ2동 주민센터와 부평제1성결교회가 주관하는 천사마을축제에서 공연했다. 명현중학교에서는 관객 250여 명이 모이는 효성동 밴드연합 공연도 개최했다. 이밖에도 근린공원ㆍ효성남초교 등에서 작은 공연을 자주 했다. 밴드 공연은 보통 한 달에 두 번씩 열린다.

학교를 대표하는 ‘명현 윈드 오케스트라’는 1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군악대 출신이었던 교사가 주도해 결성했다. 계양구로부터 오케스트라 악기를 지원받아 운영하는데 주민총회 자리에서 가끔 공연한다. 과거엔 SK와이번스 홈경기에서 애국가를 연주한 경험도 있다.

또한 학생들이 문학작품에 관심 두게 하려고 매해 수학여행을 김유정 문학촌이 있는 춘천으로 2박 3일간 떠난다. 수학여행에 참가하려면 여름방학에 학교에서 선정하는 한국현대문학 10편은 읽어야한다. 학생들은 읽은 작품을 토대로 재밌는 영상도 만들어 수학여행 가서 발표한다.

졸업식도 5ㆍ6학년 학생들이 함께 직접 기획한다. 5학년은 졸업 축하영상을 만들고, 6학년은 노래와 춤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학교생활을 되돌아보는 영상도 직접 만든다. 6학년 학생들은 자신의 졸업식을 스스로 준비하니 감회가 남다르고, 학교를 너무 좋아해 졸업식장이 울음바다가 되진 않을지 벌써 걱정한다.

전체학생 시우터에서 학급규칙을 정하는 모습.(사진제공 명현초교)

민주적 의사결정 배우는 ‘시우터’

명현초교는 ‘시우터’라는 전체회의에서 큰 안건을 다룬다. 시우터는 대장간에서 쇠를 담금질하던 곳을 일컫는 순 우리말이다. 민주주의를 담금질하듯 천천히 인내하면서 배우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효율성보다 스스로 천천히 목소리를 내는 습관을 익히자는 취지다.

학생ㆍ교사 시우터는 각각 한 달에 한 번 열린다. 특별한 안건이 없으면 회의를 하지 않고 함께 간식을 나눠먹는 시간으로 보내기도 한다. 최근 열린 시우터에서는 동아리 주간 특별활동 시간에 어떤 강사를 부를지 논의했고, 교사들이 직접 가르치기 어려운 만화ㆍ요리ㆍ티볼 분야 강사를 초청해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하는 시우터는 1년에 두 번 한다. 첫 번째 시우터는 매해 초 학교규칙을 함께 정할 때 개최하며, 두 번째는 연말에 평가하는 자리로 열린다. 교사들은 회의 진행만 돕고 모든 걸 학생들에게 맡긴다. 학생들은 시우터에서부터 협동과 민주주의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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