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 지난달 19일 인천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일가족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앞서 2일에는 서울 성북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어머니와 40대 세 딸이 숨진 채 발견됐고, 6일에는 경기도 양주 고가교 아래에서 50대 어머니와 4ㆍ6세 두 아들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의 극단적 선택은 한부모 가정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으나 정부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지원받다가 중단되는 등,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양구 임대아파트 일가족은 관리비와 전기ㆍ가스ㆍ수도요금 체납이 없어 위기가구로 걸러지지 않았다. 긴급지원이 끝난 뒤 생계급여를 받으려 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이 문제였다.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부양의무자가 경제 능력이 없어야하는데, 어머니는 부양의무자인 전 남편과 친정 부모 재산을 조사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며 좀 더 두고 보겠다고 했단다.

성북구 네 모녀는 일부 공과금 체납이 있었지만 체납기간이 위기가구 기준 6개월에 못 미치는 3개월이었고, 체납액이 1000만 원이 넘어 복지 지원 모니터링 대상에서 빠졌다. 긴급복지 지원도 신청하지 않았다. 신청하지 않는 한 도움을 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나 관련 단체는 극단적 선택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가정의 고립을 막아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12월 3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인천시 복지사각지대 문제 진단과 해결 방안 토론회’ 참가자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원인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의 비현실적 소득 환산, 공적 부조에서 근로능력자 배제를 꼽았다.

토론자들의 발언을 정리하면, 현 부양의무자 기준은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난한 ‘개인’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제도상 근로능력자로 분류되는 거리부랑자가 병원에서 ‘일할 수 없을 정도의 질병 상태’를 확인받지 못하면 일자리로 내몰린다. 복지 수급 신청 절차와 선정 기준이 까다로워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고, 복지 전담 공무원이 부족한데 복지업무뿐 아니라 지자체 행사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제도와 지원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극빈층의 극단적 선택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개선의 출발은 가난을 바라보는 사회인식의 변화다. ‘가난이 게으름에서 생겨났고 개인의 책임’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한다.

관계가 완전히 끊겨 고립됐을 때, 인간존엄을 잃었다고 생각할 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목격했다. 서둘러 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정부와 지역사회가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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