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인천투데이] 소아 뇌전증으로 아이에게 항경련제를 먹이고 있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대부분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임에도 많은 부모가 “우리 아이는 괜찮아요”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은 상담이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항경련제 복용 초기에는 졸려서 늘어져 있었지만 점점 괜찮아져 ‘지금은 괜찮아요’라며 부작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처음에는 졸려서 늘어질 정도로 강한 진정 작용이 있는 약이 나중에는 괜찮아진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졸려서 늘어져 있을만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이 필요하니 그를 이겨내고 활동할 뿐이다. 그러니 정상적인 활동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아 뇌전증에서 항경련제 사용의 부작용을 부모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이가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항경련제를 먹고 나타난 부작용을 2~3세 영유아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있는가?

‘엄마, 나는 집중할 수가 없어요.’ ‘엄마, 나 마음이 이상해요. 마음이 불안해요.’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것은 초등학교 저학년도 불가능하다. 아이가 부작용을 호소하지 못하니, 부모는 오해하기 마련이다. 항경련제를 복용하면서부터 아이의 인지 활동이 떨어지지만, 부모들은 약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 머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부작용을 스스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두 번째 이유는 학습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고도한 학습이나 복잡한 업무 수행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아이의 정신ㆍ인지적 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경련제 부작용으로 집중력과 인지능력이 떨어지거나 건망증이 생긴다 하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단순 업무나 학습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생기진 않는다. 다소 느린 경향은 보이지만,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것에는 문제점이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중ㆍ고생 수준의 학습 영역이나 성인의 복잡한 업무 수행에서는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초등생이 항경련제 복용 후 인지능력 저하 부작용을 호소한 경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인지능력 저하 부작용은 소아들에게 더 심할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확인되지 않다. 결국 부작용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세 번째 이유는 항경련제 부작용이 매우 서서히 누적되기 때문이다. 건망증은 초기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야 그 증상이 나타난다. 인지 장애 또한 마찬가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누적돼 나타난다. 따라서 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것을 부모들은 알아채기가 어렵고 환자 자신도 그걸 표현하기 어렵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소아 뇌전증 항경련제의 부작용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가 약을 복용 중이지만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외견상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정상적인 상태인 것은 아니다. 항경련제를 3년이나 복용하게 하는 현재의 진료 지침 아래에선 소아들의 부작용은 필연적이다. 아이들이 반응하지 않아서 부작용이 없다고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 김문주 원장은 소아 뇌신경질환 치료의 선구자로서 국제학술지 E-CAM에 난치성 소아 신경질환 치료 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의 뇌성마비 한방치료 연구에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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