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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20> 인천도담초등학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청라국제도시 초등학교 중 유일한 행복배움학교인 인천도담초교는 2015년 개교 때부터 행복배움학교를 준비했다. 신설 학교였던 만큼 학부모와 교사들은 행복배움학교로 지정되는 것에 의지가 높았다. 구성원들은 90%에 육박하는 동의율을 보이며 준비를 빠르게 진행했고, 이듬해 지정됐다.

도담초교는 청라에서 대표적인 행복배움학교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 수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현재 5ㆍ6학년은 학급이 5개이지만 3ㆍ4학년은 6개, 1ㆍ2학년은 각각 8개와 7개다. 이 때문에 교장실과 일부 학년 교무실이 임시로 컨테이너에 옮겨진 상황이다. 도담초교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배움 중심 수업, 학생 스스로 배움의 의미 터득

도담초교의 교육 방식은 한 마디로 ‘배움 중심 수업’이다. 배움 중심 수업은 기존 교육에서 이뤄진 지식 전달 중심 수업을 반성한 데서 비롯한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사회에서는 산업화 시대와 다르게 암기와 모방이 무의미해진다. 그 대신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잘 찾고 그 의미를 파악해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도담초교의 배움 중심 수업은 학생 스스로 배움의 의미를 터득하게 만든다.

도담초교는 배움 중심 수업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교육과정 재구성으로 정규 과목과 연계한 생태감성과 신체감성 교육을 진행한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한 초등학생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고 자연의 이치와 자기주도성을 가르칠 수 있다.

생태감성 교육을 살펴보면, 1ㆍ2학년은 주로 곤충을 체험하거나 개인 화분을 가꾼다. 3학년부터는 공동 화분과 텃밭을 활용해 작물을 재배하는 활동을 한다. 교실 절반정도 되는 규모의 텃밭에서 토마토ㆍ상추ㆍ배추 등을 심어 가꾼다. 여기서 나온 배추로 학생들은 겨울마다 직접 김치를 담가 동주민센터에 기부한다.

도담초교에서 직접 수확한 벼로 진행한 떡메치기 행사.(사진제공 도담초교)

특히 5학년은 화분을 활용해 벼농사도 해본다. 5월 모내기부터 시작해 추수철까지 피를 뽑으며 관리한다. 10월에는 부모들과 함께 수확 활동을 벌인다. 탈곡한 쌀로 떡메치기도 하고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에는 가래떡 나눔 행사도 한다.

4학기제, 계절별로 특색 있게 운영

도담초교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4학기제로 운영한다. 1년에 생활통지표를 네 번 배부한다. 계절학기가 끝날 때마다 대략 3~5일씩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한다. 생태감성 교육의 일환이다. 봄에는 주로 생태감성 교육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현장체험학습을 간다. 여름에는 학교 인근 심곡천 살리기 활동과 청라호수공원 탐방을 진행한다. 가을에는 인천환경공단ㆍ국립생물자원관 둥과 연계해 저어새를 탐조하고 연희자연마당과 소래습지를 탐방한다. 겨울에는 스케이트나 스키를 타러 간다.

올해 6학년 학생들은 1학기 내내 역사를 주제로 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으며, 학기 말에는 계절학교를 운영했다. 학급별로 세 팀으로 나뉘어 서대문형무소ㆍ대한민국역사박물관ㆍ근현대사기념관을 방문했다. 앞서 답사를 다녀온 학생들은 2ㆍ3차 방문하며 동행한 학생들에게 직접 설명해줬다.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내용을 고민하고 친절히 알려주는 모습에 교사들도 깜짝 놀랐다. 배움 중심 수업의 효과다.

도담초교 문화예술발표회.(사진제공 도담초교)

이밖에도 도담초교에는 신체감성 교육으로 3~6학년 학생들이 진행하는 ‘1인 1악기 교육’이 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두 시간씩 본인이 원하는 악기를 배우고 연말에 문화예술발표회를 진행한다. 여기에는 1학년의 생활무용과 연극 발표도 함께한다. 2학년은 신체감성 교육으로 미술 활동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작품 전시회를 별도로 진행한다.

행복배움, 학생과 교사 모두 배려

도담초교는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만큼, 수업시간을 깊고 알차게 하기 위해 ‘블록타임’으로 운영한다. 블록타임은 기존 ‘40분 수업, 10분 휴식’을 재구성한 것이다. 시간표를 ‘80분 수업, 30분 중간놀이’로 구성했다.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 흐름이 중단되지 않게 배려한 제도다. 덕분에 교사들도 다른 과목과 연계한 융합수업을 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밖에도 도담초교는 학생들에게 배움의 과정을 중시하는 평가체제 혁신을 실천 중이다. 학습 진도를 나가다보면 배움이 느린 학생들은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학기를 마무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도담초교는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무엇을 노력하고 배웠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여름 계절학교로 진행한 역사탐방.(사진제공 도담초교)

예를 들어 6학년 학생이 1학기 수학시간에 원도형 단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2학기에 심화된 다른 내용을 공부하다 보니 1학기 내용을 이해하게 됐다면, 교사는 1학기 생활기록부 내용을 수정할 수 있다. 노력한 과정에 더 좋은 평가를 주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학생들은 배움이 더뎌도 ‘친구들에게 질문하는 용기를 얻었다’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학생들이 배움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런 과정 중심 평가는 행복배움학교 여부를 떠나 교육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 학교들은 학급당 인원이 많아 교사가 학생들의 배움 과정을 기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도담초교는 한 발 더 나아가 행정 전담 교사를 별도로 둬,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학생들 교육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했다.

한 교사는 “대부분의 교사가 행정업무가 없어 다른 학교 교사들이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업무가 빠진 자리에 교육과정이 들어왔다. 수업을 알차게 준비하느라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교사가 쏟아 부은 시간만큼 학생들이 즐거워하며, 등교를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 덕분에 학부모들도 교사를 믿어주며,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학부모와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배움

도담초교는 청라국제도시에 있어 마을 연계 교육을 진행할 인프라가 부족한 편이다. 이런 여건에서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는 큰 자산이 됐다. 도담초교는 학부모들을 동아리로 조직하며 교육활동가로 나설 수 있게 돕는 작업을 3년 전부터 진행했다.

생태ㆍ독서교육ㆍ전통놀이ㆍ보드게임을 전문으로 한 동아리들과 아버지들의 모임까지, 학부모 동아리는 모두 다섯 개다. 동아리 회원들은 학교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생태 동아리 학부모는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에 보조강사로서 참여하고, 독서교육동아리 학부모는 1ㆍ2학년에게 아침마다 책을 읽어준다. 보드게임동아리는 교내 대회를 열기도 한다.

독서교육 학부모 동아리 '아띠책맘'에서 진행한 교육기부.(사진제공 도담초교)

올해 6월 청라에서 열린 ‘어울마루 청소년 축제’에는 보드게임동아리 ‘아띠보드’와 전통놀이동아리 ‘아띠놀이’가 참가해 부스를 운영했다. 동아리 회원 30여 명은 축제 참가자를 대상으로 보드게임과 나무 팽이 만들기 등을 진행했다.

아침 맞이, 언제나 활기찬 아침

도담초교에는 별거 아닌 것으로 보여도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아침 맞이’ 시간이 있다. 담임교사와 학부모, 학생자치회 등이 번갈아가며 진행하는데, 교장 선생님은 기본적으로 매일 ‘아침 맞이’에 나선다.

학생들은 ‘아침 맞이’를 하며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과 반갑게 인사한다. 신나는 마음으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친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도담초교의 아침은 언제나 활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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