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제조업, 고졸 20~30대 동남아권 외국인노동자 선호
미등록체류자 합법화, “인권 보호와 중소기업 생산성 높이는 길”

인천시가 16개 광역시ㆍ도 중 고용허가제로 유입된 외국인노동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상공회의소(회장 김광식, 이하 인천상의)는 지난 3월 17일부터 24일까지 지역 내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제조업 286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인근로자 고용 현황과 실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지역 외국인근로자 고용 현황 및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외국인노동자 고용은 고용허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평균 41.9%정도의 증가율을 보였다. 2008년 말 현재 인천에는 1만 5632명이 고용돼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인천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현재 1.26%로 전국 평균 0.90%보다 0.36%p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외국인노동자의 88.2%는 제조업에 고용돼있으며, 대체적으로 중소제조업들이 선호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 계층은 고졸학력의 20∼30대 동남아권 외국인노동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상의는 이번 보고서를 발간을 계기로 외국인노동자 관련 관리 실태와 지원제도 등의 문제점을 파악해 외국인노동자의 노동기간 연장과 고부가가치 산업구조 전환 등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인천의 산업구조 특성상 영세한 중소제조업이 분포돼있어 내국인 노동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면서 그 자리를 외국인노동자가 메우고 있기 때문에 타 도시에 비해 외국인노동자의 비중이 높다.

이에 인천상의는 그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도 산업의 발달과 동시에 고학력시대로 접어든 만큼 그에 따른 일자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산업구조 전환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 입장에서 그 만큼 고급인력 채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외국인노동자의 재고용과 관련해서는 고용허가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노동기간 연장을 제안했다. 현 고용허가제는 입국해 3년이 된 외국인노동자를 재고용할 경우, 출국 후 1개월이 경과한 뒤 재입국해야한다.

때문에 인천상의는 일선 산업현장에서 현 제도로 인해 인력의 활용이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됐다면서, 원활한 노동력 확보와 숙련공의 활용이 가능할 수 있도록 외국인노동자의 노동기간을 연장해야한다고 피력했다.

이와 관련, 부평의 중소제조업체 K사장은 “기업입장에서 보면 3년간 기술을 습득하게 했으면 당연히 오래 고용하는 게 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당히 성실하다. 한국 사람들이 기피하는 일들을 하고 있는데 미등록노동자를 합법화해 중소기업도 살고 외국인노동자도 사는 정책이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

또한, 인천상의는 “그동안 논란의 중심이 됐던 외국인노동자와 내국인노동자의 동일 임금 지급에 대해서도 상당수 기업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차등 임금 지급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국인노동자의 근무태도가 성실해 이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지속적인 성실도 유지를 위해 결근율이 적은 노동자에 한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의사소통의 불편으로 인한 관리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개별 기업들도 스스로 주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당부했다.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외국인노동자

이번 인천상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천의 외국인노동자는 1만 5632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고용허가제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불법)체류 노동자(이하 미등록노동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인천본부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에 따르면, 미등록노동자까지 포함한 인천의 전체 외국인노동자는 3만~3만 5000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지금도 미등록노동자를 사용하는 산업현장은 인천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적발되면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용주와 외국인노동자간 암묵적 동의를 통해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

김기돈(35)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상담팀장은 “고용허가제로 등록된 노동자보다 미등록노동자가 더 많다. 인천상의의 분석이 고용허가제만을 대상으로 했는지 모르겠으나, 1만 5000명 정도가 고용허가제로 돼있다면 미등록노동자는 1만 5000명에서 2만명 내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보고서가 인천의 외국인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다는 것을 입증한 첫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그러면 이제 높은 비중만큼 지원이 필요한데 인천은 외국인노동자 지원과 관련해 지원 장치가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열악한 곳이다”라고 덧붙였다.

2006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는 외국인노동자 지원 대책 일환으로 광역자치단체별로 거주 외국인 지원조례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당시 행자부가 제시안 조례 표준안에는 미등록노동자는 제외돼있어 논란이 많았으나, 이마저도 제대로 된 곳이 없다. 그나마 안산시가 외국인노동자인권지원조례를 만들어 외국인노동자를 지원하고 있다.

김기돈 상담팀장은 “안산 같은 경우 미등록노동자까지 포함하는 인권지원조례를 만들었고 외국인노동자 밀집지역을 다문화지구로 지정해서 지원하고 있다. 인천이 외국인노동자 비중이 가장 높다면 최소한 안산시처럼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주문했다.

한편, 조남수 민주노총인천본부 미조직비정규국장은 “우리사회도 이제 외국인노동자를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사람들의 인권, 노동권 문제는 전혀 준비가 안 돼있다. 말도 안 통하니까 욕설과 폭행이 난무한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하기 싫고 힘들고 지저분한 일을 하면서도 노동권은 철저히 배제돼있다”고 말했다.

조남수 국장은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미등록노동자 합법화를 강조했다. 그는 “매년 숱한 외국인노동자가 죽어나간다.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죽고, 아파도 병원도 못가는 상황이 우리 눈앞에서 매일매일 펼쳐지고 있다. 출입국사무소 강제수용소에서 불나서 죽는 경우도 있다”며, 단속 중단과 합법화를 주장했다.

김기돈 상담팀장 역시 합법화를 강조하며 “중소제조업 고용주 역시 외국인노동자를 오래 고용하고 싶어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제도를 바꾸자”며 “이명박 정부가 3년 고용 뒤 1개월 출국 후 재고용(3년)하는 고용허가제를 바꿔 출국 없이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는데, 총 고용기간이 오히려 줄게 돼있다. 이는 기업도 손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재고용 후 선택권을 노동자에게 줘 노동기간을 더 연장하거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김 상담팀장은 “그래도 고용허가제에 묶여있는 외국인노동자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미등록노동자로 남아 당국의 불법체류 단속 불안에 떠는 이들은 더 열악하다. 이들을 합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등임금 지급은 최저임금 깎으려는 시도”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와 이주인권연대의 2008년 11월 외국인노동자 대상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들은 평균 3519.5달러의 입국 비용을 들여 한국에 입국했으며, 11시간에 이르는 장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고 평균임금은 109만원 남짓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시간이상 장시간 노동하는 경우도 48.8%에 달했고, 근무형태에 있어서는 야간근무나 주야맞교대근무를 하는 경우도 43.9%에 달했다. 야간근무나 주야맞교대근무를 하는 경우 주간근무를 하는 경우보다 근무시간이 길었으나, 급여의 차이는 거의 나타나지 않아 잔업과 야간수당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제조업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외국인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잔업, 야근, 특근 등이 대폭 줄어 거의 기본급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이마저도 식비와 기숙사비를 공제하면 손에 쥐는 임금으로는 본인이 한국에서 체류하기에도 부족하다. 특히 이들은 사회보장 역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와 관련, 조남수 국장은 “인천상의의 차등임금지급제도 도입은 결국 최저임금을 깎으려는 시동을 거는 것이다”라며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대폭의 임금삭감은 평균적인 생활수준 유지는커녕 생존 자체를 위태롭게 만든다. 게다가 외국인노동자도 다 같은 노동자인데 70년 독일로 간 한국노동자들이 받았던 차별을 이제 한국이 하려하는 서글픈 역사가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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