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활성화 위해 상인회에” ↔ “공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평시장 주변 공영주차장을 상인회가 직접 운영해야한다는 상인들의 목소가 커지면서 주차장 운영권이 논란에 휩싸였다.

부평시장상인회와 진흥종합상가상인회 등은 시장접근성 강화와 고객만족을 위해 현 제1공영주차장과 향후 조성될 제2ㆍ제3공영주차장을 상인회가 운영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부평시장 주변 장고개길ㆍ주부토길ㆍ대정로ㆍ시장로 등의 노상주차장에 대해서도 운영권을 넘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화동 부평시장상인회장은 “시장 활성화의 핵심은 시장접근성이다. 그래서 상인회가 나서 주차장 부지를 알아보고 정치권 등의 협조를 통해 사업예산까지 확보했다”며 “대형마트 같은 곳은 물건을 사면 무료로 주차할 수 있다. 재래시장도 상인들이 구매자들의 주차비를 부담하면 고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흥구 진흥종합상가상인회장 역시 “이미 청주 육거리시장은 상인회가 직접 주차장을 운영해 차별화된 서비스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상인들이 직접 하면 시장 친밀도를 높일 수 있다”며 “또한 매년 정부에서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사업비를 내려 보내면서 상인들의 자부담을 요구하는데 영세한 상인회는 자금이 없어 늘 애를 먹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상인들의 주차장 운영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주차장 관리권을 가지고 있는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이사장 유재홍ㆍ이하 공단)은 상인들의 이 같은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상인들이 어려움에 처했기 때문에 시장 활성화는 중요한 민생 과제임을 인정하면서도,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많다고 했다.

유재홍 이사장은 “상인들의 절박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운영권을 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지방공기업은 법에 의해 경상지출비용의 50%이상을 경상수입으로 충당하라는 경상수지비율 규정이 있다”며 “이 경상수입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게 주차장 운영사업인데 이를 넘기게 되면 당장 경상수지비율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공단은 2006~2007년 경상수지비율이 30~40%대에 머물러 행정안전부의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하위를 기록해 2008년 12월 31일까지 조건부 퇴출명령을 받았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공단이 2008년 말까지 경상수지비율을 50%이상으로 올리지 못할 경우 퇴출할 것을 명했다.

공단은 지난해 말 경상수지비율 54.27%를 기록하며 퇴출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노사합의를 통한 임금동결과 자연퇴직한 일자리를 신규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상수지비율을 올릴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유 이사장은 “공단은 지난해 약 23억원 가량의 수입을 올렸는데 90%가 주차장 운영수입이다. 규정상 민간위탁을 하는 경우도 수입보다 비용이 많은 곳만 하게 돼있다”며 “부평시장 주변일대 주차장을 위탁하면 경상수입이 줄어들어 공단은 정부로부터 퇴출당할 위기에 놓인다”고 말했다.

부평시장 주변 장고개길 등 3개 노상주차장에서 지난해 공단이 거둬들인 주차장 운영수입은 약 2억 9000만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수입의 12.7%에 해당한다.

또한 민간 위탁할 경우 민간사업자는 수탁금을 내야한다. 규정상 수탁금은 공시지가에 면적을 곱한 금액으로 상인회가 주차장을 운영할 경우 이 수탁금을 부담해야하는 측면도 있어 쉽지만은 않다.

이와 관련 주차장을 상인회가 직접운영하고 있는 청주시 육거리시장상인회의 강준모 사무국장은 “청주시는 상인회의 요구로 수탁금 없이 직접 위탁했다”며 “모든 재래시장 공영주차장(3곳)을 상인회에서 운영하고 있다. 고객만족도 높고 상인들도 제 집처럼 주차장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육거리시장상인회는 주차장 2곳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41면 노상주차장은 2001년부터 운영했고 89면 2층짜리 주차장은 2008년 8월부터 직접 운영하고 있다. 41면 주차장의 경우 지난해 1억 2000만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고용인원은 5명이다.

강 사무국장은 “주차장이 수익을 내는 건 아니다. 인건비 나가고 주차장 내 접촉사고 처리 비용, 유지 보수와 관리비용으로 다 지출된다”며 “다만 시장친밀도를 높이고 상인들이 시장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점 등은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방관하는 정치권...“공청회 열어 해결책 찾자”

한편, 상인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관리주체인 공단은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 비해 부평구와 지역 정치권의 노력은 방관하고 있다시피 할 정도로 부족해 책임 없는 자세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부평상권의 핵심인 부평시장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판단에 좀처럼 나서고 있지 않은 것.

경제 불황시기 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공기업의 수익성 위험이라는 문제가 맞붙은 형국이라 해결이 간단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공단만 가운데 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동정론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상인회 관계자는 “이미 타 지역 사례가 있기 때문에 상인들의 요구가 꼭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방공기업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되지 않겠냐?”며 “그렇다면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부평구와 구의원 등 정치권이 나서 공청회를 열어서라도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인회는 상인들의 공동체다. 주장하는 내용이 일면 타당성이 있다 해도 돈이 오가게 되면 공동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번 일에 대해 행정당국과 정치권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과 더불어 어려운 시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돼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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