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의학칼럼] 뇌전증 환자가 항경련제 복용을 기피하는 이유
[김문주 의학칼럼] 뇌전증 환자가 항경련제 복용을 기피하는 이유
  • 인천투데이
  • 승인 2019.12.0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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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뇌전증 환자들은 약물 복용에 순응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의사들은 항경련제 복용을 독려하며 약물 복용 성실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그러나 뇌전증 환자들이 약물 순응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불성실함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의 불성실로 책임을 돌리기에는 보다 근본적 문제가 있다.

환자들의 약물 복용 의지 상실에는 대체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항경련제 의존성을 확인하면서 복용 의지가 떨어진다. 항경련제를 먹을 때는 경련하지 않다가도 복용을 중지하면 바로 경련이 발생하는 반응을 확인하면서 회의를 가진다. 항경련제를 1~2년 성실하게 복용하다가도 어쩌다 한두 번 복용하지 않으면 다시 경련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환자들은 항경련제가 치료제가 아니라 단순 억제제라는 것을 깨닫는다.

두 번째 이유는 항경련제 복용으로도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항경련제를 2~3년 복용하는데도 복용 중에도 경련이 나타나는 경우가 제법 있다. 일부는 경련이 줄기는 하지만 장기 복용 시에도 불구하고 뇌파상 간질파가 소실되지 않고 지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성인 뇌전증은 항경련제 복용으로 뇌파상 변화가 만들어질 확률이 매우 낮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항경련제를 평생 먹어야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초기에 2~3년 먹으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치료를 시작했지만 평생 복용해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후 회의감으로 복용을 포기하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환자 스스로 항경련제 복용 중에 부작용을 느끼기 때문이다. 기억력뿐 아니라 암기력ㆍ집중력이 저하되며, 학생들은 학업 효율성이 이전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직장에서 복잡한 업무를 하던 사람이 이전보다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계속 졸음이 늘고 총기가 떨어지다 보니 항경련제 복용을 중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환자들의 항경련제 복용 순응도가 떨어지는 것을 게으름이나 투병 의지가 없어서 생기는 것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 이런 환자들을 상대로 항경련제 복용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공포감을 조성하는 의사도 있다. 경련할 때마다 뇌가 손상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주된 레파토리다.

그러나 현대 의학의 연구 결과는 매우 명확하다. 대부분의 경련은 뇌손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항경련제 복용을 놓고 부작용과 불편함이라는 단점과 경련 조절이라는 장점 사이에서 무엇이 더 좋은가를 의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스스로 인생에서 득과 실을 결정해야한다. 의사는 환자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게 정보를 성실하게 제공하면 된다. 만일 경련 공포감을 제거할 수 있게 정보를 제공한다면, 항경련제 복용 순응도는 더 떨어질 것이다. 그것이 환자들에게는 합리적 선택일 수 있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