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러시아를 가다'
1. 한ㆍ러 수교 30주년 경제협력 확대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홍남기 대한민국 부총리와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 회장 면담 장면.(사진제공 기획재정부)

한ㆍ러, 북방정책에서 신북방정책으로 더욱 긴밀해져

내년은 한국과 러시아 수교 30주년이다. 한ㆍ러 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으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한ㆍ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러시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단을 공모해 러시아 전문과정 연수를 진행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해 신북방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는 내년에 한ㆍ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할 예정인데, 핵심은 러시아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은 러시아ㆍ벨라루스ㆍ카자흐스탄ㆍ아르메니아ㆍ키르기스스탄이 당사국이고, 몰도바는 관망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과거 소비에트연방에 속했던 나라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1980년대 후반에 시작한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노태우 정부는 적극적인 북방외교 정책을 펼쳐 러시아(1990년)ㆍ중국(1992년)과 수교했고, 이 북방정책에 힘입어 한국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한ㆍ러 관계는 수교 30주년 전에도 긴밀했다.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는 120년 전부터 한국어와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대한제국의 초대 러시아 상주 공사(=이범진)가 머물던 곳이다.

이범진 공사의 아들 이위종 지사는 일제의 국권 강탈을 규탄하기 위해 이준ㆍ이상설 지사와 함께 1907년 헤이그 밀사로 파견됐고, 이범진 공사는 일제의 국권강탈에 맞서 자결(1911년)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연해주로 건너간 한인들이 연해주에 정착해 항일무장투쟁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러시아 혁명을 지원하기도 했으며, 소련 정부로부터 군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물론 나중에 연해주 구한촌(=블라디보스토크)에서 콜레라 예방을 핑계로 신한촌으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고, 1921년 자유시 참변 때는 독립군이 궤멸당하는 참담한 사건이 일어났으며, 1937년에는 스탈린에 의해 한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나중에 러시아 정부가 강제 이주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한·러 국제학술회의 장면.

비자 면제 협정 체결로 관계 긴밀해져…러시아도 한류 열풍

1990년 한ㆍ러 수교와 2014년 한ㆍ러 비자(Visa, 사증) 면제 협정체결로 한ㆍ러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기아자동차는 올해 10월 기준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약 23%로 1위를 차지했고, 초코파이를 생산하는 오리온그룹은 러시아 제과시장에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러시아 사람들의 자부심인 볼쇼이극장에서 홍보할 수 있는 파격적 혜택을 보는 등, 러시아의 한국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아울러 블라디보스토크만 해도 2013년 2만5000여 명에 불과하던 한국인 관광객이 2014년 3만5000여 명으로 늘더니, 올해는 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해주 관광청은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케이팝(K-pop)과 한국영화ㆍ드라마 등 한류 인기가 상당하고, 대학에서도 한국어와 한국학을 배우려는 열기가 뜨겁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 한국학과는 다른 나라 학과에 비해 경쟁률이 가장 높고, 이 대학에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박경리 작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있는 러시아극동연방대학 한국학과 역시 러시아 전역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을 배우러 오는 학생들로 넘쳐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교에 있는 박경리 동상.

내년에 한-유라시안경제연합 FTA 체결 예정

한ㆍ러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한국과 러시아 정부가 분주하다. 두 정부는 우선 내년에 한-유라시안경제연합 FTA 체결로 교류를 확대할 예정이다.

유라시아경제연합이 아직은 한국보다 제조업 분야 경제 기반이 약해 FTA 체결 분야를 서비스와 투자 분야로 제한할 예정이만, 한-유라시아경제연합 FTA는 한국정부의 신북방정책과 더불어 한국의 수출시장 다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는 앞서 지난 9월 모스크바에서 제18차 한ㆍ러 경제과학기술 공동위원회를 열고 FTA를 골자로 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공동위원회는 한ㆍ러 경제협력 전반을 논의하는 범정부 차원의 고위급 협력체로, 1997년 제1차 회의 이후 매해 열리고 있다.

한국 정부에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수석대표로 관계 부처와 기관 15개가 참가했고, 러시아에선 유리 페트로비치 트루트네프 부총리 겸 극동지역 전권 대표를 수석대표로 부처와 기관ㆍ기업 14개가 참가했다.

한국 정부는 한ㆍ러 무역 규모를 수교 30주년인 내년에 300억 달러를 넘기고 한-유라시아경제연합 FTA 체결로 5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남ㆍ북ㆍ러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한ㆍ유라시아경제연합은 내년에 서비스ㆍ투자 분야 FTA를 체결할 예정이다. 다만, 한국정부는 상품을 포함한 FTA로 확대하자고 적극 나서는데 비해, 유라시아경제연합은 경제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상품 분야까지 확대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국 정부는 또, 향후 동북아시아 평화 정세가 조성됐을 때 나진ㆍ하산 등 북ㆍ러 접경지역에서 전력ㆍ가스ㆍ철도 분야 남ㆍ북ㆍ러 협력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게 러시아 전력공사나 국부펀드 등 러시아 공기업과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고, 그전에 남ㆍ북ㆍ러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도서관 한국관.

상트페테르부르크서 남ㆍ북ㆍ러 삼각 협력 국제학술회의 열려

이를 위한 구체적 조치로 11월 27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러시아 행정아카데미에서 한ㆍ러 정치ㆍ경제ㆍ지역학 분야 학자와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데 ‘남ㆍ북ㆍ러 삼각 협력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 학술회의는 한ㆍ러 정상이 합의한 ‘나인브릿지’ 사업과 관련해 남ㆍ북ㆍ러의 협력 가능 분야를 조명하고, 향후 구체적 추진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주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한민국총영사관과 러시아 대통령 직속 행정아카데미가 주관했다.

이 학술회의에서 김석환 한국외대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에 러시아의 적극적 협력과 지지가 중요하다며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 관계 격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완석 한국외대 교수는 남ㆍ북ㆍ러 삼각 협력사업이 경제적 가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진단 한 뒤, 남ㆍ북ㆍ러 삼각 협력 사업은 중국의 전방위적 경제 ‘굴기’를 견제하는 역할도 있다고 했다.

또한, 현재 한국이 일본 기술에 종속된 부품과 소재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 강국인 러시아가 최적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준 국민대 교수는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은 향후 남ㆍ북ㆍ러 복합물류 협력을 가능하게 하고 동아시아 에너지 공동체와 경제 공동체, 나아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이어지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 쪽에선 쿠르바노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가 북ㆍ러 국경지역 인프라 발전 방향을 주제로 철도 또는 해상 운송보다 삼각 협력으로 도로망 인프라를 개발하는 게 남ㆍ북ㆍ러에 경제적 유용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란쪼바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는 ‘아시아 슈퍼그리드 속 한ㆍ러 교류 전망’을 발제하면서 동북아 지역에 위치한 한국ㆍ러시아ㆍ일본ㆍ중국ㆍ몽골의 풍력ㆍ수력ㆍ태양열과 같은 자연 재생에너지원 기반 상호협력 중 실현 가능한 사업부터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한ㆍ러 정부는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와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주도로 한ㆍ러 디벨로퍼 협의체를 구축하고 동북아 인프라 개발사업을 선별해 타당성 분석을 하는 등, 투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9 KPF 디플로마 ‘러시아 전문가 과정’ 참여 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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