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갑 교수, “한국은 중국 세계질서 담론 주목해야”
전인갑 교수, “한국은 중국 세계질서 담론 주목해야”
  • 이보렴 기자
  • 승인 2019.12.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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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얼아침대화서 전인갑 서강대학교 사학과 교수 강연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가치는 규범을 만들고 규범은 제도를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바꾼다. 중국은 중국의 가치질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고 있다.”

11일 오전 쉐라톤인천그랜드호텔에서 열린 403회 새얼아침대화의 강연자인 전인갑 서강대학교 국제인문학부 사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전 교수는 ‘중국은 어떤 제국을 디자인하는가? - 중국의 문명 전략과 한국의 곤혹감’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11일 쉐라톤인천그랜드호텔에서 열린 403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전인갑 교수가 중국의 세계질서와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11일 쉐라톤인천그랜드호텔에서 열린 403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전인갑 교수가 중국의 세계질서와 한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중국 제국의 역사적 경험과 미국과의 경쟁

전 교수는 먼저 중국의 역사를 분석한 뒤, 현재 중국과 미국의 경쟁 관계에 대한 성격을 규정했다.

전 교수는 “20세기 기준은 근대 유럽이다. 전 세계가 근대 유럽을 따라 국가 건설을 모색했다. 근대 유럽 국가의 등장은 중국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한(漢) 제국이 설립된 이후 왕조가 바뀌었지만, 자신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정체성을 잃은 적은 없었다.

전 교수는 “청일전쟁이 일어나면서 중국 중심 천하 질서는 붕괴됐고, 이 사건은 중국인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이 사건은 문명의 표준이 바뀌는 전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서구 가치와 중국이라는 가치관이 충돌하는 과정에서도 자신들의 것을 버리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경제대국 2위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복귀했다. 2008년에는 북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세계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공헌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자신감을 얻었다. 전 교수는 2010년대 시진핑 정권 등장 이후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전 교수는 “199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는 1차 경쟁이라고 본다면, 이때는 서구와의 주권 경쟁과 기술표준 경쟁이었다”며 “2010년대 시진핑 정권이 등장한 이후 2차 경쟁으로 세계의 상식을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진핑 정권은 2018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대국 관계’로 정의했다. 세계의 상식을 바꾸고자 하는, 변화된 경쟁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다.

전 교수는 “현재 진행 중인 2차 경쟁에서 미국이 무조건적인 우세를 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이미 중국은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제국의 역사적 경험이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문명담론, “중국 질서를 세계 질서로”

전 교수는 중국이 구상하는 문명담론을 소개하고 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전 교수는 “문명담론이란, 중국의 역사 경험으로부터 시작해 중국인들이 전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개념과 가치, 사유방식을 만들고 이로써 세계를 만들자는 것”이라며 “이것이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인갑 교수.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전인갑 교수. (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전 교수는 신조공질서론, 신천하주의, 문명형대국론 등 중국의 문명담론을 소개했다. 특히 “신조공질서론은 세계 학계에서도 상당히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조공질서론은 중국 대표 이론가인 왕후이가 주창한 것으로 과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조공질서를 현실에 새롭게 적용하기 위한 담론이다.

전 교수는 “신조공질서론 주장의 핵심은 관용과 포용의 질서라는 것이며, 문제는 이것이 미국과 유럽 학계에서도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신천하주의는 2017년 10월 중국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이 선언한 신시대(新時代)에 잘 나타난다. 시진핑은 신시대의 국제질서는 중국이 제시하는 원칙이 지켜지는 신형국제관계여야 함을 천명했다. 전 교수는 “이는 서구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가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선언은 중국의 국가정책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 교수는 또 “보수부터 서구 자유주의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모두 ‘유학’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근대사회 이후 유학이 이렇게 강조되는 일은 처음”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한 문명담론은 앞으로도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이 가야 할 길

전 교수는 “중국은 한국에 자신들의 문명담론 안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하고 있다”며 “한중인문교류에서 한중인문유대로 발전한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동조할 수도, 동조하지 않을 수도 없는 매우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할까. 전 교수는 이에 대해 2가지 결론을 제시했다. 먼저 전교수는 “중국이 만드는 질서나 가치는 제한적인 측면이 많다”며 “한국 학계나 지식인이 중국 문명담론에 참여해 한국 민주주의 발전과 시장경제발전 역사를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에 대한 분열적이고 모순적인 시각을 완화해야 한다”며 “이 갈등은 정치 갈등과 결합해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히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전 교수는 “중국 문명담론이 정치, 군사적 패권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있다”며 “한국사회는 이 문제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