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음향신호기ㆍ점자블록 미설치나 고장 60곳
남동구 모범음식점 11곳, 장애인 시설 미비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지역 장애인이 횡단보도와 음식점 등을 이용할 때 위험에 노출되거나 불편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장애우문제연구소(소장 임수철)가 주최하고 인천장애우대학 19기가 주관한 ‘장애인 접근권 실태조사 기자회견’이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인천시청에서 열렸다. 이들은 횡단보도 음향신호기와 모범음식점 장애인 접근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인천시에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인천지역 장애인 접근권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세계 장애인의 날에 열렸다.

'멈춤' 대신 '직진'하라···사고 부르는 점자블록

임수철 소장은 인천시 내 횡단보도 음향신호기와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ㆍ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석오거리ㆍ석천사거리ㆍ남동경찰서사거리 등 남동구 일대에서 음향신호기와 점자블록이 설치돼있지 않거나 고장 난 게 60곳이라고 했다.

김덕중 인천장애우대학 19기 학생은 “시각장애인들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음향신호기를 사용해야하는데, 점자블록이 음향신호기까지 안내해주지 않아 다른 사람 도움 없이 건너지 못할 때도 있다. 음향신호기까지 접근했다 하더라도 신호기가 고장 나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토로했다.

시각장애인 음향신호기 실태조사 보고서 갈무리.(제공ㆍ인천장애우대학 19기)

음향신호기 앞을 모래함이나 햇빛가림막 등이 막고 있어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도 있었고, ‘멈춤’ 점자블록이 설치돼있어야 할 곳에 ‘직진’ 점자블록이 설치돼있어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했다.

임수철 소장은 “이는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음향신호기 설치ㆍ관리 등은 10년간 장애인권위원회 등이 꾸준히 요구한 사항이다. 음향신호기 대다수가 고장 나있었지만, 시 주무 부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날 음향신호기 설치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점자블록을 규격화해 재설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시에 전달했다.

임 소장은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면 장애인들만 편리한 것이 아니다. 예컨대 경사로가 설치되면 장애인뿐 아니라 자전거ㆍ유아차(=유모차) 이용자 또한 편리하게 다닐 수 있다. 시가 조금만 신경 쓴다면 적은 예산으로도 많은 시민의 편익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장애인은 못가는 모범음식점···“누굴 위한 모범인가”

이들이 남동구 모범음식점 21곳 중 11곳을 조사한 결과, 11곳 모두 ▲턱이 높아 휠체어 이용자 진입 불가 ▲좌식 설치로 휠체어 이용자 식사 불가 ▲장애인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 이용 불가 중 하나 이상 해당됐다. 특히 이중 점자블록과 점자메뉴판이 마련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임수철 소장은 “모범음식점이라고 해서 방문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식사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라며 “인천의 모범이어야 할 인천시청 근처 일부만 조사한 결과가 이렇다면, 인천 외곽지역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덕중 학생은 “휠체어 이용자는 턱이 5cm만 돼도 진입이 힘들다. 경사로가 있다 해도 경사로 폭 등이 안전하게 갖춰지지 않아 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 휠체어 이용자가 인천시청 브리핑룸 단상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내려가던 중 곤혹을 겪었다.

장애인 친화시설, 시청 기자회견실부터 시작해야

기자회견을 마치고 한 휠체어 이용자가 시청 기자회견실 단상을 내려가던 중 경사로가 분리되고 휠체어 회전 반경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화분에 부딪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기자회견 단상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대신, 필요시 간이 경사로를 설치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임 소장은 “간이 경사로는 주로 야외 등에서 사용하는 차선책이다. 기자회견실은 장애인도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간이 경사로가 아닌 경사로를 설치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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