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신일철공소 철거... 인천시는 ‘강 건너 불구경’
동구 신일철공소 철거... 인천시는 ‘강 건너 불구경’
  • 류병희 기자
  • 승인 2019.11.12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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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철거한 동구에 시민사회 여론 냉담
“동구가 인천 ‘도시재생’을 조롱했다”
13일 만석동 주민협의체 현장 기자회견 예정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지난 9일 오전 인천 동구가 신일철공소를 철거하면서 현장에는 아무것도 남지있지 않다. (사진제공 인천투데이 독자)
지난 9일 오전 인천 동구가 신일철공소를 철거하면서 현장에는 아무것도 남지있지 않다. (사진제공 인천투데이 독자)

만석동 주민들 ‘망연자실’, 온라인에선 비난 이어져

지난 9일 인천 동구(구청장 허인환)가 강행한 신일철공소 철거와 관련해 시민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시가 만석동 ‘주민이 꾸미는 더불어마을’ 사업 예산 40억 원 중 36억 원을 지원하고도 관리감독 책임을 미루는 등 뒷짐을 지고 있어 비판이 예상된다.

만석동 주민들은 신일철공소를 보수·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이고, 그 공간이 ‘주꾸미 더불어마을’ 사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상징적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천 동구는 신일철공소 철거 강행 방침을 세우면서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주민들은 구의 방침을 돌리기 위해 주민협의체를 구성하고 구청장 면담과 주민공청회 등을 열자고 요구했지만 동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4개월에 걸친 요구 끝에 허인환 구청장은 지난 8일 주민협의체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13일 면담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 동구는 9일 오전 공무원과 철거업체 수십 명을 동원해 신일철공소를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기습적으로 벌어진 철거에 주민들은 철거에 동원된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동구가 진행한 철거 공사는 명시적으로 신일철공소 석면 슬레이트 지붕 제거였으나, 신일철공소는 건물구조와 내부까지 모두 철거했다. 철거된 현장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를 망연자실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동구의 행태에 기가 막히다’는 반응이다. 온라인에서는 연일 신일철공소를 철거한 동구를 비난하고 관련 게시물에는 부정적 댓글이 줄을 이었다.

“만석동은 우리 미래세대에게 전해줄 소중한 공간과 사람들이 살고있는 마을이다. 기록과 보전에 대한 인식 없이 건물을 부수는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 ”솔선수범해서 문화재를 발굴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공무원들이 뒷짐 지고 구경만 하고 있다“

”역사의 값어치도 모르는 사람이 동구청에 다 있구나“ ”(철거를) 진행한 공무원을 처벌하는 방안은 없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개념이 있는 구청장은 언제 등장하려나?!“ ”소 귀에 경 읽는 격“

이러한 반응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만석동 마을 주민협의체 오풍원 대표는 “망연자실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너무 허탈하고 어이없다. 현재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동구에서 진행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모두 자기들 멋대로 주도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주민이 없는 도시재생 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말했다.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철거 장면(사진제공 만석동 주민협의체)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 철거 장면(사진제공 만석동 주민협의체)

마을재생 사업 큰 예산 지원하고도 '뒷짐' 진 인천시

인천시는 신일철공소 철거와 관련해 뒷짐을 지고 있다. 시는 만석동 ‘주민이 꾸미는 더불어마을’ 사업 예산을 거의 전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관리·감독 책임에서는 뒤로 물러나 있다. 동구가 사업의 주체라는 이유 때문이다.

시 주거재생과 관계자는 “만석동 ‘주꾸미 더불어마을’ 사업은 전체 예산 40억 원 중에서 36억 원을 시에서 지원한다. 신일철공소 철거는 유해한 석면 슬레이트 지붕을 철거하는 것인데, 건축물을 전부 철거한 것은 그 건물이 재난건물에 준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에 대한 역사적인 가치판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신일철공소는 마을재생 사업 계획에도 없었던 것이다. 신일철공소 입구 부분에 전시공간을 마련한다고 하니 지켜볼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해명은 인천에 있는 ‘재난건물’에 준하는 것들은 그 유무형의 가치를 따지기도 전에 시급히 모두 철거해도 적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시는 구의 사업이기 때문에 거의 전체 예산을 지원하고도 사실상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도시재생’을 화두로 많은 토론회와 강연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민운기 간사는 “산업유산 보존하자는 토론회들이 최근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동구는 신일철공소 파괴로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인천 시민사회와 만석동 주민협의체는 13일 신일철공소 앞에서 동구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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