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 미군기지, 부마항쟁 등 지리적·시대적 배경 삼아
희노애락 작품에 담고, 코믹 요소를 넣어 공감대 형성
재즈로 듣는 판소리·힙합·동요·민중가요 등 색다른 시도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의 올해 역점작인 창작뮤지컬 ‘헛스윙밴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창작음악극 ‘당신이 아름다운 시설’ 이후 두 번째 자체 제작 공연인 ‘헛스윙밴드-재즈는 울지 않는다’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헛스윙밴드는 부평 미군부대 주변 클럽에서 ‘얼렁뚱땅’ 급조된 재즈밴드가 공연을 위해 부산으로 가는 여정을 코믹하면서도 시대적인 애환을 담은 음악극이다.

작품의 지리적 배경은 1979년 당시 인천 부평 미군부대 주변의 재즈클럽과 기지촌이다. 시대적인 배경은 군부 유신독재가 극에 달하던 70년대 말 부마항쟁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저항이 폭발하던 때이다.

이번 작품은 개인사와 사회적 억압을 벗어나 자유를 갈구하고자 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은 재즈 음악을 중심으로 기쁘고 슬픈 일을 함께 겪는 등 개인의 성장과 함께 사회적 변화를 경험한다. 헛스윙밴드는 일종의 ‘로드 성장드라마’이다.

작품을 연출한 우상욱 씨는 “헛스윙밴드는 방규석이라는 젊은이와 단원들이 개인사의 억압과 울분을 씻어내고자 하는 절규가 녹아 있다. 또, 재즈라는 음악을 통해 자유의 의미를 깨닫고 실제로 사회적 저항의 중심에 서면서 세상을 알게 되고 사람을 알게 되는 성장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극 중 주인공 ‘방규석’이라는 인물을 맡은 배우 허규 씨는 “억압받은 개인들이 점점 현실에 눈을 뜨고 결국에는 저항의 함성을 내지르는 극적 요소가 충분한 작품이다. 인물들의 변화와 극의 구성이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헛스윙밴드는 자칫 엄숙해 질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을 극 배경으로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대를 얻는 것은 재즈라는 음악적 형식과 배우들의 열정, 그리고 코믹 요소 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창작뮤지컬 '헛스윙밴드'는 부평 미군부대 주변 클럽에서 ‘얼렁뚱땅’ 급조된 재즈밴드가 부산으로 가는 여정을 코믹하면서도 시대적인 애환을 담은 음악극이다.

재즈로 듣는 판소리, 동요, 민중가요...색다른 매력

이번 작품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목해 특히 주목된다. 극에는 판소리와 동요, 군가, 새마을운동가, 농민가, 민중가요 등이 재즈 리듬에 맞춰 연주된다.

특히, 새마을운동가와 농민가가 함께 연주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교묘하게 잘 맞아떨어지는 리듬과 멜로디를 들으면 세심한 편곡과 연출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 대표적인 민중가요 ‘아침이슬’이 재즈 리듬으로 들리는 장면은 그 노래를 아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감성의 세계로 안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상욱 연출가는 “이번 작품에 재즈를 접목한 이유는 자유라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고,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함께 어울리는 극적인 요소를 만들기 위해서다. 극에는 총 15곡이 연주되는데 러닝타임 90분 동안 지속적으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를 접목한 색다른 도전에 관람을 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더욱이 부평은 한국 대중음악의 산실이라는 명성도 있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이 부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1950~60년대 미군기지 주변 클럽에서 흘러나온 서양의 재즈와 컨트리, 락앤롤 등의 음악은 현재 국내 음악적 역량의 뿌리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시 이곳을 중심으로 음악인들이 국내 다양한 곳으로 파고 들었다. 과거 서태지의 출연이나 현재 방탄소년단(BTS) 현상도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이러한 역사적 사실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배우 허규 씨는 “이 작품을 봐야 하는 이유는 브라스밴드를 편성했다는 점이다. 라이브로 진행되는 음악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그렇게 흔하지 않은 요소다. 재즈라는 장르가 자유를 상징하고 같은 곡을 연주해도 모두 다른 곡이듯 이번 5번의 공연이 매번 색다른 무대로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헛스윙밴드 연출을 맡은 연출가 우상욱
헛스윙밴드 주인공 '방규석'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허규

인간사 '희노애락'으로 풀어 쓴 재즈 뮤지컬

헛스윙밴드에는 다양한 인간상들이 나온다.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면서 재즈의 매력에 빠져 밴드를 조직하는 ‘방규석’과 대학생 사회운동가로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외치는 ‘광장희’, 부평 기지촌에서 성장하고 어려서 누나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이별을 겪은 ‘마이클’, 명창을 되는 꿈을 꾸는 ‘소리’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이 극을 이끌어간다.

이들은 모두 ‘방규석’이 오디션을 진행하면서 만난 재즈 초보자다. 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트럭에 담아 부산으로 향한다.

극에는 희노애락이 함께 녹아있다. 연출가 우상욱 씨는 “기쁜고 재미있는 장면은 규석이 오디션을 주최하고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실력으로 오디션을 보는 장면이 있고, 특히 분노하는 장면은 규석이 집에서 가출하는 모습, 그리고 부산에 도착해 자유와 민주를 요구하며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마항쟁의 한 복판에서 저항하는 시민들이 핍박받는 장면, 시를 음악으로 승화한 ‘부마항쟁’이 들릴 때면 슬픈 감정이 솟아오른다. 그리고 이들이 부산으로 가는 여정에서 웃고 울면서 연습하는 장면과 마지막으로 단원들이 화합하고 세상에 눈 뜨는 장면이 즐거운 장면으로 그려졌다”고 덧붙였다.

배우 허규 씨는 “이번 공연은 비교적 연습기간이 충분하지는 않았다. 다만, 출연 배우들이 다른 어느 작품보다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서 팀 워크가 잘 맞는 편이다. 땀 흘린 만큼 공연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올해 연말 인천에서 즐길 수 있는 마지막 뮤지컬 작품인 ‘헛스윙밴드’가 관객들에게 가슴 뜨거운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된다.

부평구문화재단 창작뮤지컬 '헛스윙밴드'가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 4일간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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