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민주노총 인천본부 정책국장

[인천투데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민주노총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외치는 주장에는 ‘제대로 된’이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는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항쟁으로 제기된 수많은 사회개혁 과제 중 일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거나 정책으로 입안했지만 온전히 시행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동정책 영역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규직 전환 법원 판결을 수차례 받고도 여전히 노동자들이 투쟁을 하고 있는 톨게이트 사례만 보아도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설립,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경쟁채용을 도입해 노동자 해고 유발, 처우개선이 전혀 동반되지않는 정규직 전환 등, 편법과 꼼수가 난무한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외치고 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 문제도 마찬가지다. 애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보육, 요양, 장애인 활동보조 등의 돌봄 서비스를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로 공적 영역에서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공단 공약은 대선이 끝난 후 후퇴에 후퇴를 거듭해 현재 사회서비스원 설립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나마 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아 지자체들이 재단 형태로 설립해 추진 중이다. 작년부터 서울, 경기, 경남, 대구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올 하반기부터는 인천을 포함한 7개 지자체에서 설립을 준비 중이다. 지자체별로 추진되기 때문에 형태도, 담당하는 서비스도 제각각이다.

규모도 매우 축소돼 시범사업 지역들의 경우 대체로 몇 십 명으로 시작해 5년 내에 2000~3000여 명의 돌봄 노동자를 고용하는 정도다.

현재 인천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노동자가 2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에 견주어보면 현재 추진 중인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서비스를 공적 영역에서 책임진다는 애초 사업 취지에 턱없이 미달한다.

지금까지 한국의 돌봄 서비스는 거의 전적으로 시장에 내맡겨졌다.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이 10%가 채 안 되고, 노인요양기관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아파트마다 민간어린이집이 들어서있고, 요양원 간판이 거리마다 즐비하다. 정부 지원금을 받지만 공적 통제는 거의 받지 않는 민간기관이 난립하며 돌봄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익성을 가장 우선시하는 민간시설에서 질 좋은 사회서비스, 돌봄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노동조건을 기대하기는 무리다. 정부 정책이 계속 후퇴하고 축소해온 데에는 이러한 민간기관들의 반대도 한몫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보육, 노인 돌봄, 장애인 돌봄 등 돌봄 노동은 과거에는 가족 내에서 여성들이 전담했던 일이다. 이것이 가족 밖으로 나와 사회서비스가 된 데에는 여성 대다수가 직장생활을 하는 사회적 변화와 함께 돌봄 서비스를 하나의 산업, 시장으로 만들려는 지난 정부의 정책이 배경에 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적 사회서비스, 돌봄 노동에 대한 재평가는 필수적이다. 그야말로 돌봄의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할 때다.

문재인 정부는 후퇴된 사회서비스 정책을 되돌려야한다. 지금의 정책 수준으로는 사회서비스 ‘시장’을 절대 흔들 수 없다. 인천시 앞에 놓인 책임도 크다. 앞서 시범사업을 시작한 타 지역의 한계를 넘어 설 수 있게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인천시민의 보편적 돌봄 서비스를 책임지는 제대로 된 인천사회서비스원 설립을 추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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