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모르는 사람이 지켜본다는 공포 컸다”
인권운동가 “피해자 존재, 미디어 이용한 폭력”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지속적인 ‘스토킹’으로 파문을 일으킨 인하대학교 前 총학생회장 후보자 P씨가 정치적 성향 때문에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밝힌 지 5일 만에 '스토킹 한 적이 없다'며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취소했다.

P씨의 이 같은 행동은 명백히 미디어를 이용한 폭력이며,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라는 지적이다.

2020년 인하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한 P씨(24)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A씨에게 공개적이거나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 A씨에게 ‘스토킹’을 가했다. 이에 A씨는 극도의 공포감과 불안감에 휩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6일 P씨가 인하대학교 커뮤니티 '인하광장'에 올린 글

온라인 스토킹은 일종의 ‘미디어 폭력’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피해자가 느끼는 두려움은 훨씬 더 크다.

논란이 지속되자 P씨는 인하대 공식 커뮤니티 ‘인하광장’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마저도 진정성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급기야 후보자를 사퇴하는 과정에선 '정치적 성향 때문에 피해자를 괴롭혔다'고 밝혀 파문을 더했다.

그런데 지난 16일 P씨는 ‘인하광장에 “저는 사이버스토킹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에서 P씨는 “학우(피해자) A씨가 명시적 거절 의사를 밝힌(2018년 5월 7일) 후 더 이상 쪽지를 보내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 뒤 “A씨가 ’답답하다‘는 등 표현을 사용해 추가 대화를 요구해 응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피해자 A씨는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연락을 받고나서 주변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웠다”며 “P씨가 행위를 멈추는 것보다 P씨를 아는 게 더 중요해서 연락과 만남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업시간에 누군가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에 답답하고 숨 쉬기 힘든 느낌까지 들었다”며 “모르는 누군가가 지켜본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가장 커서 누군지 말해달라고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에 강혜정 사단법인 인권희망 강강술래 상임이사는 “가해자는 스토킹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여성을 상대로 하는 명백한 미디어를 이용한 폭력”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P씨가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은 당시 상담센터의 조치가 미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조치가 미흡해 반성 없이 버젓이 2차 가해를 저지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강 상임이사는 “학교에서 빨리 나서야 한다. P씨는 전혀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 미디어 폭력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인하대 학생들도 P씨의 반응에 '술은 마셨으나 음주운전은 아니다?', '뭘 잘했다고 이런글을 올리냐?' 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P씨 글에 달린 인하대 학생들의 댓글
P씨 글에 달린 인하대 학생들의 댓글

 

한편, 이와 관련해 인하대는 지난 18일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상황파악에 나선 상태다.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 11월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온라인에 「[단독] '스토킹 파문' 인하대 총학후보 "상대가 페미라서"」 등의 제목으로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장 후보자가 스토킹을 하였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후보자는 당사자의 명시적 요구에 반해 연락을 지속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 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