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아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투데이] 우리나라 보건복지부는 2017년에 노인 자기방임을 ‘노인 스스로 의식주 제공이나 의료 처지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 관련 행위를 의도적으로 포기 또는 비의도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심신이 위험한 상황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연구 ‘노인 자기방임의 성별 차이(권은주ㆍ윤일ㆍ김순은, 2018.)’에서 ‘2016년도 우리나라 자기방임 신고 건수’는 전체 노인의 7.7%를 차지했는데, 이는 2006년도와 비교하면 10배가 늘어난 수치다. 이를 두고 이 연구보고서는 ‘시민들과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자기방임이 노인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보고서뿐 아니라, 해외의 선행 연구들은 노인의 자기방임이 인식 기능 저하, 나쁜 영양상태, 심지어는 높은 사망률과 연관돼있다고 보고했다. 독거노인의 자기방임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셈이다. 이 심각한 이슈를 어떠한 대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를 지역사회와 정부가 빨리 고민해야 한다.

독거노인의 자기방임을 재가노인복지 현장에서 자주 본다.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제안해도 당사자의 의지가 없으면 사회복지사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당장 장기요양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종교의 힘을 믿어보겠다는 할머니도 있고, 국가 재정이 걱정된다며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돈(사회적 비용) 그만 쓰라’며 서비스를 안받겠다는 할머니도 있다. 의료서비스가 필요한데 도시락만 가져다 달라는 할아버지도 있다.

지난해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의뢰받은 한 할아버지는 대기업 출신으로 연금도 나오는 분이셨는데 지하방에서 나오기 힘들어하셨다. 담뱃불을 방바닥에 끄고, 그 옆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라면을 끊이셨다. 그 옆에 곰팡이가 핀 빵이 있는가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이 할아버지가 앉아있는 자리를 빙 둘러 어지럽게 놓여있었다. 사회복지사들이 방을 치우고 주거환경을 개선했지만 1주일 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이렇게 자기방임은 반복되고 개선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을 재가노인복지 현장에서 찾고 있다. 그 실마리는 앞서 살펴본 연구보고서에서 나온 ‘노인의 우울과 사회 관계망, 지지가 자기방임에 미치는 영향력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찾는다.

다시 말해 노인이 우울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면 되는 거다. 줄 세우고 배식하고 배분하는 사회복지로 행복해질 노인은 없다.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듯 노인도 건강권이 있음에도 시혜적이고 선별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니, 복지가 보편적으로 누려야하는 자기 권리임을 알지 못한다. 베풀어야할 대상으로만 취급받으니 우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장 마을 곳곳에서 자존감을 올리는 노인 인권교육을 해야한다.

사회적 관계망과 지지도 필요하다. 문제는 이 중요한 일이 오로지 사회복지사의 몫으로 돼있다는 데 있다. 사회적 관계망과 지지 체계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커뮤니티 케어’에서도 밝힌 바있다. 사회복지사 개인 업무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보완하거나 독립 업무로 인정해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 노년을 관리하는 사회복지시스템이 아니라, 노년이 행복해지는 보편적 사회복지제도와 노인에게 안전한 마을을 만들어야 한다. 노인의 자기방임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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