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ㆍ인천시교육청 공동기획|
인천교육 혁신, 행복배움학교가 답이다 <19> 인천장수초등학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형 혁신학교인 ‘행복배움학교’가 출범한 지 5년이 지났다. 현재 행복배움학교는 62개다. 올해부터 시작한 1년 차부터 최고참 격인 5년 차까지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성공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열정만큼은 모두 같다. <인천투데이>는 인천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기획해 행복배움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소개한다.

장수초등학교는 도심 외곽인 인천대공원과 거머리산 인근에 있어 분위기가 꽤 한적하다. 전체 학생 수는 240명 정도, 학년 당 학급 수는 2개로 규모가 크지 않다. 그만큼 장수초교의 창의적인 교육과정은 전체 학년을 아우르면서도 학년별로 세분화해 유동적으로 운영된다.

모든 학년 아우르는 공동체 중심 교육

3월 새 학기를 시작하면 모든 학년은 공통으로 ‘같이 첫걸음’이라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같이 첫걸음’은 새로운 학년을 맞아 학교 구성원끼리 친해지는 활동을 수업과 접목한다. 국어 시간에는 각자 자기소개 자료를 만들어 발표한다. 체육 시간에는 친구들과 친해지는 대동놀이 ‘꼬리따기’를 하고, 음악 시간에는 함께 부를 노래를 배운다. 학생들은 서로 몸을 부대끼고 놀며 학기 초 서로 서먹한 관계를 깰 수 있다.

도덕 시간에는 학생과 교사가 서로 이해하고 학급 규칙을 세우는 활동도 한다. 학급별 수업시간에 나온 규칙들은 학년별로 진행하는 ‘다모임’에서 최종 결정한다. 이 규칙들을 학년별로 복도에 한동안 전시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규칙을 다시 마음에 새기는 계기가 된다.

매해 2학기 말에는 ‘같이 다 함께’라는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추억을 되짚어보면서 새로운 학년을 준비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지난해 추억 회상 활동으로 개인적인 월별 사건들을 선정해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진행한다.

올해는 곧 졸업하는 6학년 학생들이 ‘같이 다 함께’ 활동을 영화제로 펼친다. 이를 위해 창의적 재량활동시간에 영화 관련 전문가를 초빙해 영화 제작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제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연말까지 영화 총 4편을 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같이 다 함께’에서는 새로운 학년을 위한 선ㆍ후배 만남도 진행한다. 후배는 선배한테서 새로운 학년에 대한 조언을 듣고, 선배는 후배가 새로운 학년을 잘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 3학년이 되면 1ㆍ2학년과 다르게 영어 과목이 생기고 받아쓰기를 하는 등, 교육과정이 조금 어려워진다. 3학년생들은 2학년 학생들에게 알파벳이라도 먼저 배워오는 게 낫다며 새 학년을 준비하는 팁을 알려주기도 한다.

선ㆍ후배 만남은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후배 학년을 초대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의논하고 필요한 학습 자료도 만든다. 퀴즈를 만들어 함께 풀어보기도 한다. 새로운 학년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게 노력을 기울인다.

학년별로 세분화된 프로젝트 교육

학년별로는 또 다른 프로젝트 수업이 펼쳐진다. 1ㆍ2학년은 한 해 동안 주요 절기마다 체험교육을 진행한다.

음력 삼월 삼짇날에는 봄을 맞아 학교 근처 거머리산을 탐방한다. 산행 길에서 진달래 꽃잎들을 따와 화전을 부쳐 먹는다. 음력 오월 단옷날에는 수리떡을 만들어 먹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다. 씨름도 하고 더위를 나기 위해 단오부채 만들기도 한다. 천연 염색 손수건을 만들기도 한다. 추석에는 송편을 만들고, 입동 시기에는 김치도 담가본다.

학생들은 삼월 삼짇날 화전을 부쳐 먹었다.(사진제공ㆍ장수초교)

 3ㆍ4학년은 1학기에 살아가는 지역을 알아가는 마을탐험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난 5월 진로탐색주간에 학교 근처 창대시장에 있는 빵집 ‘퐁듀크라상’을 견학하며 제과ㆍ제빵 체험을 진행했다. 6월에는 소래포구를 방문했다. 어시장을 둘러보고 소래역사박물관ㆍ소래철교ㆍ소래습지생태공원 등을 탐방했다. 체육 시간에는 인천에 있는 ‘은율탈춤’ 전수자들을 초대해 탈춤을 배우기도 했다.

학생들은 단옷날에 손수건에 천연 염색을 했다.(사진제공ㆍ장수초교)

 2학기에는 과학 시간을 중심으로 생태환경 체험을 진행한다. 근처 장수농장 텃밭을 대여해 농사를 지어보기도 하고, 인천대공원과 인천승마공원을 방문해 동물을 가까이서 보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5ㆍ6학년 학생들은 1학기에 ‘학교사랑 1박 2일’을 진행한다. 1박 2일간 함께할 프로그램을 모두 스스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학생들끼리 뿐만 아니라 교사와도 소통하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배운다.

올해는 학교 운동장에서 캠핑하며 추억을 쌓았다. ‘학교사랑’이라는 이름이 붙는 만큼 교내봉사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부모들이 진행을 도와준 포스트게임과 담력체험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학생들은 저녁메뉴도 직접 선정했다. 캠핑이라 간단하게 먹을 줄 알았지만, 고기를 굽고 냉면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처음 준비할 땐 친구들과 놀 생각만 가득했지만 스스로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를 계기로 6학년 학생들은 내년 졸업식도 직접 기획한다.

학교사랑 1박2일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있다.(사진제공ㆍ장수초교)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 운영에도 반영된다. 도서관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최근 교육부가 주도한 학교 공간 혁신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그 이후 인천시교육청은 장수초교에 공간 혁신을 담당하는 인테리어 전문가를 배치했고, 교사ㆍ학부모ㆍ학생들은 도서관 공간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공간 혁신 관련 강의도 듣고 그룹별 토론도 진행하며 아이디어를 모았다. 다른 도서관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백서현(4학년) 학생은 “도서관 리모델링 계획에 학생들이 원하는 내용이 들어가 뿌듯했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미끄럼틀이 있는 복층구조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학부모도 함께 참여하는 행복배움

학부모들이 교육을 받고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만든 큐브트리.(사진제공ㆍ장수초교)

장수초교의 또 다른 장점은 교육과정에 학부모도 참여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동아리 활동과 평생교육연수 등에서 재능을 키워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기부를 실천한다. 학부모 독서동아리 ‘장글만세’ 회원들은 매주 모여 책을 읽고 학생들을 위해 좋은 책을 추천한다. 수업시간에는 교육기부로 그림책 읽어주기 활동을 벌인다.

또, 놀이동아리 ‘어울림’ 회원들은 공동체 놀이와 관련한 연수를 받으며 놀이를 연구한다. 학년별로 놀이 수준을 다르게 구성해야하므로 깊이 고민한다. 평생교육과정에서 사진촬영을 배우기도 했다. 학교 행사 때마다 아이들 사진을 찍어 추억을 남겨줬다. 연말에는 이를 되돌아보는 큐브트리를 만들어 전시하기도 했다.

김경옥 연구부장 교사는 “학부모 동아리 활동은 학교가 학부모들의 문화생활과 교류활동의 장을 제공해 소속감을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학부모들이 직접 교육에 참여하면서 학교에 신뢰감을 느끼기도 하는 효과가 있다”라며 “학부모의 재능 기부는 구성원이 모두 만족하는 학교 활동이다”라고 덧붙였다.

장애학생들을 위한 특수교육

장수초교에는 지적장애학생 9명을 위한 특수반이 있다. 평소에는 각 학년에 맞는 교실에서 활동하지만, 함께 진도를 맞추기 어려운 국어ㆍ수학 시간 위주로 학년을 아우르는 특수반을 운영한다. 저학년ㆍ고학년 반으로 나눠 운영한다.

이 시간에 장애학생들은 다른 학교 특수반과 연계해 시장 구경과 영화 관람 등 체험활동을 다양하게 진행한다. 또, 차오름장애인선수단 지도자를 초대해 장애학생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실내놀이를 1년 내내 진행한다. 장애ㆍ비장애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도 장애학생들을 배려하는 교육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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