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벌써 김장철 막바지다. 한동안 거의 모든 동네에서 자생단체를 중심으로 김장김치를 담가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전달하는 행사를 했다. 김장김치 나눔은 대한민국 나눔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런데 남동구의 올해 김장김치 나눔 행사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 그동안 동마다 벌인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같은 날 한 자리에 모아 대규모로 진행했다. 남동구는 11월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구청 마당과 주차장에서 ‘2019 남동구 행복 나눔 김장한마당’을 열었고, 김장 ‘나눔’과 ‘체험’ 행사에 5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전했다. 지역주민이 화합하고 어려운 이웃도 돕는 김장축제 한마당이었다고 자평했다.

남동구는 특히 이 행사를 공동 주관한 인천김치절임류가공협동조합과 사전 계약하고 공동구매해 재료 가격이 시중가격에 비해 저렴했다고 했다. 15일 개막식에 인기 탤런트 전원주 씨가 직접 버무림 행사에 참여했고, 16일 개인 참여자를 위한 명인 레시피 김장과 우리 가족 김장 행사에도 주민 발길이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 행사 추진 과정과 예산 씀씀이를 보면, 배보다 배꼽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이 김장한마당 행사 예산은 총 4억3200만 원인데 이중 2억5200만 원을 구비로, 나머지 1억8000만 원은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그런데 구비 2억5200만 원을 모두 무대 설치와 홍보에 사용했단다. 2억5200만 원이면 남동구 20개 동에서 1000만 원 어치씩 김장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 전달할 수 있다. ‘나눔’보다 전시성 행사 성격이 짙어졌다. 왠지 생색내기 위한 행사 같다.

후원금은 주로 소래포구어시장과 인천식품제조연합회를 비롯해 지역 기업체에서 나왔다. 이 행사에 앞서 남동구는 몇몇 기업체와 후원 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후원금 없이는 소외계층 김장김치 나눔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방식은 뒷말이 나오기 마련이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남동구 자매결연 도시인 정선군과 관계도 껄끄러워졌다. 정선군은 수년 전부터 남동구 동별 김장 행사에 배추를 공급했다. 상부상조다. 하지만 남동구는 8월 말 무렵 정선군에서 배추를 공급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서야 정선군에 이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올해도 남동구에 배추를 공급하기 위해 5~6월부터 준비한 정선군은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고 한다. 남동구가 인천김치절임류가공협동조합과 함께하는 행사로 기획하면서 생긴 일이다. 동네 자생단체와 주민들이 ‘십시일반’해 진행하는 김장김치 나눔은 따뜻한 정이 살아 있다. 그걸 하나로 통합한다고 더 커지진 않는다. 오히려 사라질 수 있다. 주민세금을 들여서까지 그렇게 하는 이유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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