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사회불평등 문제, 대전환적 변화 필요”
“기후위기는 사회불평등 문제, 대전환적 변화 필요”
  • 이종선 기자
  • 승인 2019.11.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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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회 새얼아침대화,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적 변화’ 주제로 강연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인류는 정치·사회·문화·생활 모든 방면에서 전환적 변화가 필요하다. 생활양식과 제도를 조금 고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제402회 새얼아침대화가 13일 오전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을 지낸 조천호 대기과학 박사는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적 변화’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인류 문명발전, ‘홀로세’ 기후라 가능했다

조천호 박사는 우선 안정적인 기후와 문명발전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최소 지난 10만 년 동안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구석기로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빙하기는 현재 간빙기보다 10배 정도 재해성 날씨가 많았다. 이런 기후에서 인류는 농사를 지을 수 없고 수렵·채집에만 의존해야 했다. 조 박사는 “매년 여름 한국을 찾아오는 태풍이 지금보다 10배 넘는 횟수로 발생한다면 쓰러진 벼를 몇 번 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만 년 전부터 기온이 상승해 1만2000년 전부터는 기후가 안정됐다. 이를 지질학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시대, ‘홀로세’라고 부른다. 기후가 안정되니 인류는 식량생산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이때부터 문명이 발생했다. 조천호 박사는 “문명은 안전한 기후조건에서만 가능하다. 1만2000년은 구석기와 신석기를 가르는 기준”이라며 인간 문명과 기후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조 박사는 “인류가 기하급수적으로 사회경제 분야 팽창을 한 것은 그만큼 지구를 소모했기 때문”이라며 지구의 다양한 환경변화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열대지방 해안은 새우양식의 최적지이다. 해수면 기온이 상승하면서 열대지방이 늘어나 새우양식장이 증가했다”며 “그만큼 열대지방 해안과 생물다양성을 파괴한 셈”이라고 밝혔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지난 13일 40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적 변화'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또한 농업분야 녹색혁명도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조 박사에 따르면 인류의 경작지 면적은 1950년 이후로 크게 늘지 않았으나, 농작물 생산량은 3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사용되는 질소비료는 살포한 양에 비해 25% 정도만 농작물에 흡수된다. 나머지는 토양에 남아 비가 오면 하천과 연안에 흘러간다. 이는 질소 과잉으로 녹조·적조가 생기는 이유이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증폭시키기도 한다. 온난화로 캐나다와 시베리아 북부 같은 극지의 얼음이 녹으면 갇혀있던 메탄가스가 분출된다. 메탄은 온실가스보다 26배 높은 온실화 지수를 지닌다. 지구 온난화가 악순환되는 것이다. 조 박사는 “지구 역사상 생물이 대멸종한 사건이 5번 있었다”며 “인류가 마침내 온실가스 방아쇠를 당기면 결과는 뻔하다”고 경고했다.

조 박사는 “빙하기에서 간빙기로 넘어오면서 지난 1만 년 간 지구 온도는 4도가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 인류는 이미 지구 온도를 1도를 상승시켰다”며 “이는 자연상태에서 발생한 가장 빠른 기온변화속도보다 25배 빠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IPCC(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참가국들은 현재보다 기온이 0.5도만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기후변화, 국가안보에도 영향 미쳐

지구 기후변화는 국가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조 박사는 지난 2015년 격화된 시리아 내전의 원인은 2010년 발생한 러시아 폭염에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러시아는 폭염을 겪어 곡물생산이 20% 이상 감소했다. 러시아는 이에 밀 수출을 중단했고 국제 밀 가격은 60%가량 상승했다. 그러자 곧 개발도상국에서는 식량부족으로 폭동이 일어나게 됐다. 조 박사는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시위가 대부분 이 시기에 발생했다”며 “민주화가 이뤄진 곳도 있지만, 시리아는 내전으로 난민이 600만 명 이상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지난 13일 402회 새얼아침대화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적 변화'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이어 “난민들은 유럽국가로 들어와 국가안보 문제로 대두됐다. 브렉시트 사태는 유럽연합이 난민 수용을 결정해 발생한 점도 있다”고 말했다. 2010년 발생한 러시아 가뭄이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증폭된 것이다. 조 박사는 “기후위기는 식량위기와 사회경제적 위기를 발생시킨다”고 덧붙였다.

조 박사는 “기후문제는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정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지난 9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정치지도자에게 “당신들이 빈말로 어린시절 내 꿈을 앗아갔다”며 비판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현재 어린세대는 노인세대에 탄소를 6분의 1만 배출할 수 없다.

또한 소득수준에 따라 개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불균형이 심하다. 조 박사는 “소득상위 10%가 전체 탄소배출량의 49%를 차지하고 있으며, 하위 50%가 11.5%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당시 전 세계 국가들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ustainable Development Goal)를 채택했다.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26~28% 줄이기로 했다.

끝으로 조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좋은 사회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지구를 착취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벗어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