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기준 까다롭고 신청절차 복잡
기초생활수급자 이유로 존엄 무시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복지 사각지대는 제도가 만들어냈을까, 사람들이 만들어냈을까.'

지난달 19일 계양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일가족 등 4명이 생활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인천의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3일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인천광역시 복지사각지대 문제 진단 및 해결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3일 오전 9시, 인천시의회에서 복지사각지대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충권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김창환 인천복지재단 사무총장,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최장열 논현종합사회복지관장, 김성준 시 문화복지위원회 의원, 문영기 시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를 유발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안했다.

제도적 문제, 정책상 개선 필요

이충권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를 만드는 원인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재산의 비현실적 소득환산 ▲근로능력자의 공적 부조로부터의 배제를 제시했다.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부양의무자 기준은 정서적 부양이라는 개념을 배제하고 있으며,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가난한 '개인'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했다. 또 “50대 거리부랑자를 예로 들면, 제도상으로는 근로능력자지만 거리 노숙으로 건강이 안 좋은 상황이다. 이런 사람들은 병원으로 가서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질병상태’를 확인받지 못한다면 일자리로 내몰리게 된다”며 제도상 허점을 지적했다.

이충권 교수는 해결 방안으로 이들 제도의 기준을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문영기 시 복지정책과 생활보장팀장은 “긴급복지처럼 복지서비스가 끝난 가구를 대상으로 관리·감독을 진행하겠다”고 대책을 이야기했다.

김성준 시 문화복지위원회 의원은 복지 신청주의와 복지전담 공무원들이 적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제도상 문제도 중요하지만 신청 절차와 선정 과정이 어려워서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고 하며 “복지전담 공무원 인력이 부족하고 복지 업무 뿐 아니라 시나 동별 행사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역 사회복지관은 당사자가 종결을 원할 때까지 사례관리가 이뤄지고 심리상담을 연계하기 때문에 지역 사회복지관과 협조할 필요가 있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인간존엄 위한 복지제도가 인간존엄 파괴

토론자들은 가난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환 인천복지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생활고로 사망한 계양구 일가족 등 4명은 주거급여를 받으면서도 죽을 때까지 공과금은 체납하지 않았다”며 “‘가난이 게으름에서 생겨났고 개인의 책임’이라는, 사회에서 가난을 바라보는 인식을 성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수급자들을 인터뷰한 자료를 제시했다. 토론문으로 제시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권자의 경험을 통해 본 ‘빈곤의 형벌화’ 조치’를 보면, “실제 방문조사에서 수급자격과는 상관없는 ‘가난해진 이유’ ‘가난해진 경로’와 같은 지극히 개인적이며 숨기고 싶은 질문이 반복돼 이 과정에서 인터뷰 참가자들은 의심받는 기분, 불쾌한 기분, 프라이버시를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답했다”고 나온다. 수급자들은 가난하기 때문에 복지혜택을 받는 과정에서조차 존엄성을 무시당하는 것이다.

김성준 의원은 “우리 사회는 참 잔인하다”며 “부정수급자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받아야 하는데 받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관심은 없다”고 가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비판했다. 최창열 논현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은 “사회복지관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기관”이라며 “관계 중심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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