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줄사택 재조명 사업’ 원형 보존보다 주변상황 고려
건축재 보존·전시 예정, 남은 2개동 활용방안 검토 중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부평구가 미쓰비시 줄사택 기록화 사업으로 역사문화유산 보존에 힘쓰고 있다.

구는 올해 6월부터 ‘미쓰비시 줄사택 재조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5월 진행한 ‘미쓰비시 줄사택 보존·활용 자문단 간담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진행 중이다. 당시 간담회에선 사택 부지 전체 원형 보존보다는 주변 상황을 고려하면서 현장성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미쓰비시 줄사택. 1948년 부평 애스컴시티 당시 모습.(사진제공 부평구)

또 줄사택 기록과 활용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으로 보존상태가 양호한 줄사택을 정밀 실측하고 건축재를 보존처리 후 전시해야 한다는 등, 실질적인 자문도 나왔다.

이에 구는 부평2동 행정복지센터 건립에 따라 철거를 앞둔 미쓰비시 줄사택 1개 동에 대해 지난 6월 실측조사와 현황도면 작성을 완료했다. 당시 현장에서 수습된 기와, 목재기둥, 벽체 등의 건축재를 보존처리해 임시 보관하고 있다. 오는 2020년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0년 공영주차장 건립이 예정된 줄사택 4개 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향후 복원조사·연구에 활용할 수 있게 기록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기록화 사업의 첫 단계로 이달부터 2020년 3월까지 해당 줄사택에 대한 실측조사와 현황도면 작성, 해체공사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한다. 아울러 2020년 4월부터 7월까지 정밀 실측조사를 추진한 뒤, 내년 말까지 기록화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이번 기록화 보고서에는 실측조사부터 해체까지 전 과정을 담아낸다. 또한 줄사택 사진과 실측도면 등, 기본적인 현황자료와 복원 시 착안사항 등이 기록된다. 남은 줄사택 2개 동의 활용방안은 검토 중이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1940년대 미쓰비시(삼릉:三菱) 제강 부평공장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사택으로, 한반도에 남은 유일한 미쓰비시의 흔적이다.

부평동 삼릉마을에는 줄사택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사택들이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를 간직한 채 특색 있는 도시경관을 이루고 있다. 삼릉마을은 도시·역사·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2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조사한 ‘인천 근·현대 도시유적’으로 보고됐다. 올해는 인천시 건축자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낡고 빈 상태로 남은 건축물들이 다수 방치돼왔다. 이에 구는 열악한 삼릉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새뜰마을 조성사업, 공공청사·공영주차장 건립 등 다양한 생활편의 인프라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와 함께 개발로 사라져 가는 미쓰비시 줄사택의 역사성을 남기고 그 가치를 활용하는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구는 지난해 해당 지역에 ‘미쓰비시 줄사택 생활사 박물관’ 사업을 추진했으나, 당시 주민들이 반대해 건립이 무산되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은 박물관 자리에 주민편의시설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는 올해 3월 ‘미쓰비시 사택의 가치와 미래, 그리고 부평’ 학술토론회를 열어 주민 의견도 청취했다. 토론회에선 "보존 논리로 인해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장기간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개발이 필요하다는 민원도 접수됐다.

이 외에 부평역사박물관은 지난 2016년 미쓰비시 줄사택 관련 자료와 구술사를 수집해 학술총서 ‘미쓰비시를 품은 여백-사택마을 부평삼릉’을 발간했다. 지난해에는 특별기획전 ‘해방공장-1945년 군수기지 부평의 기억’을 열어 부평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된 노동자와 사택을 재조명했다.

구 관계자는 “부평구는 미쓰비시 사택을 비롯해 반환 예정인 부평미군부대 안에 있는 조병창과 근대건축물, 부평지하호 등 일제의 전범기억을 보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부평이 간직한 역사를 다음 세대에 잘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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