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회복지위원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천투데이] 정부가 노인ㆍ장애인ㆍ정신질환자ㆍ노숙인이 시설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시설이 아닌, 당사자가 희망하는 대로 집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한 생활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인권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시범사업을 살펴보면, 사업 대상자가 노인이나 장애인에 집중되는 반면에 정신질환자와 노숙인에는 관심도가 낮다. 특히, 노숙인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무관심으로 시범사업 지역 8개 중에 한 곳도 없다. 우리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신질환자와 노숙인은 실직으로 인한 장기간 빈곤, 알코올 중독, 정신 불안, 가족과 관계 단절, 취약한 주거 등, 매우 복합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강한 ‘낙인 효과’로 사회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신질환자와 노숙인에게는 더욱 전문적인 보건의료와 복지, 주거 서비스 등이 체계적으로 제공돼야한다. 하지만 한국은 그동안 정신질환자나 노숙인을 병원이나 수용시설에 입소시켜 사회적으로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곤 했다. 당사자의 희망이나 선택과는 상관없이 제도의 이름으로 사회로부터 격리와 배제, 차별이 자행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과정이 당사자에게 매우 고통스럽고 반인권적 조치라는 점이다.

정신질환자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강제적인 물리력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갈 때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고, 그것은 트라우마로 깊숙이 각인된다. 그렇게 입소한 시설에서 삶은 충분한 돌봄과 안정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노숙인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고용 교육과 훈련도 취약해 독립을 위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다. 현재 노숙인 정책은 시설에 입소한 사람에게 재활ㆍ자활 프로그램을 제공 해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집과 지역사회에서 이용 가능한 서비스와 실질적 지원이 부족해 시설을 옮겨 다니며 생활하는 ‘회전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시설에서 어렵게 독립한다고 해도 사후관리체계가 취약해 지역사회로 복귀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각 지방정부에서 노숙인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별 격차도 매우 크다. 서울시의 경우 ‘노숙인 지원주택’ 사업처럼 적극적인 지원을 하는 반면에, 인천시의 경우 노숙시설에 지자체 보조금 지원이 턱없이 적어 기관들은 민간 후원이나 결연으로 적자 보전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질환자 지원도 마찬가지여서 현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인력과 예산으로는 급증하는 정신질환자의 수요와 질 좋은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기 어렵다. 또한 정신질환자들이 재활할 수 있는 기관이 현저히 부족해 재활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노숙인이나 정신질환자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막연한 이상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당사자의 입장에서 면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지역사회에서 이용 가능한 실질적 지원 체계 구축,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 등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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