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민지 인천청년유니온 위원장

[인천투데이] 2018년 12월 10일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던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설레던 연말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벌써 1주기가 다가온다.

그사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청년들이 안전하지 못한 일터에서 일하다가 죽거나 다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약속이 이어지면서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715쪽의 진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하지만 위험의 외주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고강도 노동현장에 유독 청년이 많다. 실제 많은 통계에서 불안정한 일에 20대 청년을 고용한다고 이야기한다. 내 주변 청년들을 떠올려본다.

공장에서 산업체 병역특례로 일하는 친구는 노동자보다도 더 보호받지 못하는 조건에서 중간에 공장에서 쫓겨나면 군복무 기간이 길어지고 다시 일을 구해야하기 때문에 아무리 위험한 일이어도 나서서 해야 했다. 대학에 다니며 생활비를 벌어야하는 친구는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는 게 몸은 힘들어도 많은 돈을 받기 때문에 눈앞에서 구조물이 무너져 내린 아찔한 경험을 하고도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배달 대행업체에서 일을 하는 친구는 한 건이라도 더 하기 위해서 속도를 내고, 다쳐도 돈을 벌기 위해 제대로 쉬지 못하고 툭툭 털고 나가 일해야 하고 보험을 청구할 곳도 없다.

고 김용균 님 휴대전화 메모를 떠올린다.

‘쫄지 말고 침착하고 신중히, 너는 하면 된다. 뭐든 확실하게, 넌 자기 전, 아침의 폰팅ㆍ컴게임ㆍ티브이 때문에 망할 수 있다. 너의 주적은 해이함과 이기적인 생각이다. 이를 물리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고 현장 경험이라도 쌓으면 도움이 되겠지, 하고 일을 하러 갔다. 세상을, 사회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끊임없이 탓했다.

위험의 외주화. 이윤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단가인 업체를 선택하는 시스템, 안전장비를 갖추려면 돈이 들어가니까 넘겨버리고 책임을 회피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지난해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옆에 김용균 님의 분향소가 차려진 기사 사진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 구의역 참사, 제주 이민호 군의 죽음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윤 중심의 사회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은 청년들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도 많은 알바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죽어야지만 주목받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죽지 않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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