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범 ‘인천스펙타클’ 문화기획자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왜 매일 아침마다 사람 사이에 끼여 서울로 나가야 하지.”

평일 아침 용산 급행, 수많은 인파 속으로 몸을 구겨 넣던 이종범 씨는 반대 편 동인천행 열차 탑승객의 여유로운 모습을 지켜보며 의구심을 가졌다. 이종범 씨는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부천과 서울로 학교와 회사를 다니면서 하루 세 시간 반을 이동하는 데 쏟고 있었다. 그는 “순간, 가까운 곳으로 출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서울 대신 내가 사는 곳, 인천으로 눈을 돌렸다”라고 말했다.

이종범 씨는 인스타그램 ‘인천스펙타클’ 계정을 운영하며 인천 곳곳을 소개하고 있다.

차이나타운ㆍ인천공항 말고, 인천사람을 위한 인천

기획자ㆍ대표ㆍ작가 등 많은 직업과 직책으로 불리지만, 그는 가장 먼저 ‘인천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씨는 인천 기반 문화기획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인스타그램에 ‘인천스펙타클’ 계정을 만들고 인천 곳곳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활동을 하면서 인천사람이지만 막상 인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이나 제주도에는 그 지역만의 카페 등을 소개해주는 책이 많은데, 인천에는 그런 게 없었다. 차이나타운이나 인천공항 말고 ‘인천사람을 위한 인천’을 소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고민 끝에 이 씨는 ‘인천의 카페’를 소개하기로 했다. “카페는 사람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카페가 인천에도 많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는 2017년에 강화군에서 청라까지 카페 30곳을 돌아다니며 집필한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을 출간했다.

“하물며 인천사람들끼리도 서울에서 만나 놀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책으로 인천사람들이 서울에서 열 번 놀 것을 최소한 네댓 번이라도 인천에서 놀게 할 수 있다면 성공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만들었다.”

 ‘인천의 창작자들’(사진제공 스펙타클워크@incheon_spectacle)

두 번째 시리즈 ‘인천의 창작자들’

이종범 씨가 올해 주목한 것은 ‘인천의 창작자들’이다. 이 씨는 ‘코스모40’에서 독립한 뒤 올 11월에 독립출판 작가 장채영, 싱어송라이터 이권형 등 13명의 이야기가 담긴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창작자들’을 출판했다.

그가 말하는 ‘인천의 창작자’란 인천시라는 행정구역을 넘어 ‘인천에 작업실을 갖고 있거나, 인천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을 포괄한다. 그는 이권형 씨를 예로 들며 “서울에서 활동하지만, ‘수봉공원’ 등 인천을 노래하고 있다면 인천 창작자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인천이 서울과 가깝다는 점은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다”라며 말을 이었다.

“인천은 구도심부터 신도시, 공업단지부터 바닷가까지 포괄하는, 영감의 원천이 많은 공간이다. 서울과 가까워 유행을 금방 흡수할 수 있는 동시에, (서울에 가면 되니) 지역에서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 ‘인천의 창작자들’은 친한 사람들, 좋아하는 사람들이 인천에 있어 계속 살고 있거나, 서울의 비싼 월세 때문에 인천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자의 이야기지만, 창작자의 이야기만으로 읽히지 않을 인천사람 보편의 이야기다.”

인천 서구 ‘코스모40’에서 열린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사진제공ㆍ이터니티포토@eternity.foto)

이종범 씨는 11월 9일 인천의 창작자ㆍ사업자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 '인천크리에이티브마켓 서멀장’을 인천 서구 ‘코스모40’에서 개최했다. ‘서멀장’은 ‘서울에서 멀지 않은 장’ 또는 ‘(인천 사람이) 서울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장’ 이라는 의미가 중첩된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구의 후원을 받아 문화재생사업으로 진행한 ‘서멀장’에는 출판ㆍ공예ㆍ패션 분야 인천 기업 등 47개 팀, 2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 씨는 앞으로도 인천의 다양한 창작자ㆍ브랜드와 만나 협업할 예정이다.

“인천의 창작자들이 각자 자리에서 목표를 이룬다면 앞으로 인천은 훨씬 재미있는 도시가 될 것이다. 나 또한 인천에서 재미있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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