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아침마다 잠을 깨우는 전쟁을 치른다고 한다. 아이는 조금이라도 더 자려하고, 부모는 일찍 깨워 여유 있게 학교를 보내거나 공부를 시키려한다. 그런데 ADHD 아동의 잠을 깨우는 전쟁은 일반 아동에 비해 더 심하다. ADHD 아동은 만성 수면장애에 시달리기 때문에 아침에 잠이 깨도 각성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비몽사몽한 상태가 길게 지속된다. 잠을 적게 잔 것이 아님에도 잠이 깨서 말똥말똥한 정신이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린다.

부모들은 ‘아이가 잠이 많아서 그래요’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잠이 유달리 많은 아이와 잠이 적은 아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수면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수면시간이 짧아도 낮 시간에 각성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수면의 효율이 떨어지면 겉보기에는 긴 시간 잠을 자도 실제로는 만성 수면장애이기 때문에 늘 수면 부족 상태가 된다. ADHD 아동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기 힘든 상태라면, 아이의 수면 상태를 심각하게 걱정해야한다.

수면장애는 야간 수면 문제만이 아니다. ADHD 증상과 매우 밀접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ADHD 아동 중 75%가 수면장애를 동반한다. 겉보기에는 수면을 잘 하는 것 같지만, 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를 보면, ADHD 아동 중 40%가 수면장애로 인한 후유증으로 ‘가짜 ADHD’ 증세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들은 수면장애만 고치면 ADHD 증상이 소실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ADHD로 진단된 아동 중 상당수는 수면장애에서 오는 각성 장애와 집중력 장애가 ADHD 증세로 오인된다는 것이다.

수면장애와 집중력 장애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수면장애가 밤새 이뤄질 경우 아침에 잠에서 깨도 수면 부족으로 인해 각성 상태를 유지 못하고 매우 졸린 상태가 지속된다. 이런 졸린 상태가 지속되면 각성과 집중을 유지 못하고 산만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ADHD 증상과 유사하다. ADHD 아동의 수면 부족 증세가 ADHD 증세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ADHD 아동의 집중력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살펴봐야할 것은 수면장애 유무다. 숙면을 방해하는 다양한 요인을 제거해야한다. 최근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알레르기성 비염이다. 코 막힘 콧물로 인해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 또한 심한 축농증이나 수면 무호흡증과 코골이가 있는 경우는 더욱 심한 수면 방해 현상을 동반한다. 수면 시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뒹굴면서 자거나 발버둥 치면서 수면을 유지하는 아동도 실제로는 깊은 잠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다. 아이가 자꾸 깨서 화장실에 가는 증세를 반복해 보이는 것도 깊은 수면 상태에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의 산만한 증세를 수면장애 클리닉에서 치료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올바른 방향이다. 나 역시 ADHD 아동을 진찰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수면장애 현상 유무다. 수면장애 현상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먼저 개선해야한다. 수면장애의 원인을 찾고 이를 개선하면 ADHD 증상도 현격하게 감소될 수 있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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